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이 "꽃"이란 시에서 말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면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고.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은데,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은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오늘은 김춘수 님의 시가 나의 이야기 같습니다.
나 또한 누군가 때문에 웃고, 나를 웃게 해주는 그가 고맙듯이..
누군가 나로 인해 ..그가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그가 웃는 걸 보는 게 즐겁고 행복하여..
그런 일에 골몰하였던 적도 있었습니다.
나이 들수록 내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격려가 되고
그래서 같은 길을 가는 일은 그냥 덧없는 ...꿈이려니...
오늘 사무실에서 생일을 맞은 한 처자에게 배달되어온 꽃바구니에 ...
모두 부러운 한마디를 보태는 걸 보면서,
또 그 이야기에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하는 처자의 모습을
망연히 바라보면서 좋을 시절이려니 ... 그녀가 문득 부러웠습니다.
나도 살았을 그 한때가 있었을지라도...
오늘 내가 김춘수를 생각하는 것은 청춘들의 짝짓기가 아닌...
책상에 고개 처박고 하루 종일 잠과 싸우다가..
저녁 무렵 겨우 정신차리고 하루를 돌아보고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의 내가 가지는 존재감 때문이었습니다.
나이 마흔에 강팍해질대로 강팍해진 한 인간...은
내내 머리 속의 어지러운 상념과 망상들을
그냥 툭...던지고 맙니다.
냅둬.
그냥 자기 이름 부르면서 자기 스스로 존재감 살려가면서 살라고
꽃이 아니어도 좋다고...
아무리 흔들어도 꿈쩍도 하지않는 고목 사이에서
혼자 방방거리다가...지쳐 나자빠져서는...
그렇게 외칩니다. 그냥 냅두자.
너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인생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