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어머니의 말씀

글쓴이 벼리

등록일 2013-08-20 23:11

조회수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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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결혼할 때 부모 모시겠다는 여자 택하지 마라.
너는 엄마랑 살고 싶겠지만
엄마는 이제 너를 벗어나
엄마가 아닌 인간으로 살고 싶단다.
엄마한테 효도하는 며느리를 원하지 마라.
네 효도는 너 잘사는 걸로 족하거늘….

네 아내가 엄마 흉을 보면
네가 속상한 거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그걸 엄마한테 옮기지 마라.
엄마도 사람인데 알면 기분 좋겠느냐.
모르는 게 약이란 걸 백 번 곱씹고
엄마한테 옮기지 마라.

내 사랑하는 아들아!
나는 널 배고 낳고 키우느라 평생을 바쳤거늘
널 위해선 당장 죽어도 서운한 게 없겠거늘…
네 아내는 그렇지 않다는 걸 조금은 이해하거라.
너도 네 장모를 위하는 맘이 네 엄마만큼은 아니지 않겠니.

혹시 어미가 가난하고 약해지거든 조금은 보태주거라.
널 위해 평생 바친 엄마이지 않느냐.
그것은 아들의 도리가 아니라 사람의 도리가 아니겠느냐.
독거노인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미가 가난하고 약해지는데 자식인 네가 돌보지 않는다면
어미는 얼마나 서럽겠느냐.
널 위해 희생했다 생각지는 않지만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다는 자책이 들지 않겠니?

아들아!
명절이나 어미 애비 생일은 좀 챙겨주면 안되겠니?
네 생일 여태까지 한 번도 잊은 적 없이
그날 되면 배 아파 낳은 그대로
그때 그 느낌 그대로 꿈엔들 잊은 적 없는데
네 아내에게 떠밀지 말고 네가 챙겨주면 안되겠니?
받고 싶은 욕심이 아니라
잊혀지고 싶지 않은 어미의 욕심이란다.

아들아 내 사랑하는 아들아?
이름만 불러도 눈물 아릿한 아들아!
네 아내가 이 어미에게 효도하길 바란다면
네가 먼저 네 장모에게 잘하려무나.
네가 고른 아내라면
너의 고마움을 알고 내게도 잘하지 않겠니?
난 내 아들의 안목을 믿는다.

딸랑이 흔들면 까르르 웃던 내 아들아!
가슴에 속속들이 스며드는 내 아들아!
그런데 네 여동생 그 애도 언젠가 시집을 가겠지.
그러면 네 아내와 같은 위치가 되지 않겠니?
항상 네 아내를 네 여동생과 비교해 보거라.
네 여동생이 힘들면 네 아내도 힘든 거란다.
내 아들아 내 피눈물 같은 내 아들아!
내 행복이 네 행복이 아니라 네 행복이 내 행복이거늘
혹여 나 때문에 너희 가정에 해가 되거든 나를 잊어다오.
그건 어미의 모정이란다.
너를 위해 목숨도 아깝지 않은 어미인데
너의 행복을 위해 무엇인들 아깝겠느냐.
물론 서운하겠지 힘들겠지 그러나 죽음보다 힘들랴.

그러나 아들아!
네가 가정을 이룬 후 어미 애비를 이용하지는 말아다오.
평생 너희 행복을 위해 애써 온 부모다.
이제는 어미 애비가 좀 편안히 살아도 되지 않겠니?
너희 힘든 건 너희들이 알아서 살아다오.
늙은 어미 애비 이제 좀 쉬면서 삶을 마감하게 해다오.

너희 어미 애비도 부족하게 살면서 힘들게 산 인생이다.
그러니 너희 힘든 거 너희들이 헤쳐가다오.
다소 늙은 어미 애비가 너희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건 살아오면서 따라가지 못한 삶의 시간이란 걸
너희도 좀 이해해다오.

우리도 여태 너희들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니.
너희도 우리를 조금,
조금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 안 되겠니?
잔소리 같지만 너희들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렴. 우린 그걸 모른단다.
모르는 게 약이란다.

아들아!
우리가 원하는 건 너희들의 행복이란다.
그러나 너희도
늙은 어미 애비의 행복을 침해하지 말아다오.
손자 길러 달라는 말 하지 마라.
너보다 더 귀하고 예쁜 손자지만
매일 보고 싶은 손자들이지만
늙어가는 나는 내 인생도 중요하더구나.
강요하거나 은근히 말하지 마라.
날 나쁜 시어미로 몰지 마라.

내가 널 온전히 길러 목숨마저 아깝지 않듯이
너도 네 자식 온전히 길러 사랑을 느끼거라.
아들아 사랑한다. 목숨보다 더 사랑한다.
그러나 목숨을 바치지 않을 정도에서는
내 인생도 중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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