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삼천지교? 다부삼천지교.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3-12-25 08:12

조회수 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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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제주생활을 정리하고 육지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지인들이 묻습니다.

“왜 아무도 내려가지 않을 때 내려갔다가 이제 제주로의 이주가 유행할 때

올라오려 하느냐?” 또 “어느 한곳에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을 텐데 괜찮겠냐?”고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인데 무엇이 걱정이고, 제주에서 8년을

살았으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합니다.


이제 열여섯이 되는 다향(茶香)이는 과천에서 태어났습니다. 청계산과 관악산의

사이에서 봄이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길을 걸었고, 여름에는 계곡에서 물놀이를

했습니다. 가을이면 노란은행잎이 폭신하게 깔린 길을 걸어가 밤을 줍고,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은 계곡에서 썰매를 탔으며 눈사람을 만들고 놀았지요. 비단 그것만이

아닙니다. 다른 아이에게는 연중행사일 수 있는 동물원과 놀이공원, 그리고

미술관을 놀이터로 삼았으며 해마다 가을이면 마당극축제를 구경하면서 아주

행복하게 살았지요.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듯이 과천에서의 삶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그곳을 떠났고, 분당의 율동공원 앞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습니다.

율동공원으로 책 행사를 하러왔던 과천의 ‘동화읽는어른모임’친구들이 “다향아빠가

다시 과천으로 올 일이 없겠네.”할 정도로 환경이 좋은 곳이지만 분당에서의 삶은

1년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말로만 듣던 사교육이 극성을 부렸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보면서 ‘이 어린것을

무한경쟁의 틀 속으로 등 떼미는 게 옳은 일일까?’고민하다가 제주로 이주를 했지요.

다향이가 초등학교의 입학을 앞두었을 때의 일입니다.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했는데 하면서 어머니가 끌탕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맞아요, 어머니. 나는 다향이가 말처럼 자유롭게 뛰어다니면서 자라길 바라요”했습니다.


제주에서 다향이는 여름이면 바다에서 살았고, 좋아하는 말도 실컷 탔습니다.

이제는 너른 초원에서 말을 달릴 정도로 승마실력도 늘었고, 파도가 세지 않은 바다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만큼 수영도 잘합니다. 전국적으로 걷기여행의 바람을 일으킨

제주올레도 열심히 다녔으며 한라산에도 네댓 번 다녀왔습니다.


다향이는 지금 변산공동체학교의 중등부과정에 몸담고 있습니다. 처음 입학을 해서는

엄마아빠와 떨어져서 힘들어하더니 이제는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도리어 친구들과의

사이가 부러울 정도지요. 그런 다향이가 지난 겨울방학 때 말합니다.

“아빠. 나 시골에 너무 오래 사는 거 같지 않아?”


그 말을 듣고, ‘이제는 다향이가 강호로 나갈 때가 됐구나!’싶었습니다. 아내도

그전부터 육지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현재 사는 제주의 집은 아무런

소음과 악취가 없으며 너른 잔디밭에 서면 수평선이 보입니다. 해가 돋고, 질 때 산책을

하면 노루와 마주치고, 반딧불이가 날며 수많은 별이 빛나지요. 오랫동안 꿈꾸었던

공간입니다. 하지만 두 여자가 육지로 나가길 원하니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에 집이 팔렸고, 새 둥지를 구하러 세 식구가 육지에 다녀왔습니다. 내가 도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출판이나 대안학교교사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활동하기에

유리한 서울의 사대문 안과 파주의 출판단지 인근을 훑었지요. 또 정희씨가 좋아하고, 다향이가

태어나서 유년기까지 보낸 과천도 살펴보았습니다.


집 구경을 하고나서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과천의 집은 너무 낡았다면서 둘이

반대하고, 사대문 안은 너무 비싸서 엄두를 낼 수가 없습니다. 다향이는 파주의 타운하우스를

고집하는데 정희씨는 집이 너무 크고, 정감이 없다면서 반대를 합니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이삿날은 다가와서 초조해지는데 다향이와의 통화가 생각났습니다.


“아빠, 심심해.”

“왜? 다향아.”

“친구들 모두 집에 가서 같이 놀 사람이 없어.”

다향이네학교는 2주에 한 번씩 외출이 허락됩니다. 그때 대부분의 아이들이 집에 다녀가는데

집이 제주인 다향이한테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 말이 애달파서 변산 인근에 자리를 잡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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