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준비 재미없어.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3-10-02 08:42

조회수 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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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에 한번 꼴로 다향이의 전화를 받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자신의 기분에 대해서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지요.

2주에 한번 허락되는 외출이 아이들에게는 큰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학교가 있는 운산리에서 지서리까지 40분을 걸어나가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이동해서 도착하는 부안군.


남자아이들은 피시방에 눌러앚고, 여자아이들은 빵이며 과자, 짜장면,

햄버거 등을 사먹는다고 합니다. 여자아이들이라고 해서 전혀 피시방에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잠깐 들러서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거나 다향이의 경우에는 mp3에 음악을 다운받는다고 합니다. 아무튼

대단할 게 없는 일에 아이들이 행복해합니다.


기숙생활하는 아이들을 보면 가끔 군인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같은

더위라도 영내는 더 덥고, 취위도 영내가 더한 것과 같은가 봅니다.

집에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과자나 아이스크림에 열광을 하지요.

집을 떠나 있는 헛헛함, 단체생활을 하면서 주어지는 금기, 이런 것들이

보름에 한번 있는 외출을 기다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같은 초코파이라도

집보다는 학교에서 외출해서 먹는 게 훨씬 맛있게 느껴지고요.


다음주말의 가을축제를 앞둔 다향이가 말합니다. 축제준비가 재미없다고.

지난해 연극에서는 소품을 맡아서 연극무대를 보지못했던 다향이입니다.

연극을 본 사람들 대부분이 감동을 주체하지 못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중에 그 얘기를 들은 다향이가 말했지요. 자신도 보고 싶었는데 무대 뒤에

있느라 보지못한 게 안타깝다고. 그래 내년에는 너도 한번 무대에 서 봐.

어느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아빠는 네가 연극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는데 올해는 조명을 맡았다고 합니다.


축제준비가 재미없다는 다향이한테 말합니다.

"다향아, 작년에 사람들이 흥겹게 놀고, 또 감동을 받아서 눈물흘리던 모습을

생각해 봐. 축제를 마치고 너희들도 스스로 뿌듯하고, 대견해 했잖아. 원래

준비할 때는 재미없고, 힘들기만 한 거야. 하지만 오랫동안 준비한 걸 무대에

올리고, 관객들이 객석을 채우면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잖아. 아빠도 작년에

감동을 받아서 이번에는 엄마도 함께 가잖아. 그러니까 열심히 준비해서 멋진

모습 보여줘. 기대할께."


다향이가 말합니다.

"기대하지마. 작년보다 축제가 별로일 것 같아."

"......"

"그건 너희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느냐에 달려있지."

"아무튼 기대하지 마."

"아니, 기대할 거야. 이번에 아빠가 카메라도 가져갈 건데."

"알았어, 아빠 마음대로 해."


축제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은 건 하나도 없습니다. 연극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대, 소품, 조명, 메이크업, 배우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요.

그래도 작년 연극무대에서 다향이를 보지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 올해는

기대를 했는데 또 조명을 맡았다고 하더군요. 엄마아빠가 숫기가 없으니 아이도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다시 내년을 기대해 봅니다.


본의 아니게 중고등시절에 교회엘 다녔습니다. 일요일에 교회에 가서 주보를

가져가지 않으면 구타를 당하는 조폭같은 미션스쿨을 다녔기 때문입니다.

교회에 몸담으면서 두 가지 정도는 얻은 게 있는데 서양음악에 대한 이해와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도 주눅들지 않게 되었다는 것 정도입니다. 남녀가

유별했던 시절 남학생과 여학생들 앞에 나가서 기도를 하면서 터득한 것이지요.


다향이한테 교회를 다니라는 건 아닙니다. 적당한 계기가 주어지면 대중앞에서

주눅들지 않는 법을 배우리라 기대해 보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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