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 무더위 물리칠 '매실'

무더위 물리칠 '매실'
글쓴이 아침 등록일 2004-06-06 09:18 조회수 2,101 글자확대 글자축소

[뉴스메이커 2004-06-04 14:57]

올 여름은 장마가 짧고 엄청 더울 모양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7, 8월의 한여름 무더위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무더울 것 같다고 한다. 말만 들어도 찜통처럼 뜨겁게 달아오를 한여름밤의 악몽이 절로 떠오른다. 에어컨을 틀고 틀어도, 찬물로 씻고 씻어도 속수무책으로 더위에 당할 수밖에 없을 테니 벌써부터 한숨이 터져나온다. 저간의 사정이 이렇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무더위의 습격을 지혜롭게 물리치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건강 무기를 찾아내 미리미리 갈고 닦아놓자.

덜익은 생매실 독소 조심해야

그런 무기들 중에 하나가 바로 매실이다. '매실을 생각하면 갈증을 잊는다'는 뜻의 망매해갈(望梅解渴)이란 고사가 전해질 정도로 매실은 갈증 해소에 더없이 훌륭한 식품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보면 조조가 군사들과 푸뉴산 산맥을 넘다가 물이 떨어져서 고생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때 목이 말라 꼼짝도 못하고 축 늘어진 군사들에게 조 조가 말한다. "이 산만 넘으면 매실이 주렁주렁 달린 매화나무 밭이 나온다." 그 말에 군사들의 입 안에는 스르르 침이 돌면서 갈증을 잊는다. 마침내 조조 군사들은 무사히 행군을 마치고 산맥을 넘어갈 수 있었다.

구연산과 사과산, 호박산 등 유기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매실은 피로회복에도 그만이다. 구연산은 체내의 피로물질인 젖산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능력이 무려 포도당의 10배나 된다. 젖산이 우리 몸에 쌓이면 어깨결림이나 요통, 두통 증상이 나타나기 쉬운데, 이때 매실을 이용하면 피로를 씻어주는 것은 물론 체력증진 효과까지 있다. 매실 속에 함유된 철분,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 같은 각종 성분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실을 음식으로, 약으로 활용해온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2,000여 년 전에 씌인 중국 의학서 [신농본권경]을 보면 그때 이미 약으로 이용되었으며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도 매실의 효능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한방에서는 매실의 껍질을 벗긴 후 나무나 풀 말린 것을 태운 연기에 그을려 오매(烏梅)를 만들어 썼다. 오매는 담을 삭히고 이질과 설사, 구토를 그치게 해주며 술독을 풀어주고 검은 사마귀를 없애는 데 효과적이다. 그 외에도 [신농본초경]에는 매실이 냉을 없애고 월경불순과 염증을 다스리며 가슴앓이, 배앓이, 변비, 경기 등에도 좋다고 했다.

그런데 매실을 건강 무기로 쓰려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매실은 절기상 망종(양력 6월 6일쯤) 이후에 따 먹을 수 있으며 6월 중순부터 하순에 나오는 것이 가장 좋다. 그 전에 따는 생매실에는 산배당체라는 독성물질이 있어서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며, 7월 이후가 되면 열매가 황색으로 익으면서 맛이 매우 시다.

매실을 이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매실 원액이나 장아찌를 만들어 먹는 것이 가장 손쉽고 좋다. 매실원액을 담그려면 매실과 설탕을 같은 양으로 준비한 다음 항아리에 켜켜이 넣고, 한지로 항아리를 덮은 다음 뚜껑을 닫아둔다. 시원하고 그늘진 곳에 한 달 가량 놓아두었다가 매실은 건지고 원액은 6개월 이상 숙성시키면 된다. 장아찌를 만들 때에는 잘 씻어 말린 매실을 간장 달인 물에 담가놓거나 고추장에 박아놓으면 된다. 그러면 달콤, 사각, 꼬들꼬들, 맛깔스런 장아찌가 된다.

조성태[한의사-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겸임교수]

인테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