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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은 우중충하고 질척거리는 비오는 날씨를 대부분 그다지 좋아하지않는데 난 비오는 날이면 우울하던 기분도 말끔히 나아진다.
비오는 날에 특별한 일이 일어난적이 있거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것도 아닌데 괜히 나도 모르게 좋다.
팔뚝 굵고 허리 굵어진 아줌마이면서도 기분은 마치 소녀인양 착각한다.
안듣던 오래전 추억의 음악도 꺼내 듣고 싶고, 따근한 차한잔 끓여 옆에 두고 두꺼운 책 펼쳐들고 앉아, 비오는 창밖을 가끔 바라보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노라면 기분만은 소녀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그기서 한발짝 나아가면 그간 소식 띄우지 못한 지인은 죄다 찾아내어 편지도 쓰고(요즘은 메일이지만) 전화도 걸어보고 작은 나의 생각들을 경험들을 줄줄이 사탕으로 엮어 끄적이며 수필이랍시고 글도 적어보곤 한다.
그래도 이젠 영락없는 아줌마인지 그러다보면 가계부까지 펼쳐놓구 시름아닌 시름도하고 아이들 책상 뒤척이며 걱정 아닌 걱정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엔 꿈을 깨고 현실로 돌아온 신데렐라처럼 피식 헛웃음 한번 웃고 저녁밥상 고민에 빠져든다.
오늘도 기분은 날아갈듯 사뿐사뿐 노니는 소녀였지만,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세월의 흔적이 군데군데 드러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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