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첫날 오후에 찾아온 한편의 문화 생활은 나에게 11월의 시간들을 알차고 활기차게
시작해 줄 것만 같은 암시와도 같았다.
제법 가을 분위기를 풍기며 뒹구는 낙엽을 밟으면서...
대학로의 소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이미 신선함을 예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작은 소극장의 분위기는 무대에 덩그런 벤치 하나 뿐~
진흙같은 어둠속에서 뚜벅 뚜벅 발소리 하나만 들려오면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빨간색 옷을 질질 끌면서 등장한 노파 가면을 쓴 한사람 외에 또 한사람이 있었다.
그와 한동작, 한시선으로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가면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숨소리조차
내기 힘들 정도의 정적과 절제된 배우의 몸동작만이 존재하는 시간들이 꽤 흘렸다.
가방속 사진을 꺼내 들은 노파는 먼 소녀시절의 꿈을 꾼다.
청춘을 갈망하는 노파와 도망치려는 소녀와의 갈등과 몸부림이 시작되고 노파는 결국
돌이킬수 없는 현실임을 깨달으면서 악몽에서 깨어난다.
그런 꿈 이야기가 끝나고 관객들의 휴식 시간 10분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이것 또한 독특하다. 시작전 중간 휴식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무대세트를 바꾼다거나 하는
형식은 이루어 지지 않았으니... 관객을 위한 배려이거나 배우를 위한 배려이거나...
아님 꿈이야기에서 남긴 여운과 공연에 대해 잠시 생각하며 쉬어가는 시간일수도...
들어 보지 못한 어느 나라의 음악이 흘러 나온다는 점도 특이한 점
그들이 나누어 준 프로그램을 보면서 앞으로 펼쳐질 무대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시간으로 활용...
소녀의 배꼽이야기로 시작하는 공연이 다시 시작되었다.
어릴적 엄마에게 들은 배꼽에 관한 금기사항과 호기심에 배꼽을 파 보고는 예기치 못한 남성을
보면서 소녀는 여인이 되어 진통 끝에 출산을 하는 ... 그런 내용이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멍한 느낌은 왜 였을까...
분명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었지만 넘 강한 퍼포먼스 때문일까...
이 공연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요소가 분명히 있다.
더구나 순간적 감동, 느낌, 여운 이런 것들을 중시하는 나같이 평범한 주부에겐 더욱더~
이 공연이 보이스,퍼포먼스, 의상 오브제극이라고 한다.
퍼포먼스는 행위예술이라고 알고 있지만 오브제 자체는 이해가 쉽지 않은 부분이라서 선뜻
이해의 폭을 넓히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노파와 소녀 사이의 갈등, 배꼽과 여성이 되는 과정이나 출산을 의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한 것이 바로 의상이기에 아 ... 의상오브제극 ~~ !!!
이 부분이 공연의 이해를 돕는다고나 할까...
또 하나 보이스...
이스라엘에서 공부를 해다는 배우 김진영은 목소리 성향이 굉장히 풍부한 배우였다.
목소리와 이상하게 생긴 악기에서 나오는 불엽화음과도 같은 조화 ~~
그 악기가 호주 원주민 악기인 '디제리두'라고 한다.
여기서 배우는 악기 소리와 목소리,의상 오브제라는 퍼포먼스를 과감히 표현한거 같다.
이 공연을 재미나 감동을 생각하고 본다면 분명 후회할 것이다.
흥미나 웃음 같은건 더욱 더 없다.
하지만 새로운 장르 '보이스퍼포먼스' '의상오브제극'이란 점에서 내겐 색다르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
추천0
글수(9,017 )
최신
이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