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위에, 수십 년 만의 무더위에 방송촬영을 했습니다.
방송작가의 전화를 받은 건 7월 26일 경입니다.
OBS(경인방송)의 다큐멘터리 팀인데 '아버지와 딸'이라는 제목으로
촬영을 한다면서 출연의사를 물어왔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받고 든
생각은 '이 더위에?'였습니다.
거의 모든 방송프로그램이 예능화되면서 '더 이상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었고, 무더운 날씨도 부담이 돼서 거절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낌새를 눈치챘는지 방송작가가 말합니다.
"따님이랑 좋은 추억 하나 만드는 셈 치고..."
아, 그 말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다향이가 아기 때부터 열 살 안팎의
생활을 그린 DVD(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한)는 많이 가지고 있지만
사춘기로 접어들면서부터는 하나도 없어서 '해 볼까?'싶었지요.
그래서 다향이한테 물어보았습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선뜻
해보겠다고 합니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 8월 3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 동안 촬영을 하기로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3일 오후에 다향이의 변산공동체 친구 다섯 명이 놀러
왔습니다. 피디와 조연출, 카메라감독과 보조까지 총 아홉 명이
같은 공간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우리 식구까지 모두 열세 명입니다.
14인분씩 쌀을 안쳐도 밥이 부족하고, 일주일치 분의 반찬이 한끼에
동이 납니다. 매 끼니마다 밥을 해야 하고, 밥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르는 사상 최악의 무더위에 종종걸음을 쳤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빨래를 해서 널고, 오후가 되면 개켰습니다. 다향이가
많이 도왔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몸이 축축 쳐졌습니다.
나도 다향이도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공연한 짓을 했구나.'싶었지요.
처음으로 놀러온 다향이 친구들과 충분히 놀아주지도 못하고, 이른 시간에
일어나서 늦은 밤까지 인터뷰를 하느라 진이 다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다향이의 속마음을 조금 더 알 수 있었고, 둘 사이의
공감대가 비교적 탄탄하다는 걸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하루하루가 힘겨웠고,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그래도 우리식구의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50분 분량의 DVD가 생길 테니 그것으로 만족하고자 합니다.
한여름에 손님을 맞이하는 건 세상에 못할 짓인 것 같습니다.
* OBS(경인방송)의 '아버지와 딸' 8월 22일 밤 11시에 방송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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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로롱~
볼 수 있으면 챙겨 봐야겠네요~
답글
소엽
혹시 본방 못 보면 재방송이라도...
뜻깊은 시간 보내셨겠어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밥상차리는 남자
밥 하고 돌아서면 설거지 하고, 바로 쌀을 안쳐야 했습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빨래를 하고, 오후엔 또 개켜놓고.
촬영팀이 사용하는 수건의 양만 해도 대단했지요. 그만큼 더웠으니
어쩔수 없는 일이었지만요.
답글
마시멜로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