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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내 장이 서는 날인데 비가 온다.
분리수거도 해야 하는데.. 이런 날 비가 오면 나가기가 망설여진다.
물을 한 컵 마시면서 오늘 할 일을 생각하려 한다.
그런데 참 이상타.. 오늘 할 일 보다 어제의 일이 더 많이 떠오른다.
아이가 귀가 하면서, 신발을 벗고 제 방에 들어가는 동안에 한 말..
"선생님이 제가 예뻐 죽겠데요, 지각 안 해서"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지어지는 미소를 억지로 참으며 아이의 교복을 훑는다.
"단추가 하나 어디로 갔니?"
아이는 가방을 벗어 내리며 단추가 떨어진 사유를 댄다.
땀 냄새가 너무 난다.
교복을 빨래 걸이에 걸게 하고 샤워부터 하게 했다.
요즘 부쩍 심해진 아이의 땀냄새..
아이는 샤워를 하고, 나는 교복 단추를 달았다.
영국의 왕실 마크 비슷한 무늬가 금장으로 단추 속에 박혀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위 아래가 바뀔 것 같은 무늬이다.
위 아래, 위치가 바뀌지 않도록 신경을 쓰며 바느질을 했다.
'나만 이럴까? 다른 엄마들은 이런 거 신경쓰지 않고 단추를 달을지도 몰라.
이런 나의 성격이 아이에게 부담을 줄지도 모르겠어..'
교복 하나 하나에 냄새 제거제를 뿌리며 다시 빨래 걸이에 거는데
아이가 화장실에서 나오며 또 한 마디 한다..
"오늘은 영어 단어 시험 합격해서 쓰기숙제 안 해도 돼요."
몇 개 틀렸느냐고 묻자 잠시 머뭇 한다.
칭찬을 들을 줄 알았는데 내가 또 의외의 질문을 했는가 보다.
다른 때 같으면 맞장구 치는 듣기 좋은 말을 벌써 여러번 했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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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내가 씻는다며 작은 화장실로 들어갔다.
달걀 가지러 올 아주머니들의 이름을 대충 전달하고서..
세수를 하다가 다른 전달할 꺼리가 생각이 나서 그 말을 하며 거실로 나오는데
모니터를 들여다 보던 아이의 얼굴이 벌겋다.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마우스로 급히 웹창을 닫는 모션도 들켰다.
"뭐 했어?"
"포트리스 게임이요.."
몇 번을 물어도 같은 대답이다.
신뢰가 가지 않아 열어본 창 목록을 훑어보니 '오일 자위' 라는 창이 목록에 있었다.
엄마를 기만한 죄로 엉덩이 다섯 대를 때렸다.
지금껏 네 번 정도 야한 동영상을 보았단다.
내 주민번호를 도용해서 가입을 한 성인 사이트였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싶었고
어찌 대처해야 좋을지 몰라 잠시 혼돈 상태에 놓여졌다.
이 부분은 남편에게 맡겨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잔소리를 많이 하지 않았다.
다만, 5분이 넘어가는 자위 행위는 그것이 생각에 그칠지라도 종교적으로 죄에 해당된다고
알려주었다.. 성직자나 성직자를 꿈꾸는 이에게..
저녁을 먹으면서 엄마의 단점을 말해달라고 했다.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에 죄의식이 깊이 남을까봐..
"엄마는 자다가 막 돌아다녀요, 몽유병이 있나봐요."
내가 많이 취했을 때 하는 행동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안방에 있는 작은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면 일단 침대에 누웠다가 다시 거실로 나와서 자는 행위..
열 가지를 말해달라고 했더니 그것 뿐이란다.
"엄마의 단점에 대해서는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네가 가장 많이 알고 있어."
우리는 서로 가장 많이 아는 그런 사이로 남기를 바라는 나의 말이었다.
아이가 알아 들었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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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옥..
어제 아들 문제로 약속을 어기게 된 분이다.
행사초대에 참석하기로 했었는데 아들과 옥신각신 하느라 시간을 넘겨버리고
그냥 주저앉아서 아들과 함께 했다.
가기 싫었는데 오랜만의 초대라 거절하지 못 했었던 자리이다.
거절 했었더라면 어제의 문제도 생기지 않았겠지..
내가 외출 준비로 씻으러 들어가면 적어도 30분은 화장실에 있으니까
아들도 그 틈을 알고 그런 동영상을 볼 생각을 하지 않았겠나 싶다.
규칙적인 것은 때로는 나쁘게 작용한다!!
오늘은 그분께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혀야 하는데
어찌 말하면 좋을까... 그것이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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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많이 심난하시겠어요....남의일만 같지않은것은 제게도 아들이 있기때문이지요. 아이들을 키워가는건 세월이 갈수록 힘들어지네요....그저 먹여주고 입혀주고 눈맞춰주면 되던 시절이 그리워집니다...그래도 하루 하루 커가는 모습에 힘든줄 모르고 키우는게 부모인제 가끔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할때는 어찌해야할지....지헤롭게 대처하시고 언젠가는 조언 부탁드릴때 귀기울여주세요~님에게 위로는 못드리고 제 욕심을 채운듯한 말뿐이네요...모쪼록 늘 현명한 님의 힘을 믿으세요~
답글
아지맘
아이의 머리가 크면 클 수록 문제의 난이도도 점점 더해져 가는 듯 해요..
그 나이에 치르고 넘어가야 할 것은 다 하네요.ㅎㅎㅎ
아이가 순해서 쌈박질 안 하고 다니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라는데
그게 또 안 그렇네요.. 막상 닥치니 많이 당혹스러워요..
이제는 정말 남편에게 바통을 넘겨야 할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