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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상추 위에 노릇노릇 구운 고기 한점 올린다. 그리곤 양념장이 삐져나올까 봐 예쁘게 오그려 한입에 쏙. 싱싱한 각종 야채와 쌈장의 만남. 웰빙음식 ‘쌈밥’은 여름철 별미가 아닐 수 없다. 그때 그때 선보이는 야채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영양이나 비용 면에서 최고임은 말할 것도 없다. 달래, 냉이 등 봄나물의 영양이 주로 뿌리로 모인다면, 여름 푸성귀들의 영양은 잎 넓은 채소에 모인다. 게다가 쌈밥은 맛도 맛이지만 격의없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먹을 수 있는 정겨운 음식이다.
#풍년을 기원하는 세시에서 비롯된 쌈밥
잎 넓은 채소에 밥을 싼 ‘쌈’은 풍년을 기원하는 세시풍속에서 비롯됐다. 조상들은 볏단 모양의 쌈밥을 먹으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또한 쌈밥은 농사철 들녁에서 너나없이 둘러앉아 나누어 먹었던 ‘두레밥’이었다. 그만큼 인정으로 나누던 화합의 음식이다.
‘쌈밥’에서 중요한 건? 쌈일까, 장일까? 물론 쌈이다. 요즘은 사시사철 쌈 재료가 풍성하지만 옛날에는 제철이 아니고서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상추의 옛 이름이 ‘천금채(千金彩)’였을까?
‘쌈밥’에 무슨 특별한 요리비법이 있을까 싶다. 그러나 100여종이 넘는 쌈 재료를 취향대로 고르고, 예전보다 간사스러워진 혀끝을 생각한다면 입맛에 따라 양념장을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도전이다.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쌈재료는 상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만 하루 100t 이상이 거래된다. 그 다음이 깻잎, 쑥갓, 배추, 양상치 순. 어린 야채와 브로콜리, 허브는 고소한 맛과 향 때문에 쌈 위에 얹어먹는 채소로 인기다. 쌉쌀하고 톡쏘는 맛의 겨자채나 케일은 육류용 쌈재료로 어울린다.
#쌈밥에 밥은 뭐니뭐니해도 보리밥
쌈밥에 잘 어울리는 밥은 없다. 취향 탓. 그러나 슬금슬금 더위가 시작되는 요즘은 보리밥이 좋다. 보리는 겨울철 추위에서 자라며 한기를 간직한 찬 식품. 더위나 몸의 열기를 식혀주는 요소가 있다.
쌈을 먹고 나면 졸음이 솔솔 온다는 말도 있다. 맞는 말이다. 상추 줄기에 들어 있는 유백색의 라튜카륨 때문이다. 진정제의 성분으로 쓰이는 라튜카륨이 최면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쌈을 먹다보면 밥을 많이 먹게 되고 이로 인한 탄수화물 과다섭취로 위액분비가 많아져 졸림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쌈이 맛있긴 하지만 쌈야채에 묻어 있는 잔류농약은 신경이 쓰인다. 잘 다듬은 야채를 5분 정도 찬물에 담갔다 흐르는 물에 씻는다. 깻잎은 잔털 사이에 농약이 묻어 있을 가능성이 많으므로 흐르는 물로만 씻어선 안심이 안 된다. 다른 야채보다 더 많이 비벼서 씻는 것이 좋다.
#쌈밥은 장맛!
쌈밥의 최고 파트너는 장이다. 많은 가정에서 식품회사의 ‘쌈장’을 이용하지만 여기에 살짝 양념을 하면 색다른 맛을 낼 수 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쌈 싸먹는 장은 짠 집된장을 슴슴하고 되직하게 만든 강(깡)된장이 원조다. 입맛에 따라 풋고추, 굵은파를 다져넣기도 한다. 또 고추장에 다진 쇠고기를 볶아 넣은 ‘약고추장’이나 두부를 부수어 넣은 ‘두부쌈장’, 멸치·새우·다시마 가루로 영양을 더한 ‘웰빙쌈장’, 다진 생마늘에 고추장, 참기름을 넣은 ‘마늘양념장’이 톡 쏘는 맛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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