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즈를 타고 다닐 때,,사람들은 말했다
' 차랑 주인이랑 분위기가 똑 같네!!'
깜찍하고 귀엽고 발랄하고 착한 분위기????
그들은 또 말했다
'차도 작고 주인은 더 작고!!'
3년간 타고 다닌 마티즈가 트럭과 추돌후 쫘악 찢어지는 꼴을 본 후
주위의 권유로 차를 바꿨다
가스비가 경유보다 훨씬 싸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선택한 나의 카렌수..
서울에서 울산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왕복하며 살 길을 모색할때,
나의 카렌수는 휴게소에서는 내 숙소 역할을 했고 햄버거 입에 물고 운전할 때는
내 식당 노릇도 하였다
일년에 8만 킬로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혹시 택시영업 하느냔 소리까지 들어야 했던
나의 카렌수..
세번의 충돌 사고로 여기 저기 성한 곳이 없어 이제 겨우 4년차에 접어들지만 남들에게서
10년 넘게 탄 게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는 내 카렌수
내 카렌수는 흰색이다
그런데 남들은 가끔 회색이거나 회색비스무리하게 새로 나온 색상의 신차종인줄
착각할 정도로,,,,차가 .........디럽다....
차 안은,,,더 디럽다...
온갖 샘플 나부랑이, 여기저기 쌓인 박스들,, 신문지 쪼가리,, 애들이 먹다 버린 과자봉지
(애들도 옴마차를 거의 쓰레기 통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차만 본 사람들은 저 여편네 무진장 디럽게 하고 살거라고 짐작하곤한다
요즘 내 옆댕이에 붙어있는 모 모 인사도 처음엔 '얼굴만 예쁘지(^^*) 살림은 디럽게 못할거 같다'
고 생각했다고 한다
내 카렌수에는 여인이 향기가 물씬 풍기는,,,, 방향제 하나도 없다
넘들 다 달고 다니는,,,인형도 한개 없다
당근 방석도 한개 없다
그냥, 짐 싣고 다니는 짐차의 용도에만 충실할 뿐이다..
지난 토요일 .. 바쁘다는 핑계로 3개월이 넘도록 빗 물 외에는 묻혀 본 적이 없는
내 카렌수를 위해 모처럼 세차를 해주기로 했다.
일단 물세차를 한 후, 찌든때를 제거하는... 스프레이를 뿌려서 닦았다..
닦은 곳과 안 닦은 곳의 명도 차이가 너무 확연하여.. 아, 쫌 부끄러웠다...
카렌수 찌든 때 제거하는데, 접고 접어서 닦았는데도 수건 세장이 날아갔다....
진짜 디러웠다..
차 안을 정리하자,,, 세차장의 커다란 휴지통이 금새 가득찼다.. 미안했다..
찌든 때 제거하고 잔흠집 제거해주고 왁스 발라서 광택도 내주었다.
재투성이 아가씨에서 멋진 공주님으로 변신한 신데렐라 같은 내 카순이를
보는 순간,,
온몸의 삐그덕거리는 관절도, 어긋 난 것 같은 어깨관절의 아픔도,,
순식간에 날아가고,
'신이시여, 이 세차를 제가 했단 말입니~~'라는 감격에 휩싸였다
5000 킬로 마다 한 번 갈아야 한다는 엔진 오일을 3만 킬로가 넘어서야 갈아줬다
4만 킬로마다 갈아줘야 한다는 밋션 오일도 기분 좋은 김에 갈아줬다
(밋션 오일 간지 8만 킬로가 넘었다는 기사님의 말씀.. 쩍 팔렸다..)
타이어에 펑크났는데도 잘도 끌고 다녔다는 칭찬의 말씀을 들으며
펑크도 때워줬다.
그리고 주차장에 파킹을 해 놓으니... 헉.. 이게 정녕 나의 카순이었단 말인가?
비록 옆구리가 울그럭 불그럭 찌그러졌어도
뒷 범퍼가 어딘지 모르게 부딪혀 시커멓게 까졌어도
썬바이저 한개가 부러져 세짝만 달려있어도
저렇게 눈부신 자태를 요염하게 뽐내고 있는,, 저 미끈한 카렌수가 정녕
나의 카순이란 말인가?
가장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늘 나와 함께 있었던 나의 친구..
울고 싶을 때, 문짝 잠궈놓고 소리죽여 울 장소를 제공해주었던,,
삶의 무게에 짓눌려 두려움에 떨때, 운전대를 쓰다듬으며 할 수 있다고
해 낼 수 있다고,, 다짐을 두며 위로를 받던, 내 친구..
피로에 못 이겨 갓 길에 세워두고 문 잠궈놓고 곯아 떨어질 때
나를 든든히 지켜준 나의 친구..
남들은 말한다.
이제 차 바꿀때가 되지 않았냐고..
나는 말한다
비록 이제 슬슬 말을 안듣고 돈 잡아 먹는 고물로 변해가지만
폐차할 때까지, 절대로 바꾸지 않을거라고.
내 카렌수는,
내게 있어서 단순한 차가 아니라
가장 힘겨운 삶의 시기를 나와 같이 넘겨준 내 친구인 것이다
오늘도 삐그덕 거리는 차의 시동을 걸며
'아자~!! 출발이다~!' 하고 힘차게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