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에 비오는 날 실내에 있으면 기분이 좋다., 차안도 좋고 집안도 좋고, 백화점에 가도 좋다.
뽀송뽀송 하고 화안한 공간이 선택받은 인물이라도 된양 우월한 느낌을 갖게 하고
또 한편으로는 밖은 험한데 나만 너무 고운게 아닌가 하는 몹쓸 착한 마음도 들게 한다.
내가 소설을 쓴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비오는 날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상상해서 써볼것이다.
줄기차게 쏟아지는 비,우산이 뒤집어지고 나무가 휘청거리는 차창 밖을 보며
차안에서는 경쾌한 클래식 음악이나
그리 오래되지 않은 발라드풍의 가요를 들어도 좋다.
기상악화로 드라이버들이 일찌감치 귀가를 했는지 8차선 대로를 생생 달려도 좋고
교통체증으로 꽉막힌 찻길위에서 와이퍼만 드륵대며 왕복하는 상태도 좋다.
남자는 능숙한 운전솜씨를 가졌다.
여자는 안락함을 느낀다.
그렇지
연애에 빠지면 현실감각도 없고 이성도 흔들리지.
여자의 보호자는 어쨌거나 의리는 있는 남편일텐데
그녀는 앞뒤 꽉 막혀 움직이지도 않는 차 안에 앉아
마냥 편안하다.
남자가 비바람 속으로 뛰어들어 이디오피아 커피를 사들고 들어온다.
입안에 커피맛이 사라지기 전에 키스를 나누고
그러다가 계속 진도가 나가기를 바라는 독자를 실망시켜도 좋으니
서로의 스토리를 주고 받는거다.
아주 진솔하게...
이상적인 외모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
남자는 결혼전 첫사랑이야기를 한다.
직장에서 만난 일본여자, 이름도 만들어야겠지 무슨 꼬 라고
여자는 그남자에게 그 무슨꼬 같은 여자가 되고 싶어한다.
아이들의 특목고 이야기로 부부간 대화가 전부였던 그들에게
이십년전 첫사랑 이야기는 그들이 지금 20대인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한다.
남자도 여자도 배우자의 특별한 단점이나 잘못한 점을 찾을 수는 없으나
그저 변화와 활력소를 갖고 싶을뿐이다.
해외여행을 다녀온다고 한국을 떠나는 게 아닌 것 처럼
배우자 아닌 이성을 만나 스킨쉽좀 한다고 이혼을 원하는 것도 아니란 말이지
그들은 그냥 죽어가던 마른 감성에 물을 좀 뿌려주고 싶을 뿐이지
그들은 섹스까지 원하는 게 아니었다.
차안의 에어컨이 여자의 손을 차갑게 만들고
남자는 희고 지적이고 차가운 그녀의 손을 잡고 싶지만 망설인다.
그녀가 허락하는 투로 "에어컨 온도를 좀 높여야겠어요" 하며 두손을 모아 쥐니
남자는 따뜻한 자기 손으로 조심스레 살짝 덮어준다
그저 손을 잡고 등을 쓸어주고 호의를 나타내는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
빗속에서 골프 치느라 피곤했나
남편은 곯아 떨어졌다.
난 이런 이야기를 침대 끝에 화장대 의자위에 노트북을 올려 놓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남편이 보면 미쳤다고 하겠지 ㅋㅋㅋ
추천0
글수(4,014 )
최신
이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