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 행복한 알지기 이영신! 그녀의 자연양계농법 이야기

행복한 알지기 이영신! 그녀의 자연양계농법 이야기
등록일 2010-04-02 11:02 조회수 2,796 글자확대 글자축소

큰 아이가 5학년 때 였습니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선생님으로부터 반듯하다는 칭찬을 받던 아이였는데 어느날 부턴가 머리가 아프고 자꾸 헛구역질을 하더군요. 그 당시 저는 직장 생활을 하느라 정신없이 살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곧 나아지겠지 하고 무심코 지나쳤는데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거에요. 그래서 병원에 가봤더니 아동스트레스 질환이라며 학교 생활을 물으시더라고요. 그 때서야 친구들 여덟 명이 떼를 지어서 반 아이들을 괴롭힌다고 하더라고요. 몇 번쯤 대항해 보았는데 괴롭힘은 더 심해졌다는군요. 심지어는 책상 옆을 지날 때 마다 이가 있다는 둥 냄새가 난 다는 둥 .. 저는 정말 깜짝 놀랬답니다. 아이들이 떼로 뭉치면 정말 잔인해지더라고요. 그렇게 당당하고 자기 원칙이 확실했던 큰 아이가 사뭇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보던 엄마의 심정. 괴롭히는 아이나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나 다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회색 도시 안에서 다람쥐 체 바퀴 도는 것처럼 학교 학원을 오고 갔을 아이들이 마음에 맺힌 것을 풀어 낼 수 방법이 뭐가 있었을까요? 그래서 남편만 두고 무작정 아이 셋을 데리고 경북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 옆으로 가서 1년간 살았습니다. 전교생이 50여명 정도였는데 우리 아이들과 저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특히 가을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과로 장식한 것 같은 사과나무가 지천을 이루던 것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내려와서 1년을 살다 보니 시골에 정착하려면 뭔가 준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시 부천에 올라와서 큰 아이는 검도랑 요가를 하면서 중학교 과정을 집에서 ’홈스쿨링’으로 하고 저는 귀농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에<자연농업>을 알게 되었고 그 취지나 목적이 저에 가치관이랑 참 잘 맞았습니다. 가축농사를 지어도 자연에 위배되지 않고 오히려 가축에 똥이 자원이 되어서 좋은 거름으로 환원되는 농사법. 지금은 현대화 대량화 된 축산에 밀려 있지만 옛부터 선조들이 지혜롭게 농사지었던 방식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한참 자라는 우리 아이들도 안심하고 마음껏 먹일 수 있고요. 그래서 알농사을 짓게 되었답니다.

귀농은 3년차 이지만 2년간은 귀농지 찾느라 자연양계 농법 실습하느라 부단히 정신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비로소 작년 11월에 지리산 끝자락에 옆으로는 졸졸 옹달샘이 흐르는 양지바른 남향에 터를 마련했습니다. 땅은 인연이라 하더니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네요. 요즘은 닭들이 사는 집에서 ‘닭응아’ 냄새 대신에 구수하고? 시큼한 발효냄새가 나서 정말 흐뭇 하답니다. 산에서 날마다 지어 날라서 부어놓은 부엽토며 황토에서 미생물이 활발하게 움직여서 ‘닭응아’를 분해하고 있다는 증거죠. 특히 황토를 먹인 닭이 낳은 알은 비린 맛이 없답니다. 가축농사를 짓는 농부도 의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자연 안에서 농사 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 양계에서는 시멘트 바닥 위에서 동물을 키우고 그 <축분>을 바다에 버린다고 합니다. 바다에 묻힌 그 오염물질이 결국은 어디로 갈 지 생각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사람이 욕심이 자연을 병들게 합니다. 자연이 병들면…. 자연이 병든다는 말을 하려니 우리 막내딸이 걸리네요. 이름이 송. 자. 연. 입니다. 당연히 자연안에 사람이 살아야 하는 것이니까 최소한 자연에 도움은 되지 못할 망정 해는 끼치지 말아야줘.

그렇게 귀농을 하고 벌써 3년째가 되어가는군요.
처음엔 남의 터에서 1년간 자연양계를 실험하고 체험하는 기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양계는 규모가 크면 클수록 자연에 법칙에 어긋난다고 봐야죠. 자연 안에서 닭들이 먹고 놀고 싼 것이 다시 순환해서 거름이 될 정도의 규모를 원칙으로 합니다. 지금은 약 1600평 부지에 600마리가 살고 있는데 앞으로도 2000마리를 넘지 않을 계획입니다.

현대양계는 대량 생산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몇 만 마리의 닭들이 좁은 공간(케이지)에서 평생 갇혀서 알만 낳다가 죽는 거지요. 거기다가 산란율을 높이기 위해서 밤낮으로 전기불을 켜서 닭들을 괴롭히고 시멘트 위에 떨어진 닭똥은 악취를 풍기는 오염물이 되지요. 이렇게 괴로운 닭이 낳은 알에는 괴로운 기운이 담겨있지 않을까요?
제가 꿈꾸는 농장은 나무 그늘아래 닭들이 노닐고 닭의 거름이 나무열매가 되는 생태순환 농장 입니다. 작년에 11월 호두나무 13그루를 심었습니다. 오늘 내일 안으로 매실 나무, 감나무, 비타민 나무, 칼슘 나무, 겹벗꽃 나무….를 각 10그루 정도만 심으려고요. 시간이 흐르면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고 닭들은 여름에 뜨거운 햇빛을 나무 그늘 빛에서 피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한 참 실험 중인 지렁이 키우기가 현실화 되면 지렁이가 만드는 ‘지렁이 분변토’가 흙심을 키우고 흙의 기운이 나무에 열매를 살찌우겠지요. 옆에 흐르는 옹달샘에선 수생식물이 자라고 작은 토담집에 실한 메실로 발효 엑기스를 담아서 저장 해 두었다가 멀리서 손님이 오시면 함께 맛보고 담소를 나누게 되겠지요. 그 때 놀러 오세요. 아무 부담없이. 그러나 지금은 손톱에 낀 흙을 빼낼 새도 없는 ‘일구덩이’이네요. 호호

이렇게 가족이 저마다 꿈꾸는 삶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물론 마련한 터에 가족이 살 집을 짓고 자급자족을 하려니 몸도 부단히 피곤은 하겠지만 즐기며 하나씩 만들어 가면 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정성껏 농사지은 알이니 맛나게 잡숴 주시면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