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말이면 둥구나무의 주인이 바뀌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고, 또 마음에 들어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저도 마찬가지였지요. 제주로 이주를 한 8년 전의 일입니다.
차를 즐겨마시는 걸 안 어르신이 약도를 그려주며 말씀하셨지요.
"당신이 보면 좋아할 만한 찻집이 있으니 가 보라"고 말입니다.
길을 찾기가 쉽지 않은 둥구나무(이전 이름은 '하늘연꽃'-전 주인이
이름을 가져간다고 해서 새로 지은 이름이 둥구나무입니다)의 농로를
따라 들어오면서 '이런 곳에 뭐가 있을까?'싶었습니다.
하지만 둥구나무와 딱 마주치는 순간에 마음을 빼앗겼고,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하는 생각을 했지요.
마음에 든다고 해서 다 가질 수는 없듯이 둥구나무가 제 마음에
깊이 각인되었지만 이곳에서 산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여느 부부처럼 맞벌이를 하지 못한 관계로 재산이랄 게 없었거든요.
사정이야 어떻든 운좋게 인연이 돼서 둥구나무에서의 삶을 살아볼
수 있었습니다. 둥구나무로 이주하기 전에 전 주인 부부가 우리가족의
안녕을 위해서 고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목이 메었습니다.
그리고 이사를 온 날 저녁에 저희 가족도 떠난 분들의 안녕을 위해서
조촐한 상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상을 한번 더 차리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오래도록 살 생각이었는데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떠나게
되었고, 애닯은 마음은 글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주 일주일 동안
새로운 터전을 찾아다녔지만 아직도 마음에 드는 곳을 구하지 못했네요.
둥구나무의 3대 당주가 나섰는데 이곳저곳에서 연락이 옵니다.
당신이 둥구나무에 살려고 마음먹었는데 안타깝다고 합니다.
땅이나 집은 인연이 있어야 한다 했고, 또 저마다 주인이 있는 법이니
너무 안타까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신 연락을 하고 오시면 제가
성의껏 차를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 둥구나무를 사랑하고, 아껴주신
모든 분들을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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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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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차리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