‘봄향기’ 달콤쌉싸름… 쑥밥

등록일 2000-05-0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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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입구를 찾지 못해 기웃대다 문득 눈에 띈 것은 시멘트 보도 블록에 펼쳐진 산나물 봉지들이었다.
구부정히 앉은 할머니는 나물 다듬기에 바빴다. 머위, 씀바귀, 달래, 냉이 외에도 나란히 쌓아올린 두릅, 쑥의 새순이 봉지마다 가득하다.

한줄기를 손가락 사이로 비벼 냄새를 들이키며, 바빴던 지난 몇주를 생각했다. 매년 이맘 때 한번쯤은 들이나 야산에 나가 쑥이랑 냉이를 캤는데...
이젠 봄도 다 갔다. 보도 블록에 쪼그리고 앉은 할머니나 나나, 판에박힌 도시 풍경일 테지만, 쑥 냄새는 야산과 다를 바 없었다.

쑥 밥을 아시는가. 쑥 된장국은 많이 먹어도 쑥밥은 그리 흔치 않다.
뉴욕서 어쩌다 쑥 새순(새 순을 써야 은은한 향과 맛이 난다)을 구하면 친구들 불러 쑥 밥을 했다.
새순을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짠 후 잘게 썬 다음 쌀 한 컵에 새순 다진 것 한술 정도 넣고 소금으로 살짝 간해서 밥을 짓는다. 다 자란 쑥은 살짝 데쳐서 믹서에 갈아 쓰거나 체에 밭쳐낸

쑥 물만 쓰기도 한다. 연초록으로 물들어 보기 좋은 데다, 쑥 향은 은근한 맛을 깊게 남긴다. 고기나 생선 요리에 쑥밥을 곁들이면 색깔이나 맛으로나 훌륭한 곁들이가 된다.

쑥 멸치전도 재밌는 요리다. 쑥을 듬성 듬성 썰고, 잔 멸치를 갈아 섞으면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주어도 좋고 맥주에 곁들이기에도 알맞다.
쑥을 믹서에 간 물이나, 밭쳐낸 물을 써서 죽을 쑤어도 맛과 향을 모두 즐길 수
있다.

([오정미의 퓨전키친] 설치미술가촵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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