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변산으로 이주한 까닭이 무엇일까? 다향이를 자주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공동체아이들에게 내가 가진 걸 나눠줄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빚 내지 않고, 바닷가에 땅을 사서 2층집을 짓는 것입니다. 그래 2층에
세 식구가 살면서 1층에서 커피를 팔면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지 싶었지요.
내가 생각하는 카페는 단순하게 커피를 팔아서 이익을 얻는 곳이 아닙니다.
바닷가를 중심으로 시장조사를 하면서 ‘한철장사’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는데
나와는 맞지 않습니다. 손님으로 왔다가 친구가 되는 곳, 삶에 지친 이들이
위안과 힘을 얻어나가는 곳, 정기적으로 음악회가 열리고, 젊은 화가들의
작품전시와 판매가 이루어지는 곳, 지역민들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곳이지요.
하지만 바닷가에 자투리땅을 찾기도 힘들뿐더러 있어도 턱없이 비쌉니다.
그래 그 생각은 접었습니다.
대신 다른 방안을 두 가지 정도 세웠습니다. 차라리 부안군으로 거처를 옮기고,
매장을 하나 빌리면 어떨까? 변산반도의 바닷가는 물론이고, 부안군 내에도
커피가게는 많지만 맛있게 하는 곳이 없으니 먼저 깃발을 꼽아볼까? 하는 것이지요.
또 아예 커피를 접고, 전북대와 전남대의 평생교육원에 ‘결혼준비모임’을 개설하면
어떨까? 중고등학교에서 양성평등강의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고.
그런데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아이의 말을 들은 정희씨가 말합니다.
당신이 올라가서 다향이 뒷바라지를 하라고. 한창 일할 나이에 갓난아이를 돌보라고
주저앉힌 아내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말합니다. 살림과 아이의 육아, 교육을
담당해온 나의 자존감을 세워주는 대신에 상처를 주면서 그렇습니다.
이제 내 나이 오십. 지금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를 잃어버릴 텐데….
아빠와 남편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내 인생도 소중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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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차리는 남자
서울에서 일을 구하면 좋을 텐데 워낙 전무가들도 많고, 집세도 비싸지요.
그것을 극복해낸다고 해도 오랫동안 아내와 떨어져 지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고요.
그래서 아내가 서울로 발령을 받아서 다향이를 돌보면 어떨까 하는데 대답이
없네요. 같은 육지에만 살아도 얼굴 보기가 한결 쉬울 텐데...
답글
소엽
서울에 와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시는 건 어떨지요?
가족의 행복을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분 같아서...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