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 할 일 - 도종환,

글쓴이 퍼블

등록일 2014-06-09 18:00

조회수 684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기뻐 할 일 - 도종환


"참 기쁜 일이다. 이렇게 느끼고 싶을 때가 있죠?

선생님은 어떤 때 그런 기쁨을 느끼세요?"
연초에 덕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갑자기 받은 질문이라 대답할 말이 금방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차를 타고 가다가 빨간 신호등이 제 바로 앞에서
파란 신호등으로 바뀔 때에요.
우리 인생길에서도 앞 사람들은 길을 건너갔는데 당신은 거기 서라는
신호를 받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정반대로 이제 멈추어야 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갈 수 있도록
신호가 바뀌었을 때 그런 때 참 기뻐요."

--저는 어떤 일이 이루어졌을 때 기쁨을 느끼죠.
한동안 글이 안 쓰여지다가 어느 날 시 한 편을 완성했을 때 그럴 때 말이에요.

"또 있어요. 바위틈에 꽃이 피어 있는 걸 볼 때나 보도블록 사이에
작은 민들레가 피어 있는 걸 발견했을 때요."

--한동안 잊었던 제자들이 어른이 다 되어 연락이 왔을 때나
전화나 편지로 안부를 물어올 때나 꼭 지금의 내 마음을 말해 주고 있는
글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나이든 사람끼리 어린애처럼 그런 대화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
그동안 작은 일에 기뻐하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잊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못한다고 속상해 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주위에 늘 내가 하는 일을 알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걸 기뻐해야겠습니다.

하는 일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답답할 때가 많지만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힘과 재능을 주신 것을 기뻐하고 감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아이들이 남의 아이들보다 더 뛰어나지 않아서 조바심이 나기도 하지만
비뚤게 크지 않고 잘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남보다 더 튼튼하거나 빼어난 몸매를 가지지 못했다고 주눅들 때도 있지만
병원 문을 나설 때면 우리가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을
기뻐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주위에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쁨. 엷은 햇빛으로 꽃 한 송이를
기를 수 있는 기쁨. 추운 겨울날 따스한 털목도리를 두를 수 있는 기쁨.
하루에 다만 몇 분이라도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기쁨.
생각해 보면 우리 주위엔 기뻐할 일들이 많습니다.

내가 다른 이들에게 반갑고 기쁜 사람으로 살고 있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한 통의 편지와 같은 사람. 얽혀 있는 일의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어주는 사람. 돌멩이에 걸려 넘어진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멀리서 예쁜 카드와 함께 배달되어 온 꽃바구니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일 것입니다.


도종환 시인의 엽서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글수 글수(36,601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39639   [날씨] 오늘도 곳곳 소나기…더위 주춤 기상이2014-06-10607
39638   6월 10일(화) ㅁ궁화2014-06-10604
39637   퇴근 모드~ 4 소엽2014-06-10918
39636   돼지바 영상이 엄청 재밋네요!!ㅋㅋ sanada2014-06-10620
39635   남편의 생각과는 다른 정희씨. 2 밥상 차..2014-06-10661
39634   아빠의 생각과는 다른 다향이. 2 밥상 차..2014-06-10678
39633   까치가 2 기쁨2014-06-10642
39632   6월10일,화요일-오스카 와일드는 말했다 사교계여..2014-06-10651
39631   남동생에게 받은 가족CF ! 감동이였어요 ㅎㅎ 랄라2014-06-09665
39630   산딸기. 퍼블2014-06-09876
39629   기쁘 할 일 - 도종환, 퍼블2014-06-09685
39628   월요병이예요...ㅠㅠ 2 링링이2014-06-09683
39627   외출하고 왔어요.. 1 테디베어..2014-06-09653
39626   넘 더워서 못 잤어요..ㅠㅠ 1 마시멜로..2014-06-09735
39625   주말에 기분전환하기 딱좋은 샤틴 오간자 원피스 ^.^~ 1 blooming..2014-06-09700
39624   6월9일,월요일-여름의 정취 속으로! 1 사교계여..2014-06-09860
39623   연일 2 기쁨2014-06-09692
39622   내일은 강남으로.. 1 테디베어..2014-06-08730
39621   배고프네요..ㅎㅎ 1 마시멜로..2014-06-08856
39620   넘 피곤해요.. 1 링링이2014-06-08606
39619   새벽이 기쁨2014-06-08643
39618   6월8일,일요일-‘치아의 날’… 양치질 한번 더? 사교계여..2014-06-08615
39617   어제밤에는~ 소엽2014-06-07806
39616   연휴다보니..ㅠ 2 희망이2014-06-07595
39615   빨래 잔뜩 했네요.. 2 테디베어..2014-06-07563
39614   파주 다녀왓어요.. 1 마시멜로..2014-06-07599
39613   연휴는 2 기쁨2014-06-07632
39612   6월7일,토요일-즐거운 휴가가 눈앞에 보이는 듯 1 사교계여..2014-06-07647
39611   [날씨] 다시 초여름 더위 1 기상이2014-06-06600
39610   오늘은 현충일 1 ㅁ궁화2014-06-06593
39609   현충일인데 2 기쁨2014-06-06669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