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동에서 연지동으로 이사했습니다.

글쓴이 운영자

등록일 2006-02-26 23:49

조회수 6,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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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천선아입니다.

주말 저녁,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가 들리는 고즈넉한 시간입니다.

얼마전에 인사동에 다녀왔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입사해서 막내였던 웹디자이너와 함께 여기서 점심을 먹었거든요. 인사동으로 이어지는 종각 맞은 편 입구에 있는 공평동엔 드림미즈가 처음 문을 열었던, 2000년 부터 사용하던 사무실이 있습니다. 당시 종로 2가엔 국세청이 있던 종로타워가 그 위용을 자랑하던 때였는데, 그 건물 뒤로 낡고 오래된 고대 동창회관 6층 조그만 사무실에서 사이버주부대학을 만들었고, 회원들을 만났습니다. 야근을 할 수 없어 관리실 아저씨 몰래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고 일하다가 지청구를 듣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6층 사무실까지 숨차게 걸어 올라오던 택배 아저씨들의 원성을 받았던 기억들이 있던 그 곳을 지나쳐오면서 이 친구에게 이 사무실에서 일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잠깐 들려주었는데 감회가 새로웠답니다. ^^;

서너명 정도 한사무실을 사용하다가 차츰 일하는 식구들이 늘어날 때마다 사무실 칸을 늘리다가 이사간 곳이 바로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뒤에 있던 사무실입니다.

인사동이 가까웠던 공평동 시절엔 밥 값이 조금 더 쌌기 때문에 대학로로 이사했던 처음엔 밥 값때문에 투덜대곤 했지만 출근길만큼은 모두 좋아했습니다.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쳐서 사무실로 오는 길은 계절의 변화를 온전하게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한밤중에 사무실 바깥쪽 창문을 열면 까맣게 어둠이 깔린 낙산공원 밑으로 집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부러워 집에 가고 싶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도 사무실이 조금씩 비좁아지면서 이사하는게 좋지 않겠느냐는 불평을 들을 때마다 사무실 공간이 비좁더라도 이만큼 좋은 곳은 없다며 이사하는 걸 반대하곤 했는데, 정말로 대학로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면 잠깐씩 마로니에 공원을 산책할 수도 있었고, 주말이면 다양한 문화행사가 있었으니깐요.

드림미즈가 출발할 당시 우리집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였고 둘째 아이가 다섯살 되던 해였습니다. 주말에도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공평동 사무실 바로 근처엔 영풍문고가 있어서 아이들이 여기다 데려다 놓았고, 대학로에선 마로니에 공원에서 놀게 했는데, 벌써 엄마를 귀찮아 하는 나이가 되었답니다. 아이가 커가는 걸 보면서 내가 이 일을 시작한 시간을 가늠하곤 하는데 엊그제 낼 모레 중학교에 입학하는 큰 애가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콧잔등이 시큰거렸습니다.

2006년 2월 18일, 드림미즈는 연지동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대학로에서 채 10분거리도 되지 않는 곳이지만 주변 환경은 확 바뀌었습니다. 퇴근길 대학로의 번화했던 불빛은 더 이상 볼 수도 없고, 점심식사 시간엔 지하 식당으로 가거나 건물 주변의 새로운 밥집을 찾아 나서곤 합니다. 대학로에선 회식이라도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장소 걱정은 그다지 없었지만 이곳은 좀 걸어야 하고, 분위기도 사뭇 다르지요.
지난번 사무실은 세층을 나눠서 사용했는데, 이번 사무실은 모두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데도 더 조용해졌고 한층 쾌적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이 달라졌습니다. 대학로 사무실 바로 아래층엔 음악학원과 극단이 있어서 비좁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대부분 10대나 20대들이었는데, 여긴 여전도회관이고 보니 나이지긋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행동이나 말투가 당연히 조심스러워지곤 합니다. 가까운 곳에 전철이 없어서 출퇴근 길이 모두 많이 길어졌는데 지름길을 찾으면서도 별로 불평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보면 이곳이 지난번보다는 더 좋은 모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간혹 관리실에서 일하는 분들을 만나는데 모두 어찌나 친절하신 지, 깜짝 깜짝 놀라곤 합니다. 3년 이상 살았던 대학로 사무실에서도 관리실 분들과 친하게 지내긴 했지만 이곳의 관리실 어른들은 지나칠 만큼 깍듯할 뿐만 아니라 식구가 많다보니 일손이 더 늘었을터인데도 우리들이 불편해 할까봐 더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속에서 저희를 반겨주시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감동입니다.

건물 3층 전층을 모두 쓰는 것은 아니라서 아직 비어 있는 건너편 사무실로 누가 이사올 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보다는 그쪽마저 우리가 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않았지만 암튼 연지동 시대를 맞아 모두 가슴 부풀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무실엔 새로운 식구들도 더 늘었고 모두 분주한 모습인데도 나는 허둥지둥거리면서도 자꾸만 깊은 생각에 빠져들 때가 많습니다.

이사를 하고서 벌써 일주일이 후딱 지났습니다. 드림미즈는 왜 창립기념일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지만(먹고 사는 일이 바빠서 그게 중요한 날이라는 사실도 잊고 있었고 챙길 엄두도 못해봤지요) 낼 모레가 미즈 사이트 6주년을 맞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 게시판 바로 밑줄에 제가 작년 이 맘 때 생일상도 차리지 않고 지난 미즈 이야기를 써놓았더군요. 그 사이 게시판에 글 한줄 올리지 않았던 게으름에 대한 반성도 해야겠지만, 그보다는 이젠 새롭게 시작하는 연지동에서 미즈도 새로운 출발을 먼저 다짐합니다.

항상 그랬지만, 올해도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하루 하루 계획대로 되지 않아 조급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신없이 좌충우돌하면서도 조금씩 한발을 앞으로 내딛으며 성장해온 미즈였기에 이젠 조금 더 힘을 보태고, 실어서 힘차게 일어서는 미즈가 되고 싶습니다.

얼마전 치자님께서 사이버주부대학의 빵빵학번인 향기방 식구들이 농담삼아 이젠 졸업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말씀을 주고 받으셨다는데 제가 생각이 짧아 졸업식을 못해드린 게 더 큰 실수지요. 사이버주부대학에서 화려하게 변신한 미즈의 맏언니 역할을 꿋꿋하게 해오시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내 아이가 이제 중학생이 된 것처럼 ...나름대로의 연륜이라면 연륜이랄 수 있는 시간과 함께 미즈도 변함없는 넉넉함으로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꿈꾸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젠 나 뿐만 아니라 주위도 더 살피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가 실렸고, 또 대한민국의 여성들이 모두 함께 모여 자신의 꿈을 키우고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힘찬 내일을 만들어 가는 산실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도 키우고 있습니다. 함께 나눌 수 있는 넉넉한 공간, 서로 다둑거려줄 수 있는 따듯한 마음, 격려와 꿈을 갖고 비상할 수 있는 미즈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저는 예나지금이나 마음부터 앞서고 앞뒤없이 허둥거리는 모습은 여전한 듯 싶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버텨왔고, 앞으로도 힘차고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이제까지 미즈와 함께 해주셨고 미즈를 믿고 아끼는 회원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당신들이 있어 미즈가 있으니깐요. 미즈는 당신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에 답답할 때도 많지만, 언젠간 모두 환하게 웃으면서 옛날 이야기 할 때가 있겠죠.

앞으로도 많이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셨으면 합니다. 언젠가 미즈를 위한 헌신을 다짐했던 글을 썼던 적이 있는데, 저는 항상 그 마음 그대로 제 자리를 지켜 나가고자 합니다.

항상 사랑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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