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없는 엄마의 손

글쓴이 수선화.

등록일 2012-10-14 08:25

조회수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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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 없는 엄마의 손

시골의 작은 마을에 사는
가난한 집 막내가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막내는 하루라도 빨리 구질구질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형편이 어려워 날마다
두시간씩 걸리는 기차 통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도 기차 시간에 대느라 새벽부터 일어난 딸은
뒤져봐야 헐어빠진 옷들뿐인 옷장에서
아껴두었던 치마를 찾아 입었습니다.
"좋아, 이만하면..."

그런데 스타킹이 문제였습니다.
몇 개 되지도 않는 스타킹이 하나같이
구멍나고 헐고
올이 나가 있었던 것입니다.
벗어 놓을 때까지만 해도 말짱했었는데 말입니다.


딸은 스타킹을 들고 다짜고짜 엄마를 다그쳤습니다.
"엄마, 이거 다 왜 이래?"
"아이구 저런, 내가 빨다가 그랬나 보다.
이놈의 손이 갈퀴 같어서 원. 이를 워쩌냐"


딸은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엄마 앞에
스타킹 뭉치를 팽개쳤습니다.
"엄마, 다시는 내 스타킹에 손대지 마.
이제부터 내가 빨 테니까"

엄마는 그 억지투정을 말없이 받어 넘겼지만
그 후론 딸의 스타킹에 정말 손도 대지 않으셨습니다.
그해 여름 방학이 되어 딸이 집에서 빈둥대고 있을 때
면사무소에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네? 우리 엄마 지문이 다 닳았다구요?"
엄마의 주민등록증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지문이 닳아서 지장을 찍을 수 없으니
제발 며칠만이라도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딸은 잠시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왜 스타킹을 못쓰게 만들 정도로 거칠어진 엄마의 손을
단 한번도 잡아드리지 못했을까
딸은 밭으로 엄마를 찾아갔습니다.

그늘 한점 없는 뙤약볕, 기역자로 굽은 등..
평생을 그렇게 논 매고 밭 매며 억새풀처럼,
질경이처럼 살아 온 엄마였습니다.

딸은 말없이 다가가 엄마를 끌어안았습니다.
"엄마.. 흑흑흑"
"어이구, 우리 막내가 웬일로 밭엘 다 오고"


영문도 모른 채 엄마는 딸을 감싸 안았습니다.
엄마의 손은 비록 땡볕에 그을리고 패이고 흙 묻은 손이지만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손이었습니다.

-직산읍 교회 홈페이지에서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에베소서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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