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글쓴이 SarA

등록일 2009-04-21 14:17

조회수 1,170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지난 6월초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하고 우리집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선한 눈망울에 보드라운 흰색털을 가진 6개월된 진돗개 구름이.


마당이 있는 집에 살게 되면 동물을 키우게 해주겠다던 딸과의 약속을 지켜야만 했던 나에게


구름이와의 동거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기도 했다.


일주일 전부터 이름을 지어놓고 구름이를 기다리던


어린 딸의 소망을 더이상 무슨 명분으로 외면할수 있었겠는가.



밤 11시 넘은 늦은 시각에 우리집 마당에 도착한 구름이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차안에서 몇시간을 갇혀 있었던 탓에 몹시 예민해져 있었다.


온가족이 녀석 앞에 몰려 앉아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애를 썼다.


우리집을 사이로 양쪽 단독주택에서 키우는 개들이


서로 견제하듯 짖어대던 30분여분이 나로서는 몹시 괴로웠지만


이토록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녀석에 대한 애처로움으로 견딜수 있었다.


남편 말대로 녀석은 너무나 온순한 성품을 지녔고,


내 집에 들어선지 한시간여만에 보여준 그 완벽한 적응력에 놀라웠다.


겨우 낯을 익힌지 하루만에 나의 퇴근길을 온몸으로 맞아주는 녀석의 충직함 때문에


동물과의 스킨쉽에 낯설기만 했던 나의 마음도 허물어지듯 열려가고 있다.



그런데 며칠전, 저녁식사를 마치고 TV앞에 둘러앉은 자리에서


어머니는 나직한 목소리로 당신의 의견을 전하셨다.


"소민에미야, 우리 저 개를 느이 시골로 보내고 집안에서 키우는 작은 애완용 강아지로 바꾸면 어떻겠니?"


구름이의 용변에 날파리가 끼어들 새도 없이 물로 빡빡 청소를 해대는 깔끔한 어머니는,


곧 다가올 겨울 혹여 그 빙판에 당신 딸이, 당신 손녀가


넘어져 다치기라도 할까봐 벌써부터 걱정을 하고 계셨다.


그런데, 어느새 어린 딸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더니 얼굴을 감싼채 울고 있었다.


그때 싸하게 아파지던 내 마음의 정체는 모든 생명체와의 관계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연민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간표까지 짜서 제 덩치만한 개를 끌어 안고 목욕을 시키고, 산책을 시키고,


제 용돈을 털어 녀석의 간식을 사다 먹이고,


심지어 제 용돈으로 사온 침대 패드까지 녀석에게 아낌없이 내어주었던 딸은


어느새 구름이와 정이 들대로 들어버린 것이다.


"소민아, 구름이 안보내. 안보낼거야. 걱정하지마."


나는 고개를 있는대로 떨구고 있는 딸을 그렇게 달래주어야만 했다.


칠순의 노모가, 일하는 당신 딸 손에 물한방울 안묻히려고 살뜰히 집안살림을 해내는 것만도 감사한데


그것도 모자라 일을 하나 더 보태드린 그 미안함 때문에 나로서는 잠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지만


그순간 내 감정의 흔들림은 솔직히 구름이에게 이미 기울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마당을 지키고 있는 녀석 때문에 마음이 든든했고,


학교로 직장으로 모두 떠나고 홀로 남는 노모가 녀석 덕분에 훨씬 덜 안쓰러웠고,


내 품에 달겨들어 손을 빨아대는 녀석의 단순한 사랑 때문에 이따금 벅찬 기쁨이 밀려왔다.


어쩌면 나는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 다음으로 이런 맹목적인 사랑을 느끼는 중인지도 모른다.



"엄마, 힘드시겠지만 우리 조금만 더 이대로 지내봐요. 가족이잖아..가족은 그런거잖아..겨울에 닥칠 일은 우리 그때가서 부딪히자구요.."



나는 그렇게 상황을 종료시키며


갑작스런 어머니의 제안으로 인해 어느새 가족으로 깊숙히 자리잡은 녀석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우리가 너를 사랑한다고, 녀석도 그맘 알고 있겠지.


구름아, 엄마 왔다~~


그렇게 떠들석하게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일상의 변화가 무척 고무적이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글수 글수(36,586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가족의 탄생 17 SarA2009-04-211171
20518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7 SarA2009-04-201606
20517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5 SarA2009-04-201816
20516   강해 보일 필요는 없다... 일마레2009-04-201351
20515   딸기...밭.. 1 또미2009-04-202074
20514   4월 20일 월요일,곡우,장애인의 날~ 1 공룡킹2009-04-201589
20513   모나리자와 유도가화 1 현이2009-04-201350
20512   철쭉꽃이 참 다양하죠? 2 현이2009-04-193249
20511   일요일 아침부터 부엌에서... 1 공룡킹2009-04-191516
20510   영어학습에도움이되는제품은어떤것? 황금돼지..2009-04-181484
20509   신랑의 위로 음식~ 3 공룡킹2009-04-181293
20508   경희대 캠퍼스에 다녀 왔어요 2 현이2009-04-181456
20507   드뎌 카메라 렌즈가 왔네요~ 1 돌잔치는..2009-04-171499
20506   저 어쩌면 좋을까요? 2 공룡킹2009-04-171289
20505   날씨 정말 좋네요. 3 스테파노..2009-04-171548
20504   소풍가기 넘 좋은 날씨네요... 2 공룡킹2009-04-171339
20503   화사하구 우아한 산 철쭉이 예뻐요 2 현이2009-04-171506
20502   넘~~나쁜 엄마인가 봐요. 4 공룡킹2009-04-161893
20501   엄마같은 할머니를 도울 방법이 없네요. 1 낙랑공주..2009-04-161447
20500   쌉사름한 열무김치로 저녁을 맛나게~ 1 지니맘2009-04-161431
20499   조팝나무 꽃 2 현이2009-04-161584
20498   커밍아웃은 어려워 9 디토2009-04-161402
20497   사람의 폐에서 전나무가 자랐다네요... 3 일마레2009-04-161316
20496   아이들 영어공부에 도움 될것같아 올려봐요 2 얼큰이맘..2009-04-151917
20495   머리 염색하러 갔다가.. 1 또미2009-04-151809
20494   POP좋아하세요? 1 미미네2009-04-151224
20493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3 공룡킹2009-04-152019
20492   다이어트 식이요법이 중요하다는데 1 송현순2009-04-151219
20491   향이 좋은 라일락꽃 2 현이2009-04-155238
20490   산뜻한 인테리어 8 토실이2009-04-141350
20489   분유선택도와주세요. 2 하나의사..2009-04-141319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