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김혜자 주연으로 한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란 드라마를 중학교 땐가 고등학교 땐가 굉장히 심각하게 본 기억이 난다..
그때 김혜자는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로 나왔었는데 결국 위암에 걸리고
가족들에게는 말도 못하고 무서워 하면서 짜증만 늘어갔었다,.....
결국 자신의 고민을 누구에게도 잘 말하지 못하였던.. 누구보다도 가까운 가족에게도
자신은 항상 퍼 주기만 하고 실 자신의 문제는 별로 나누지 못했던 여자....
어린 마음에 그때 정말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었던 생각이 난다.
어린 나는 나이 30이 되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의 엄마일거라 생각을 했고..
남편은 안경을 쓴 회사원에 하얀색 스피츠 강아지를 키우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너무나 순진하고 세상을 상상으로 만 생각했던 그 시절...
나는 김혜자 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 그렇게 생각했었다...
마치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하는 딸의 마음과 같이...
하지만 이제 나는 내가 어느덧 엄마를 많이 닮아 가고 있음을 느낀다..
나이 30이 넘어 유치원에 들어간 딸은 없지만
나에게 나이 30이란 것은 이제 이별을 준비할 때가 다가 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부모님...
철 없던 시절. 친구들과 비교해 왠지 뭔가 혜택을 덜 받고 있다는 생각에..
부모님의 지원이 부족하여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는 이기적인 피해 의식에
속을 썩여 들이기도 많이 했었고.
늦에 찾아온 사춘기에 못된 짓도 많이 했었다...
그럴 때마다 저거 언제 인간되나...하고 야단치던 부모님이 오히려 야속하기만 했던
나의 부끄러운 시절...
사람은 아쉬워 봐야 고마움을 안다고 했던가...
30이 넘은 이때 나는 고마움을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
예전에는 당연히 여겼던 많은 것들을 그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내가 고마워 해야 하는 일이었다는
정말 당연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깨닫는 것이 너무 늦었다는 것을 또 알게 되었다..
항상 크고 단단한 우리 아버지의 어깨가...
어느순간 할아버지의 근육없는 앙상한 어깨가 되어 있었다는 것..
이제는 호통치시던 그 모습은 어디가고 무기력한 분이 되어 있다는 것을
품을 떠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매일 함께 있었을 때는 몰랐던 엄마의 흰머리. 주름살..
뵐때 마다 .. 아.. 또 늙으셨구나..
우리 엄마가 할머니구나...
하는 것을 느낄 때의 가슴 저림은 30이 넘은 딸들이 모두 알고 있던 것이 아니던가..
잘해 드려야 하는데.. 잘해 드려야 하는데...
마음으로는 수백번 다짐을 하고 다짐을 하여도
사는것이 바빠서.. 내가 힘들어서... 하나 둘 미루다 보니
나는 또다시 불효녀가 되고 있었다..
마음으로는 용돈도 넉넉히 드리고, 매주 찾아뵙고 싶은 마음이지만
어디 사는 것이 그렇던가...
지갑이 얇다고,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매 주 해야 할 일들이 밀리고, 이번 주에는 어디 가야 한다고...
나는 또다시 핑계를 대고 있다..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릴 때는 철없는 딸로, 나이 들어서는 돌아온 불효녀로...그리고 더 나이들어서는
한껏 주다가 이제서야 서운한게 많은 그런 어머니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화창한 날씨에 나를 우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