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말하는 나무는 tree가 아니라 dog입니다.
집에서 키우는 삽살개의 이름이지요. 둥구나무에서 뒤의 두 자만
빌려온 것입니다. 이제 12월 5일이면 세 돌을 맞는 나무. 남들이 볼
때는 큰 개라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귀엽고, 어린 강아지입니다.
나무는 젖을 떼면서부터 둥구나무의 너른 잔디마당에서 자랐습니다.
지금은 연한 갈색이지만 어릴 때는 털의 빛깔이 더 진해서 볶아놓은
커피같았습니다. 그 강아지가 푸른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의 그림책에 나오는 장난감인형이 굴러다니는 것 같았지요.
그 때는 만나는 사람에게 마다 매달리고, 아무 것이나 주워 먹고, 또
툭하면 신발을 물어가서 곤란하게 했습니다.
나무는 참 괜찮은 녀석입니다. 단 한 번도 사람에게 적의를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 대문이 없으니 제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괜찮을 텐데
주인이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저도 집 안에만 머무릅니다.
때때로 내가 머무르는 근처에서 한숨을 푹푹 내쉬지요. 그럴 때면
미안해져서 일부러 산책을 합니다.
어릴 때부터 안전한 곳에서 자란 나무는 자동차의 위험을 잘 모릅니다.
그리고 주인이 울타리를 벗어날 때마다 당연히 저도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동차로 이동할 때면 어쩔수
없이 나무를 묶어둡니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어릴 때는 "나무야!"하고 부르면 달려와서 묶여주더니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 꼭 묶어야 할 때는 사료로 유인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나무가 좋아하는 밥을 주고, 묶었었는데
그것도 소용이 없어졌습니다. 먹고 싶어서 침을 흘리면서도 묶이는 게
싫어서 거부를 합니다.
밥 보다도 주인과 함께 외출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무! 그래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게 무쏘스포츠의 트렁크를 열어두는 것입니다. 가까운 곳에 갈
때는 나무를 거기에 태우고 다니거든요. 그렇게 해서 몇 번 나무를
묶었습니다. 10월 11일에 변산공동체학교로 출발할 때도 그렇게 묶어
두었습니다.
축제를 즐기고 정희씨는 13일(일) 밤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인근
마을에 사는 지인에게 나무의 물과 사료를 부탁해두었는데 정희씨가
전화로 말합니다. 나무가 밥(사료)을 먹지 않았더랍니다. 다음날 아침에
출근을 해야 하니까 나무를 풀어주지 않겠다고 합니다. 답답해 할 나무를
생각하면 안쓰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서울에서 볼일을 보고 15일 오후에 돌아왔습니다. 나무가 꼭 죽은 것처럼
엎드려있습니다. "나무야 답답했지"하면서 줄을 풀어주려는데 나무가 펄쩍
펄쩍 뛰면서 매달립니다. 벌떡 일어서서 매달리면 상처가 생기기도 하고,
옷이 더러워져서 그러지 않도록 했는데 기쁨이 주인의 당부보다도 앞선 것
같습니다.
개가 가장 좋아하는 게 밥이고, 그 가음으로 좋아하는 게 산책이라고 하는데
나무는 자유를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며칠 동안 단식투쟁을 벌인 나무에게
끼니마다 밥(맵지 않은 닭볶음탕 기름과 버무린)을 먹이고 있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 산책도 합니다. 며칠동안 묶어둔 주인을 여전히 반겨주는 나무가 참
고맙습니다. 나무를 보면서 다향이를 생각하게 됩니다. 나무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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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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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차리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