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부동산 정점을 향해 가는 동안, 일본 기업에 밀려 어려움을 겪던 미국 기업들이 역경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설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기업들은 일본 기업과 맞대결을 피해 PC관련 사업과 인터넷 업종에 우회전략을 구사했다. 어느 순간 일본인들은 자국의 경제가 내리막길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에서는 거품이 꺼지면서 은행이 파산하고, 주택소유자들이 상환불능 상태가 되었지만, 일본은 달랐다. 경제가 내리막을 향하고 있었지만 거품이 갑작스럽게 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은 자사가 대출해준 기업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이 주식을 기반으로 더 많은 대출을 해주었다.
흔히 경제학자들이 하는 말처럼, 돈은 가치가 폭등하는 부문에 몰리게 마련이다. 따라서 은행 역시 한창 잘 나가고 있는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다투어 대출을 해 주었다. 1989년에는 부동산 관련 대출이 26%나 됐다.
일본의 경기가 본격적으로 주춤해지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은행의 돈줄은 막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 은행은 주가가 폭락할 것을 우려하여 건설관련 기업에 대출규모를 더 늘리는 등의 악수를 두었고 은행의 재무구조는 더욱 취약해졌다. 그 결과 서로에게 의지하며 근근이 목숨을 이어가던 부동산 관련 업체와 은행, 보험사까지 외부자본의 유입 없이는 파산할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일본의 경제가 과평가 된 부동산에 너무 의존되어 있는 상태였고 그런 상태에서 헤어나올 방법도 없는 상황이었다. 소비지출은 둔화되고 부동산 가격은 매년 조금씩 하락하면서 일본은 거의 혼수상태와 같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경기 후퇴가 경기 침체로 이어지며 불황이 닥칠 것을 걱정한 일본 정부는 금리를 ‘0’수준으로 인하했고 대형 건설프로젝트인 ‘공공토목공사’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그 결과 수백만 명의 근로자들이 위축되어 가던 업종에서 나와 건설현장으로 몰려들었다. 2002년 말에는 건설업종 관련 근로자 수가 전체의 10%를 차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