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남자, 여자 - 제2화.

글쓴이 송인영님

등록일 2006-05-30 11:47

조회수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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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길 아침, 버스를 기다리며 길게 줄을 늘어 선 사람들, 버스가 겨우 오면 줄줄이 들어가지만, 이내 만원이 된다. 발도 올리지 못한 사람들을 버려두고 떠나는 버스, 그 버스 따라 가면 전철역 하나 보이고 마을버스에서 내린 사람들 후다닥 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개찰구 지나 플랫폼에 부랴부랴 뛰어 가면 열차 이내 들어온다. 문이 열리고 내리는 사람 없이 가득가득 사람들 미어 쑤셔 들어간다. 여기저기 비명소리도 들리고 지옥 같기도 하다.

 한 참을 지났나 싶더니 어디서 쿵, 쿵, 쿵! 뭐가 이리도 부디치는 소리 들린다. 소리 따라가면 소나다. 얼마나 골아 떨어졌으면 자리에 앉아 자기 뒤통수가 창문에 연달아 부디치는 줄도 모를까 싶다. 그러다 전철이 좀 급하게 서버렸는지 고개 획하니 젖혀지며 깬다. 부스스해 하며 뒷창문을 보는데, 내릴 역이다. 젠장스럽다. 문이 닫히려고 하자 후다닥 뛰어 내린다.

 계단을 따라 출구로 올라 온 소나. 햇빛 한 번 보고, 크게 한 숨 쉬어 본다. 이내 출근길을 재촉하며 걷는데, 저 앞에 왠 사람 하나가 길바닥에 앉아 고개를 파묻고 있다. ‘뭐야?’하면서 무심히 지나간다. 하지만, 이 멈춰지는 다리는 뭐란 말인가. 다시 뒤를 돌아 앉아있는 사람을 본다. 모양새를 보나하니, 한 일 년은 빨지 않은 듯 한 신발, 바지 사이로 드러나는 짝짝이 양말, 그리고 그 어느 지구인도 가지지 못한 개구리 손가락, 덥수룩한 머리 위에 쓴 커다란 헤드폰. 왠지 그 자식 같다. 다가가는 소나. 꾹꾹 어깨를 찔러 본다. 조용히 대답하는 주영.


주영 : 아직 안 죽었다, 가~


소나 : 주영씨, 여기서 뭐 해요?


 주영, 많이 듣던 목소리다. 그래도 여전히 고개를 파묻고는,


주영 : 넘어졌어요.


소나 : 근데, 왜 이러고 있어요? 많이 다쳤어요?


주영 : 아니오. 쪽팔려서.


소나 : 이러고 있는 게 더 쪽팔리겠다. 일어나, 빨리 가자.


 묵묵부답, 주영. 꿈쩍도 안한다. 그러면 너는 그러고 있어라 나는 간다, 일어나는 소나, 가려고 하는데, 덥석 소나의 발목을 잡는 손. 놀란 소나 돌아보니 주영이 소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소나 : 뭐, 뭐하는 거예요?


 한 참을 바라보다가, 마저 한 손으로 발목을 붙잡고는,


주영 : 엄마.


 놀라는 소나.


주영 : 엄마, 나 버리고 가지말어.


소나 : 뭐하는 거예요. 미쳤어요?


 주위를 둘러보는 소나, 지나는 사람들 여지없이 쳐다본다. 당황스러운 소나자기 바지를 잡아당기며,


소나 : 빨리 놔, 노라고, 좀!


주영 : 엄마, 나 버리지 마, 엄마. 앞으로 말 잘 들을게, 그러니까 나 데리고 가, 엄마.


 눈물을 글썽이는 주영. 소나 당황하다 못해 미치겠다. 아예 다리에 매달리는 주영. 다리를 흔들고 가방으로 머리를 치고 다른 발로 밀치고 난리다.


소나 : 야, 놔! 놔! 그리고 내가 왜 니 엄마야!


 점점 드라마처럼 흐르고 있다...


주영 : 엄마, 그러지마, 엄마. 그리고 나 안 울게, 그리고 밥투정도 안하고, 잘 먹고 나가서 돈도 벌어 올게, 그러니까, 엄마, 나 버린다는 말, 하지말어, 엄마. 응, 엄마?


 눈물을 주렁주렁. 소나 미치고 팔짝 뛰겠다. 다리를 빼려고 갈 때마다 질질 끌리며 딸려오는 주영. 사람들 수근 서린다. ‘뭐야?’, ‘연극하는거야?’, ‘몰래카메란가?’등등.


소나 : 이제, 그만 좀 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주영, 눈물을 닦으며,


주영 : 알았어, 엄마. 놓아줄게. 그 대신 나 잊지말고 그리고, 그리고, 행복해야 해, 엄마.


 그리고 후다닥 사람들을 뚫고 뛰어가는 주영, 뒤돌아보면서 한 마디 남기고 다시 뛰어간다.


주영 : 사랑해, 엄마!


 소나, 멍하니 뛰어가는 주영을 본다. 그러다 주위를 보니 사람들 소나를 보고 있다. 꽤나 많이 있다. 수명? 아니, 십 여 명? 그 보다 많이 수 십 명. 소나를 보고 감동 받아 눈물 글썽이는 어느 가녀린 쳐녀도 있고, 폰카로 사진 찍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경찰도... 송주영, 이 인간... 나를 병신 만들어 놨어...




즐거운 소나의 출근길, 그녀는 박수를 받으며 그 길을 지났고 사람들은 한 동안 그 모자(母子)를 기억했다. 인터넷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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