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대학생

글쓴이 소엽

등록일 2013-04-25 00:15

조회수 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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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대학생

강홍준(논설위원)

 

 

 

“실례하지만 누구신가요.”
지난해 서울 시내 한 대학 교수가 수업시간 대학생으로 보기엔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중년의 여성에게 이렇게 물었다.
“애가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 교수는 엄마의 대출(대신 출석)도 놀라웠지만
“기왕에 여기까지 왔는데”라며 필기까지 대신 해주는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고 했다.

 학문을 하는 곳이라는 대학에도 부모가 들어왔다.
부모가, 특히 엄마가 수강 스케줄을 대신 짜준다, 시험 본 뒤 학점을 대신 문의해준다,
학과 사무실에 전화해 장학금을 알아봐준다, 성적이 잘못 나온 거 같다고 따진다
등등의 사례는 이제 너무 일상화됐다고 할까.

 최근엔 대학 총장실 앞에도 학부모들이 찾아가 피켓을 들었다.
물론 시위가 잘못됐다거나 이를 비난하려는 취지는 아니다.
그런데 정작 스스로 목소리를 높여야 할 곳에 아이보다 부모가 훨씬 많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 대학에 안 보냈다”는 부모의 목소리는
“내가 어떻게 노력해서 온 대학인데”라는 학생들의 목소리로 바뀌었어야 했다.

 대학생이면 성인이다. 법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나이의 사람이다.
대학 당국의 부당한 조치에 성인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 뒤집어엎어야 한다.
대학이 누구 돈으로 운영되는데.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는 분들은 부모다.
자신들의 문제에 엄마가 나서는 건 정상이 아니다.

                                                                                         

 [중앙일보]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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