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양배추

글쓴이 치자

등록일 2002-04-26 16:37

조회수 4,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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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양배추속에 꼭꼭 숨긴 여자의 비밀...




가끔 서글퍼질 때가 있다



세탁기로, 이리저리 정신없이 오가며 일하다가



문득 우울해지는 날



살림아! 저리 가라...



두 손 그냥 내려놓고 싶은 날



우리 여자에게도 그런 날이 있는 거다



그저 한 번 건네주는 남편의 따뜻한 말



한 마디면 풀어질 마음인데



막대기 같은 남편은 그걸 모르고



아이는 엄마 마음 같은 건



아랑곳하지 않은 체 조르며



풀 향기 한 번, 꽃빛깔 한 번



여유롭게 구경할 수 없는 그 마음에 먹구름이



그런 날, 야채 가게에 가지



동그란 양배추 하나, 당근 한 개, 감자,버섯



싱싱한 녀석들을 골라



장바구니를 채워 보는 거야



요리를 하는 거야



꼭 막힌 내 마음을 열어 보이듯



양배추를 몇 등분하고



당근, 감자 송송 채 썰면서



남편에게 못 다한 이야기를 해 보는 거야



왜 가끔 서글퍼지는지 낱낱이 말해 보는 거야



보들보들 버섯 하나하나 손질하면서



아이에게 주고 싶은 이야기도 털어 놓고



사랑하면서, 자꾸 야단치게 되는 엄마 마음을...



그 양배추 속에 꼭꼭 채워 넣고



살짝 끓여 내는 거야



양배추가 익는 동안



녹말가루를 풀어 걸쭉한 소스를 만들고



걸쭉하게 노래 한 곡도 불러 보고



내 마음속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생각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비워지는 듯 하네



맑아지는 듯 하네



양배추 속에 어떤 비밀이 담겼는지 모르면서



사람들은



식구들은 잘도 먹네




자유원님



오랫만이네요



예전에 이 글보고 눈물짓던 생각이 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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