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의 원조, 일본

등록일 2009-01-22 16:28

조회수 8,123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1970년대 일본은 지금의 중국처럼 저가 상품을 양산하던 대표주자였다. 그러나 제조공정이 정교해지고 기술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제조 범위도 넓어졌다. 1980년대 말이 되자 훌륭한 품질의 제품을 내놓기 시작하고, 첨단 기술의 메카로 부상하게 되었다. 일본의 은행이나 증권회사는 대단한 자산규모를 과시하며,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일본 기업이 장악했다.
소비는 되도록 줄이고 수출은 많이 하는 일본의 경제기조는 수십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일본의 대도시에는 세련된 고층건물이 늘어갔다. 일본인들 자신은 작은 집이나 아파트에 살면서도 자부심을 느꼈다.

돈벼락을 맞은 듯 일본에 몰려 든 돈은, 이용할 토지가 부족한 일본의 부동산 가치를 인류 역사상 최고라 할 정도로 치솟게 만들었다. 1986년과 1988년 사이에 도쿄의 토지 가격은 두 배로 뛰어올랐다. 부동산 거품이 정점에 달했을 때 일본 내 토지의 총 가격이 미국 전체 토지 가격의 네 배나 됐다. 도쿄 땅만 팔아도 미국을 통째로 살 수 있을 정도였다.

땅값은 집값의 상승을 부르고, 내 집 마련을 열망하던 월급쟁이들에게 은행은 10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해주기 시작했다. 이런 식의 은행 서비스가 부동산 거품의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월급은 계속 오를 것이고, 부동산 가치도 계속 상승할 것이라 믿고 은행이 제공하는 대출 서비스를 받아 챙기는 사람이 늘어갔다. 도시거주민부터 지방 주민까지, 돈을 빌려 투자하는 일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일본인들은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수익성이 높은 주식에 투자했다. 일본인들도 부동산 소유 여부로 계층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부동산 정점을 향해 가는 동안, 일본 기업에 밀려 어려움을 겪던 미국 기업들이 역경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설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기업들은 일본 기업과 맞대결을 피해 PC관련 사업과 인터넷 업종에 우회전략을 구사했다. 어느 순간 일본인들은 자국의 경제가 내리막길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에서는 거품이 꺼지면서 은행이 파산하고, 주택소유자들이 상환불능 상태가 되었지만, 일본은 달랐다. 경제가 내리막을 향하고 있었지만 거품이 갑작스럽게 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은 자사가 대출해준 기업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이 주식을 기반으로 더 많은 대출을 해주었다.

흔히 경제학자들이 하는 말처럼, 돈은 가치가 폭등하는 부문에 몰리게 마련이다. 따라서 은행 역시 한창 잘 나가고 있는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다투어 대출을 해 주었다. 1989년에는 부동산 관련 대출이 26%나 됐다.

일본의 경기가 본격적으로 주춤해지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은행의 돈줄은 막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 은행은 주가가 폭락할 것을 우려하여 건설관련 기업에 대출규모를 더 늘리는 등의 악수를 두었고 은행의 재무구조는 더욱 취약해졌다. 그 결과 서로에게 의지하며 근근이 목숨을 이어가던 부동산 관련 업체와 은행, 보험사까지 외부자본의 유입 없이는 파산할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일본의 경제가 과평가 된 부동산에 너무 의존되어 있는 상태였고 그런 상태에서 헤어나올 방법도 없는 상황이었다. 소비지출은 둔화되고 부동산 가격은 매년 조금씩 하락하면서 일본은 거의 혼수상태와 같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경기 후퇴가 경기 침체로 이어지며 불황이 닥칠 것을 걱정한 일본 정부는 금리를 ‘0’수준으로 인하했고 대형 건설프로젝트인 ‘공공토목공사’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그 결과 수백만 명의 근로자들이 위축되어 가던 업종에서 나와 건설현장으로 몰려들었다. 2002년 말에는 건설업종 관련 근로자 수가 전체의 10%를 차지했다.

소비촉진을 위해 비효율적인 부문에 자금을 집중 지원한 결과 2007년 일본 정부의 부채는 GDP의 140%에 이르렀고, 이는 미국 정부 부채 규모의 두 배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은행과 건설업체, 보험사 간의 연대는 약화됐다. 은행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킨 악성 부채는 은행이 밝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일본으로서는 이처럼 비효율적인 자본분배 구조를 타파하지 않는 한 경제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구조에서 벗어나면 심각한 불황의 늪에 빠질 위험성 또한 커진다는 데 일본의 딜레마가 있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목록 글쓰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