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퇴근 직전에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주민등록증인가? 그거 필요하다고 선생님이 부동산 가서 떼오래'
부동산? 부동사아아안~~
중학교 들어간 뇬이 동사무소와 부동산의 기능도 모른다. ㅠㅠ
아무튼 시간이 늦어서 오늘 낮에 등본을 떼서 학교로 갔다.
점심시간이어서 인지 운동장에 개미같이 아이들이 가득 엉켜있는데,
아무래도 저 틈에 아들 넘도 끼어있을 것 같았다.
(딸뇬과 아들넘은 같은 학교 1년 선후배)
아무리 찾아도 그넘이 그넘 같다.
옷도 똑같고 머리도 똑같고 키고 얼추 비슷해서 영 찾을 수가 없었다.
딸뇬을 찾으러 들어간 곳이 급식소 앞
노랑 명찰을 단 아이들이 늘어서 있기에 물어봤더니 8반 이란다
딸뇬은 10반이니 반으로 찾으러 갈 것 없이 기다렸다가 주기로 했다
급식소는 콩나물 시루 같았다.
어깨를 치고 히히덕 거리며 급식소로 들어가는 넘들, 앞 친구 뒷머리 꽁댕이를 잡아당기며
히히덕 거리는 넘들..
급식을 마치고 나와 물 마시는 넘들이 우당탕 퉁탕 물컵을 집어던지고 뛰다 자빠진다
복도가 넘들이 흘린 물로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방송이 나왔다
'컴퓨터 반 놈들 빨리 안오면 디진다'
켁..
볼살이 통통하고 어쩐지 옷이 어벙한 일학년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왠 치마 입은 뇬 하나가 계단 손잡이를 온 몸으로 닦으며 내려오고 있었다.
뉘집 딸뇬인지 ..하고 혀를 차려는 순간, 뇬이 소리쳤다 " 엄마~!~!"
아침에 뇬을 학교까지 태워다 준 사실을 깜빡잊고 6.25 동란때 헤어진 뇬을 만난 것처럼
우찌나 방갑던지 , 뇬이 에미보다 몸무게가 약 4키로 정도 더 나간다는 사실을 잊어뿌고
끌어안았다가 허리 꺾일뻔했다.
등본을 꼭꼭 접어 호주머니에 넣어주고 헤어지면 다시 만날 것을 믿는 옴마와 뇬은
빠이빠이를 하고 돌아섰다.
급식실로 들어가는 뇬의, 치마가 튿어질 정도로 뒤뚱거리는 궁딩이가 어찌나 귀엽던지....
우째 저런 작품을 내가 만들었을꼬, 참말로 신비스러웠다.
운동장으로 나와 아들 넘에게 또 등본을 주려고 찾았다.
다 똑같이 생겨서 눈을 가느랗게 뜨고 살펴보는데,
왠 밤송이 같은 넘 하나가 맨발의 청춘을 몸소 실천하며 다른 넘들 머리위로
몸을 날리는 게 보였다.
야!!!!!!!!
운동장의 모든 넘들이 일시에 모든 동작을 정지하며 날 쳐다보았다.
날 발견한 아들넘이 날렵하게 달려나왔다
'너, 양말!!!'
점심시간, 쉬는 시간 가리지 않고 축구에 열중하며
학교에는 공부하러 오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축구하는 재미로 온다는 넘은,,
다른 넘들은 다 실내화를 신고 축구를 하는데
이 넘만 양말 차림으로 가로세로 뛰고 있었던 것이다.
어쩐지 아무리 사다 날라도 양말통의 양말갯수가 점점 줄어들더라니..
씻기를 무쟈게 싫어하는 넘이라 자는 방에 들어가서 점검하면
발꼬락이며 발바닥이 새까맣게 그슬려있어서 이것이 내 아들 넘의 발인가
까마귀 발인가, 몹시 에미를 헷갈리게 만들었던 그 원인이!!!
바로 맨발의 청춘!!!!
뛰어온 넘의 머리를 일단 한대 갈겼다.
'실내화!!'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간단명료하다
넘은 다시 뛰어가 얌전하게 실내화를 신고 왔다
등본을 건네주고 돌아서는 넘에게 다시 말했다
'엄마 뽀뽀!'
초등학교 다닐때만해도, 지가 먼저 옴마를 껴안고 지가 먼저 뽀뽀하고 그러더니
대*리가 컸다고 인젠 친구들 앞에서 옴마 팔짱도 안끼는 넘이다.
넘은 몇백명이 넘는 운동장 애들을 슥 훑어보더니, 0.1초만 옴마를 껴안고 얼른 돌아섰다
'됐지?' 하는 말을 남기고.
디런 넘...
옴마 한 번 안아주고 디럽게 생색내구 있네
차를 몰아 나오다가 잠시 멈춰서 아들 넘을 쳐다보았다
넘은 축구 골대와 친구들 몸을 요리조리 넘나들며 맹활약을 하고 있었다
난 다시 중얼거렸다
'공부를 좀 그렇게 해봐라. 나쁜넘 '
그래도 ...
싱싱한 연어처럼 햇빛을 안고 뛰어오르는 아들넘이
에미의 가슴에 향기로운 물처럼 넘실거린다.
너를 위해 나 살거니...
입 끝으로 아주 오래전 외웠던 시 귀절이 뱅뱅 떠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