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덥고, 방학을 맞은 다향이가 빈둥거립니다.
어제도 아빠는 한밤 중에 일어나서 일을 하고, 엄마는 6시부터
잔디밭의 풀을 뽑는데 잠을 잡니다.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8시가
넘어도 여전히 숙면 중입니다.
'깨울까?'하다가 정희씨랑 둘이서 아침산책을 했습니다.
표선 한마음체육관의 트랙을 서너 바퀴 돌았습니다. 다향이나
정희씨는 가시리쪽으로 향한 농로를 좋아하고, 나도 다르지 않지만
무릎의 상태가 좋지 못하니 딱딱한 길 보다는 우레탄이 깔려있는
폭신폭신한 길이 더 적합합니다.
"다향이가 재미없는 것 같아요. 뭐 하나 하고싶은 것도 없다 하고,
먹고 싶은 걸 물어봐도 없다고만 하고." 걸으면서 말을 붙입니다.
"그냥 놔 둬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하겠지." 정희씨가 답합니다.
"친구들이 없어서 그런지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친구들하고는 만나도 할 게 없어서 심심하다 하고.
내 일이 바쁜 걸 알고, 말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엄마아빠 돈 쓰는
게 아까워서 그러는 건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요. 어릴 때는 미리
준비해서 놀아줬는데 애가 조금 자라니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어요."
"하고 싶은 게 하나도 없대요?" 정희씨가 묻습니다.
"작년 여름방학 때 동욱이, 혜준이네랑 같이 먹은 난이 먹고 싶다는
말은 두어 번 했어요?"
"그럼, 오늘 거기나 자라바우네 - 돌하루방피자 - 다녀올까요?"
"그래요. 다향이한테 물어보고, 바람 좀 쏘여요."
철 없는 것도 문제지만 속 깊은 것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냥 아이답게 하고 싶은 걸 속시원히 얘기하면 좋겠는데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다향이를 너무 애늙은이로 만들어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산책을 마친 9시에 정희씨가 다향이를 깨웁니다.
외식을 하자고, '난 먹으러 갈래? 돌하루방피자를 먹으러 갈래?'물으니
난을 먹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주시 연동으로 향했습니다.
손으로 자른 난을 커리에 찍어서 다향이가 맛있게 먹습니다. 돈가스나
피자보다 맛있다면서 잘 먹습니다. 정희씨가 탄두리치킨도 주문했지만
난이 더 맛있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다음엔 집에서 만들어 줄까?"하니까 다향이랑 정희씨가
뜨악한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난이라는 게 별 것 아닙니다. 어릴 때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간단하지요. 칼국수를 만들듯이 홍두깨로 밀가루를
밀어서 얇게 폅니다. 그것을 기름에 두르지 않은 프라이팬에 구워내면
됩니다.
커리야 뭐, 집에서 일상적으로 해 먹는 것이니 전혀 어려울 게 없지요.
난도 화덕이 있으면 좋겠지만 집에서 그것을 만들기가 어려우니
프라이팬에 굽거나 오븐에서 잠깐만 돌리면 될 것 같습니다. 다향이
덕분에 새로운 걸 만들어 보게 생겼습니다.
"이제 뭐할까?"
난과 커리를 맛있게 먹은 다향이한테 물어봅니다.
"집에 가야지."
"오랫만에 엄마까지 나왔는데 그냥 들어가?"하니까
"영화 볼까? 미스터 고."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집에 가야지'라는 다향이의 말은 진심이 아닌 게 확인되었습니다.
아빠가 집에 있어야 찻집의 손님을 맞을 것 아니냐는 말의 우회적인
표현인 것이지요. 찻집에 오셨다가 헛걸음을 한 분이 계실 것이고, 이
글을 통해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둥구나무를 예약제로
운영한다고 여러 번 고지를 했으니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일을 하는 건 가족과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것이니까요.
오랜만에 셋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영화구경도 했습니다. 내 보기에는 미스터 고가 조금 유치했지만
정희씨도 좋았다 하고, 다향이는 눈물까지 흘리면서 구경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마트에 들러서 두 여자가 좋아하는 과일도 넉넉하게
사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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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받으러 왔어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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