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지하철역으로 향하던 중이었습니다.
가는 길이 어둑어둑하여 찻길에 바싹 붙어서
되도록 얼굴에 빛이 환하게 비치도록 걷고 있었지요. ㅡ.ㅡ;;;
마주 오던 두 여인이 제게 길을 물었습니다.
"근방에 가까운 큰 서점이 어디 있나요?"
주변 지리를 잘 몰랐으나, 야밤에 길을 묻는 사람들이 딱해 보여서
"죄송합니다만 저도 몰라요. 그런데 이곳 주변에서 서점을 찾는 것보다 몇 블럭 더 가면 영풍이나 교보가 있으니 그곳으로 바로 가시는 게 빠를 듯 싶네요."
나름 빠른 방법이라 생각되어, 대답해 주고도 내심 뿌듯해 하고 있었습니다.
안내해 주고 가려는 나에게, 통통하고 눈이 부리부리한 여인이 대뜸 제 피부가 좋다며 칭찬했습니다.
칭찬이야 언제들어도 기분이 좋죠. 모르는 사람이 칭찬해 주니 더 좋더라고요.
피부가 깨끗하다, 환하다, 매끈하다 칭찬 일색이던 그녀가
갑자기 이야기를 더 나누자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늦은 시각에, 처음 본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다니.. 아차 싶었습니다.
'도를 아십니까'의 그들이었습니다. ㅜ.,ㅜ;;;
두 명의 여인이 저를 애워 싸고 전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습니다.
통통하고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그녀가 자꾸만 코코아 한 잔을 사라고 종용했습니다.
옆에 있는 다른 여인은 졸린지 눈만 꿈뻑 거리고 있고요.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때 마침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살았다' 싶어서 약속이 있는 것처럼 하고 가려고 하는데..
그럼 좋은 얘긴 다음에 나누고..(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조상과 가족 얘기를 하며
초값이라도 헌금하라고 하는 겁니다.
칼만 안들었을 뿐.. 이건 완죤.. 어흑 내 팔자야.
심히 불쾌하고 찝찝했습니다.
이런 경우에 대개 어떻게들 하시는지..
매몰차게 뿌리치자니 혹여 가족에 누가 갈까 염려되고 달라는 대로 주자니 내가 바보 같고.
여튼 찝찝한 만남이었습니다.
고로 밤길에 혼자 다니지 말자! 칭찬한다고 혹 하지 말자! 인상 구기고 다니자! 그런 교훈을 얻었죠.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