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가 정말 있는 거야?”
작년 이맘때 다향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아빠, 산타할아버지가 정말 있는 거야?”
그 말을 듣고 속으로는 빵 터졌지만 “왜?”하고 물었습니다.
“언니들이 얘기하는데 엄마가 선물 두고 나가는 걸 봤다고 해서.
진짜 있는 거야? 없는 거야?”
“……”
참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비록 부모님으로부터 단 한 번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지만
- 물론 부모님이 나쁜 분들이라 그런 게 아니라 고단한 삶을 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만 - 다향이한테는 꼬박꼬박 챙겨주었습니다.
내 어린 날에도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연말이
가까워지면 거짓말도 안 하고, 부모님의 말씀도 더 잘 들으면서 착한 어린이가
되려고 애를 썼지요. 하지만 눈을 뜨고 나면 언제나 머리맡의 양말은 텅 비어
있었고, ‘나는 나쁜 아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상처를 받았지요.
다향이를 낳고 기르면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면
“다향아, 올해는 산타할아버지한테 어떤 선물을 받고 싶어?” 해서 선물을 잘 챙겨
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아무리 애를 써도 구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런 경우지요.
“아빠, 산타할아버지한테 해리포터의 마법지팡이를 선물 받고 싶어.”
영화 해리포터를 보고, 또 책을 읽으면서 판타지에 푹 빠진 다향이가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까짓 막대기쯤이야’하고 생각했는데 아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다향이가 덧붙입니다.
“그냥 지팡이 말고, 진짜로 마법이 통하는 지팡이를 받고 싶어.”
‘아이고 맙소사! 정말 마법이 통하는 지팡이라니. 도대체 어디서 그런 걸 구한단
말인가?’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마법사의 모자와 편지를 한 통 준비했습니다.
착하고 사랑스러운 다향에게!
다향아. 네 마음은 충분히 알겠지만 마법지팡이를 함부로 사용하면 큰일이
난단다. 해서 아직은 어린 네게 그것을 줄 수 없단다. 대신 마법사의 모자를
선물하마. 네가 조금 더 자라고, 여행을 많이 한 다음에 나를 찾아오렴.
그때는 마법지팡이를 잠깐 동안 빌려주마.
북극에서 산타할아버지가.
편지를 읽은 다향이가 “엄마, 이거 봐. 아빠도 읽어봐.” 하면서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그 후로 몇 년 동안 다향이는 그 사실을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언니오빠들이 거짓말이라고 말해줘도 믿지 않았지요.
재작년에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빠, 올해는 크리스마스선물로 소녀시대를 만나고 싶어.”
“소녀시대가 노래하는 것도 두어 번 봤잖아?”
“아니, 그런 거 말고. 소녀시대랑 만나서 얘기하고 싶어?”
하! 갈수록 태산입니다. 아빠가 SM사장도 아니고 어떻게 소녀시대를 집으로 부를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 크리스마스 아침에 난처한 표정으로 있는데 다향이가 끌탕을
합니다.
“아빠, 어떡해? 어젯밤에 소원을 비는 걸 깜빡했어. 그래서 선물을 받지 못했어.”
“……?”
열다섯을 코앞에 두고 산타의 실체에 대해서 묻는 다향이한테 얘기했습니다.
“다향아, 피터팬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오잖아. 사람들이 요정이 없다고 말할 때마다
요정이 하나씩 죽고, 요정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의 수만큼 요정이 생겨난다고.
그게 정답이 아닐까? 네가 산타를 믿으면 존재하는 것이고, 없다고 생각하면 사라지는
것이고.”
“에이, 그게 뭐야? 그럼 여태까지 아빠가 거짓말한 거야?”
실망스러운 얼굴로 다향이가 말했습니다.
“거짓말이라니. 너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으면서 행복하지 않았어?”
“그건, 그렇지.”
“그래. 아빠는 네가 오랫동안 행복한 꿈을 간직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던 거야.
요즘 네 또래의 아이들 보면 꿈이 없는 것 같아서 많이 안타깝고.”
재작년까지는 홈스쿨링을 해서 그렇다 쳐도 중학교에 다니는 다향이가 정말 몰랐던
걸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믿고 싶었던 것일까요?
* 어저께 기사를 읽은 다향이가 말합니다.
"아빠 수민언니도 작년에 산타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해서 알았대."
수민이는 지금 고3여학생입니다. 그 말을 듣고,' 너무 일찍 산타의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해 준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연장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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