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씨, 다향이랑 목욕탕에 다녀올까 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때요?”
“안돼요.”
“왜요? 엄마들도 남자아이를 여탕에 데리고 가잖아요.”
“그건 괜찮지만 여자애를 남탕에 데려가면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 거예요.”
“정희씨, 그건 오해예요. 누가 어린아이를 보고 이상한 생각을 하겠어요?”
“아무튼 안돼요.”
“……?”
가만히 있어도 땀범벅이 되는 여름. 5층 아파트의 5층. 천장에서 복사열은 뿜어져 나오고,
환기조차 원활하지 않은 집.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복도만 있을 뿐 거실조차 없는 곳. 어린
딸은 물장구를 치고 싶어 하지만 겨우 한사람이 샤워를 할 만한 공간의 화장실에서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의 의견을 물었던 건데.
“제가 다향이랑 목욕탕에 가면 이상할까요?”
이튿날, 같이 육아모임을 하는 젊은 엄마들한테 물어보았습니다.
“왜요? 지금 안 데리고 다니면 또 언제 그런 기회가 있겠어요?”
그 말에 힘입어서 용기를 냈습니다. 처음 목욕탕에 간 다향이는 대야에 물을 받아서 마음껏
물장난을 치고, 비누거품놀이를 했습니다. 또 “아빠. 앉아봐.”하고는 씩 웃으면서 아빠의
등에 비누칠도 하면서 잘 놀았습니다.
아이들은 늘 콧구멍에 바람을 쐬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장마철이나 한겨울에는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늘 아이를 안고 다녀도 남자의 몸으로는 이웃집의 방문에 제약이 따릅니다.
그것을 고민할 때 과천시민회관에 영유아수영반이 있다는 말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갔지요.
그런데 강습반의 이름이 ‘엄마랑 아가랑’입니다. 이런 젠장. 아이는 엄마만 돌보라는 법이라도
있나?
우여곡절 끝에 ‘엄마랑 아가랑’반에 등록을 했습니다. 다향이랑 샤워를 하고 수영장으로
들어섰는데 아뿔싸! 일고여덟 명의 젊은 엄마들이 아기들을 안고, 고무재질의 작은 풀
안에 앉아있습니다. 나도 엄마들도 수영복차림입니다. 그 작은 공간에 다향이랑 들어가야
할지, 그냥 밖에 서 있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어떻게 하지?’ 망설이는데 이미 풀 안에
들어간 다향이가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아빠, 들어와.” 그 말을 듣고 못이기는 체 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같이 육아모임을 시작해
보자는 엄마들의 제의를 받았을 때처럼 ‘여기서 내가 무너지면 다향이는 또래집단을 가질 수
없다’는 절박감도 작용을 했습니다. 그래서 두 눈을 질끈 감고, 용기를 낸 것입니다.
처음의 계면쩍음과는 달리 영유아수영반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부로서의 연대의식이
남녀의 벽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이제 열여섯이 된 다향이가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아빠, 나 요즘 걱정이 많아.”
“왜? 다향아. 무슨 일 있어?”
“아빠는 스무 살이 되면 집을 나가라고 하는데 난 뭘 해서 먹고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그 말을 듣고 너털웃음을 터뜨리는데 다향이가 정색을 합니다.
“아빠, 난 심각한데 왜 웃어?”
“다향아, 그때쯤엔 네 스스로 독립할 힘을 갖추면 좋겠다는 말이지 스무 살이 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집을 나가라는 말은 아니야.”
“아! 그래.”하는 다향이의 얼굴에 다행이라는 표정이 묻어납니다.
작년 가을부터는 지금 다니는 변산공동체학교의 중학교만 마치겠다고 합니다.
“그래, 다향아. 아빠가 이미 말했잖아. 앞으로 아빠는 네 인생에 관여하지 않을 테니까
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도 지라고. 다만 네가 조언을 필요로 하면 충실한 조력자가
되겠다고 했잖아. 아빠는 네가 고등학교까지 마치기를 바라지만 네가 싫다면 할 수 없는
거지. 하지만 그 다음에 네가 뭘 할지는 정해놔야 하지 않을까?”
“정해놨어. 난 내년에 아빠랑 해외배낭여행 갈 거야.”
“……?”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어쩌면 다향이 덕분에 해외여행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덧 훌쩍 자라서 자신의 길을 가려는 다향이가 대견스럽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목욕탕에서 아빠의 등에 비누칠 해주던 아이, 수영장에서 양 팔뚝에 튜브를 끼고도
“아빠, 손 놓으면 안 돼”를 외치던 아이가 그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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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차리는 남자
예 테디베어님.
아직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보지 못한 저로서는 기대되는 선택입니다.
다향이가 꼭 그 선택을 해주어야 할 텐데...
답글
테디베어
다향이의 생각이 정말 폭 넓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아주 어릴적 아빠를 따라 남탕에 간 적이 있어요..
아빠는 넘 좋은 얼굴로 저를 보며 미소를 지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돌아가셔서 안 계시지만...
다향이에게는 좋은 추억이 될거란 생각이 드네요^^
꼭 해외여행....다녀오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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