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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나쁜지 초등학교 시절 이전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어린시절이라고 뜨올리면 학교운동장에서부터 집앞까지 곳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았던 기억밖에 뜨오르질 않는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초등학교, 아니 그때는 국민학교였지....입학한 다음날 학교를 보냈는데 교문 앞에서 서성이며 교실엘 들어가지않더란다.
하루이틀 몇일을 그렇게 애를 먹이더니 점차 변해서 이젠 아예 친구들을 몰고 다니며 놀다 저녁해가 뉘엇뉘엇 어스름을 깔무렵까지 집에 들어오질않아 찾아다니기 일쑤였단다.
그런데 공부시간에 발표할땐 항상 머리 푸~욱 숙이고 들지를 않았던 것 같다.
어느해 추석인가엔 동네 남자애들이 쥐불놀이를 한다고 불을 들고 장난치던 걸 재미나게 지켜본 기억도 뜨오르고, 놀이터 한귀퉁이에서 흙투성이가 되어 놀던 기억도 나고, 엄마 몰래 고무줄 놀이하느라 어느집 좁아트진 골목에서 친구들과 깔깔대며 뛰던 기억도 난다. 왜 엄마 몰래 고무줄 놀이를 했는가 하면, 그때고무줄 놀이를 할때 더 잘하려고 신을 벗고 양말만 신고 하다가 양말 구멍내기를 밥먹듯 했기때문이다.^^;
한편으로 부끄럼쟁이면서 한편으론 놀기 좋아하는 활발한 성격?
내 기억 속의 나의 모습은 이렇게 두가지이다.
아마도 공부와는 담 쌓고 살았던것 같은데 중학시절로 거슬러올라오면 어느 학년의 방학인지는 모르나 어느 한때 방학엔 친구들에게 공부를 가르친다고 법석을 떨었던 기억이 한자락 펼쳐진다.
그시절 학교선생님들께서는 공부 잘하고 못하는 것을 기준인냥 학생을 대했었다. 놀기 좋아라해서인지 친구들을 대부분 성적과는 거리가 먼 친구들이었는데 다행이 난 중간이상은 했던것같다. 왜 그런친구들과 어울리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한 어느 선생님의 기억이 너무도 또렷하다.
아마도 사춘기였던 것같다. 그말에 화가 치밀어 내 친구들도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될 수 있다는걸 보여주겠다는 오기를 부려 방학때 친구 몇명을 불러모았던것같다.
함께 공부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자고. 그당시엔 그런것이 아픔이었던 우리는 그 아픔을 함께 나눈것이라 기억하곤 한다. 그 친구들이 지금까지도 소중한 인연의 끈을 연결짓고 있다.
그 어줍잔은 영웅심리인지 반항인지 하는 성격은 고등학교시절까지 이어진것 같다.
당시 내가 다닌 학교의 학생들은 대부분 집안 형편이 좋지않았다. 그래서인지 결석도 잦고 심지어는 학교엘 나오지않는 아이들도 있었다.
1학년때 처음 짝지한 아이였다. 서구적인 생김새로 참 이쁘게 생겼는데 어느날 결석을 했다.
하루, 이틀...몇일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선생님께서 한번 찾아보실만도 한데 별 관심을 보이지않으시길래 몇몇친구들과 함께 그 아이 주소 한장 달랑 들고 집을 찾아나섰다.
그 동네 어디쯤 버스에서 내려 집집이 문패를 보며 찾다가 안되겠다 싶어 동사무소엘 들렸다.
동사무소에서 그 주소지의 집을 확인하면 빠르다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아뭏든 크게 고생하지않고 짝지의 집은 찾았다. 지금 기억으로는 그 짝지의 부모님이 계셨는지는 모르겠는데 할머님 한분이 계셨고, 동생들이 몇 있었는데 자기가 거의 가장역할을 해야하는 입장이라고 했던 생각이 난다. 그래서 다시 학교에 나갈수 없다고 단호히 말하던 그 순간이 너무도 또렷하다.
그때까지도 부모의 품에서 편안히 학교를 다니던 시절이고 놀기에 바빠 뉴스라곤 한자락도 보지않았던지라 그날 눈앞에 펼쳐진 이야기는 믿기가 힘들었다.
그때까지만해도 학생은 당연히 학교를 다니는 거라고만 생각했기때문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는데 더이상 아무말도 할수 없었던 우리는 그냥 돌아와 다음날 선생님께 그 사실을 알려드렸고, 이후로 담임선생님께서 몇번 그 친구를 찾아갔던것을 안다.
그리고 그 이후엔 그 친구의 모습은 전혀 볼수 없었다.
그런 일을 격고난 이후엔 세상의 또다른 면을 본듯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세상 모든 사람이 똑같이 평등하게 살아가지 못한다는걸 알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따스한 품이 나를 얼마나 포근하게 감싸주고 돌봐주고 모든것을 갖출수 있도록 애써주셨는지 알았다.
그렇게 내 기억 속의 어린시절은 친구들과 울고 웃었던 기억들로 가득하다.
어느 한때는 소설 쓴다고 수업시간에 가장 뒷자리에 앉아 끄적이다 들켜서 운동장 한가운데서 친구들과 단체로 벌섰던 기억도 난다.
조용히 말썽도 많이 피웠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기억들이 지금 내겐 따스한 이불의 온기로 남아있다.
그 친구들이 있어 내마음을 풍성하게 해준 어린시절!
어린시절 내게 좋았던 점은 첫째부터 다섯째까지 모두 친구라고 해야할 정도이지만,
첫째엔 부모님, 따스한 사랑을 잃지않게 잘 지켜주신 부모님을 올려놓을것이다.
그땐 몰랐지만 내가 얼마나 따스한 사랑 속에 자랐는가를 이제는 알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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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반성~
참, 한가지 누락했네...아주 푸근한 기억...나의 엄마는 바느질 솜씨가 있어 어린시절 나의 머리묶는 리본들을 모두 손수 만들어주셨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머리리본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었다. 노란색, 분홍색, 빨간색....지금도 기억나는 총천연색의 리본들! 그 푸근한 기억을 뜨올릴때면 내 딸에게 나도 그런 엄마로 기억되고픈 희망을 갖게 되지만, 애석하게도 내겐 그런 멋진 재주가 없다. 대신 무언가 따스한 기억을 추억을 안겨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세상에 우리 엄마가 아니면 안되는 일, 그런 것을 내가 딸에게 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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