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tvN 알쓴신잡 캡쳐본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가 한 말이 있다. “책은요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고 산 책 중에 읽는 거에요.” 이 말을 보고 집에 쌓아져 있는 책이 생각났다면 당신은 어쩌면 츤도쿠일 수도 있다. ‘츤도쿠’란 앞서 말한 것처럼 책을 사서 읽지 않고 쌓아 두는 일을 뜻한다.
츤도쿠는 일본 저서 모리센조가 쓴 19세기 문헌에 나오는 표현이다. ‘읽다’의 도쿠(読)와 ‘쌓다’의 츠무(積む)가 합쳐져 방대한 책을 가지고 있지만 읽지 않는 선생을 풍자하고 있는 뜻이다. 비꼬는 말로 들릴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책을 구매하는 것은 지적 욕구가 있다는 증거이고 단순히 책을 쌓아 놓는 의미로만 해석한다.
츤도쿠와 비슷한 의미로 한국에서는 책을 많이 가진 사람을 ‘장서가’라고 부른다. ‘장서가’임에도 불구하고 읽지 않는다는 의미인 츤도쿠, 어쩐지 한국에서는 조금 기이하게 다가온다. 지난해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작년 독서율은 59.9%이다. 이는 1994년 독서실태조사를 시행한 이후로 사상 최저라고 한다. OECD 평균 연간독서율(76.5%)보다 현저히 뒤처져 있는 성적표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츤도쿠’는 기이한 현상이다. 책은 쌓아둘 정도로 많이 사지만 연간독서율은 사상 최저치, 모순이다. 그렇지만 많은 책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교육 성취도, 지적 욕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믿을 수 있는가?
실제로 사회학 및 통계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회과학 연구’ 최신호(10월 2일 자)에서는 교육 성취도와 학업성적에 대한 긍정적 영향이 책을 쌓아두는 것과 연관이 짙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호주국립대 사회학과, 미국 네바다대 응용통계학과와 국제 통계센터 공동연구진)
이 공동연구진은 25~65세 성인남녀 16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PIAAC(국제성인역량조사_각국 성인을 대상으로 사회적 능력을 분석하는 조사) 시험에 앞서 아동기, 청소년기에 책이 얼마나 있었는지 묻는 환경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PIAAC 시험 결과와 설문조사를 비교 분석한 결과 어린 시절 책이 많이 있는 분위기, 혹은 환경에서 자란 성인들이 언어능력과 수학, 컴퓨터 활용능력이 더 뛰어다니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연구 결과가 중요한 것은 “책을 읽었다”는 개념보다 “책이 있었다”는 기억만으로 인지능력과 학업 성취도가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또한 “책이 있다”는 장서의 개념은 80권~350권 이상이어야 영향이 있다고 한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책이 많이 있는 환경에서 한 줄이라도 습득할 가능성이 더 큰 것은 당연하다. 책을 보면서 지적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어떤 지적 욕구를 지니고 있는지 파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만으로 책의 좋은 지식을 흡수할 수는 없을 터, 결국 “읽는” 행위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 그 사실을 깨닫는 사람들은 ‘츤도쿠 모임’을 만들어 함께 만나 책을 읽는다. 최근 한국에서도 츤도쿠 모임이 많아지고 활성화되는 스터디가 굉장히 많다. 이러한 모임을 통해 여러 사람이 한 곳에 모여 같이 읽어 보자는 의지가 타오르기 때문에 완독을 가능하게 만든다.
‘츤도쿠’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보자. 마냥 책을 쌓는다고 자책하고 비난하는 태도보다 중요한 것은 츤도쿠를 활용하고자 하는 본인의 의지이다. 일본의 시마 고이치로는 "츤도쿠를 줄일 게 아니라 오히려 츤도쿠를 활용하는게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마음으로 한 줄이라도 읽을 수 있는 긍정적인 생각이 발현되기를 바란다.
by. 박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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