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 가장 필요한 것.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3-06-19 12:55

조회수 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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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습니다. 오전 6시가 되면

압력밥솥의 취사버튼을 누릅니다. 나무와 강아지들의 밥을 줍니다.

그리고 글 작업을 조금 더 하다가 정희씨가 나갈 때가 되면 작별인사를

하고, 어머니의 아침상을 차리지요. 그 시간이 보통 8시에서 15분 사이.

오전 9시면 TV드라마에 몰두하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를 볼 동안에 옆에 앉아서 차를 내립니다. 예전에는 '왜 이런 걸

마시느냐?'더니 요즘은 차 마시기를 좋아합니다. 그래 아침마다 시간을

내서 차를 내려드리지요. 설거지를 하고, 글 작업실 겸 찻집으로 출근(?)

을 합니다. 그때 여쭤봅니다. 마당을 산책하실 건지, 아닌지를 말입니다.

가급적이면 걷도록 유도를 하고, 어머니가 나오면 부축을 합니다.

 

손을 잡고 마루에서 계단으로 내려줍니다. 계단 하나를 내려오면 겨우

걸쳤던 신발의 뒷 굽을 올려줍니다. 다시 다섯 개의 계단을 내려올 수

있도록 팔을 잡아줍니다. 한 손으로는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 손은 내

팔을 잡고 내려옵니다. 편평한 잔디마당을 걸을 때면 그늘에 의자를

내놓습니다.

 

한 바퀴 돌고, 앉아 쉬기를 반복하기에 의자는 필수품입니다. 마당을

한 바퀴 돌고, 그보다 더 긴 시간동안 의자에 앉아 쉽니다. 그렇게 서너

바퀴를 도는 데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집 안에 들어가겠다고 하면

다시 부축을 해서 계단을 오르도록 합니다. 오후에도 같은 일을 한 번 더

합니다. 차손님이 오면 걷는 것을 마다합니다. 건강하지 못한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셋이 사는데 셋이 함께하는 시간이라곤 저녁식사시간뿐입니다.

저녁밥을 먹고, 셋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눕니다.

하지만 오후 8시 30분이 되면 어머니가 드라마에 채널을 고정시킵니다.

정희씨는 건넌방으로 건너가서 책을 읽거나 설거지를 하고, 나는

민박집으로 건너갑니다. 낮에도 밤에도 어머니 혼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해가 뜨겁거나 찬바람이 불면, 또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아도 날이 궂으면

걷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것이 기본적인 생활입니다. 내 나이쯤 되면 하루에

두 끼만 먹어도 충분하지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단식을 하고 싶어도, 밥

생각이 없거나 속이 불편해서 한 끼를 거르려고 해도 계속해서 먹기를

권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닮아가는 어머니. 당신의 입맛에 맞는 반찬이 있으면 식사를 잘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국에 말아서 겨우 먹습니다. 그래서 이틀에 한 번 꼴로

새로운 반찬을 만듭니다. 사나흘에 한 번씩은 빨래를 하고, 꼭 그만큼 목욕을

시켜줍니다. 비좁은 샤워실. 어머니를 의자에 앉혀놓고, 목욕을 시킵니다.

의자에 앉아있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고 여러 번 울음을 삼켰습니다.

 

결혼 초의 늘씬하고 아름다운 몸은 간데없고, 비대해진 몸이 앉아있습니다.

허리께는 척추수술자국이, 무릎에는 인공관절수술의 끔찍한 흉터, 가녀린

다리가 슬픔을 배어나오게 합니다. 어제 낮에는 대안학교선생님이

다녀갔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서 어머니랑 셋이서 식사를 했습니다.

집이 어딘지, 어머니 연세가 어떻게 되는지? 자식은 몇인지를 세 번이나

물어봅니다. 식사 전에 인사를 하면서 말씀을 드렸는데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묻고, 또 묻습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신 다음에 어머니랑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하루 종일 집에 계시려니 답답하지요?"

"할 수 없지 어떻게 해?"합니다.

“저도 답답해요. 모임이 있어도 나가지 못하고, 바람을 쐬고 싶어도 못하고.

바다에라도 다녀올까요? 하면 그깟 바다를 보러 뭐 하러 가? 하고, 장보러

마트에 같이 가고 싶어도 차 안에 있겠다고만 하고. 그러니까 집에 두고 가도

걱정이 되고, 모시고 나가면 부담이 돼요."

“그냥 두고 다녀.”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말합니다.

 

“아버지랑 안양 살 때가 좋았지요? 종현이 엄마, 은숙이 엄마, 매일같이

오는 야쿠르트아줌마랑 얘기도 하고. 아버지만 계셨어도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같이 드라마를 보면서도 ‘저거 나쁜 놈이야’ ‘맞아’하면서 말벗을 할 텐데요.”

어머니가 힘없이 웃습니다.

“나도 어머니가 원하는 걸 알아요. 온종일 곁에 있으면서 말 받아주고, 드라마

볼 때도 옆에 있어주고, 방 치우라고 하면 치워주고, 수제비 먹고 싶다하면

만들고 하면 좋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맞벌이를 해야지만 먹고살 수 있잖아요.

동생들도 마찬가지로 은행 빚만 잔뜩 있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겠니?”

“이번에 책을 쓰려고 계속 일찍 일어나고는 있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아요.

그래서 00이네랑 00이한테 어머니를 서너 달만 보살펴주면 어떻겠느냐고 물어

봤어요. 00는 연락도 없고, 00는 제수씨를 내세워서 모시지 못한대요. 잠깐만

도와달라는 건데요.”

“그랬어?” 처음 듣는 것처럼 어머니가 놀랍니다.

 

“자식들 위해서 열심히 일하셨는데 지금은 자식들 발목을 잡고 있는 거예요.

어머니의 마음과는 정반대지요. 그리고 이게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사오십 대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예요. 거의 모든 집에서 벌어지는.”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니?”

“노인요양시설에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작년에 쓰러졌을 때 119를 타고

병원 가는데도 1시간이나 걸리잖아요. 가면 또래 분들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또 간호사가 항상 있으니까 위급한 상항이 생겨도 응급처치가 되잖아요.

자식들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잠시 생각하던 어머니가 말합니다. “그럼, 알아봐.”

“…….”

어쩌다가 자식 넷을 키운 어머니가 편히 머물 곳 하나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매일 얼굴을 보면서 부모자식 간에 감정이 나빠지는 것보다 조금 떨어져

지내면서 그리워 하고, 애틋한 감정을 갖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옳은 결정인지

모르겠습니다. 서로가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내게로만 돌리는 동생들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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