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게임에 중독된 아이.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3-07-22 07:02

조회수 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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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오후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중학생인 아들이 컴퓨터게임 중독에

빠져 있어서 격리가 필요하다고, 여름방학 한 달 동안 아이를 맡아

주었으면 합니다. 그 말을 듣고 몇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첫째. 격리는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둥구나무가

조금 외지기는 하지만 4-50분만 걸어가면 표선면에 닿습니다. 그곳에는

피시방이 여럿 있고요. 더 중요한 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분석해서

치료를 해야 할 텐데 아빠가 엉뚱한 처방을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둘째. 컴퓨터게임에 중독된 것이 아이만의 잘못일까? 하는 생각입니다.

부모가 맞벌이를 합니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는 오래도록 집에 방치가

되었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고, 즐거움을 찾을 만한 게 뭐 있을까요?

그래서 나한테 보내기보다는 너나 아내가 아이와 지내는 시간을 늘리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지요.


일-사업-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습니다. 그 녀석을 위해서 돈을 버는 건데.

나로서는 그 말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애정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데 아빠는 보수를 받고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습니다. 본말이

전도된 것입니다. 애써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지라 더 의아 스럽습니다.


셋째. 작년에 만나본 아이는 고운 심성을 가졌습니다. 한 달이 아니라 이삼

년이라도 같이 살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컴퓨터가 없는 집에서 힘들겠지만

다른 즐거움을 가르쳐준다면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달은 증상만 완화시킬 수 있는 기간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겠지요. 지난해에 두고 가라할 때는 그냥 데리고 가더니만

상태가 더 나빠진 모양입니다.


어쨌거나 혼자서 결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정희씨, 다향이랑 함께 사는 만큼

두 사람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지요. 저녁에 가족회의를 했습니다. 다향이가

반대합니다. 첫째, 자신이 불편하고, 둘째, 아빠가 한 달 동안 애써봤자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컴퓨터게임에 빠질 테니 그만두라고 합니다. 그래서 안건이

부결되었습니다.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다향이가 대견했고요.


다향이가 반대만 한 게 아니라 대책까지 내놨습니다.

"아빠,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2학기부터라도 공동체에 보내라고 해. 공동체에도

게임중독으로 온 애들이 있는데 저녁만 먹으면 자."합니다.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공부하고, 땀 흘리며 일하다보면 게임같은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지요.


열다섯 다향이가 오십을 바라보는 후배보다 문제의 핵심을 잘 꿰뚫어 보는 것

같습니다. 후배의 아이뿐만 아니라 컴퓨터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요즘은 프렌디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 같습니다. '친구같은 아빠'라는 뜻이라지요.

프렌디로서 게임이외의 다양한 즐거움에 아이가 눈을 뜨도록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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