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모닥불과 차와 그리고... 1999/12/15
1. 모닥불 그리고 차(茶)
겨울 차가운 밤하늘에 수없이 박혀 있는 저것이 정녕
무엇인가!
그 전날 속초에서 마음껏 별과 일출을 즐겼다는 부부,
그리고 산 사나이 셋과 함께 모닥불 아래서 대화를 나누며
문득문득 쳐다본 하늘.
별빛마을보다 더 별이 많다는 그곳.
떠나온 별빛마을이지만, 아직도 기억해 주는 그분들.
찻잔이 가득한 방에서 차를 마셨다.
찻잔을 만드시는 분께서 직접 달여 주는 귀한 차.
그분이 참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들과 친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몇 년 전의 통신 상에서의 짤막한 만남을
잊지 않고 그리도 대접을 해 주시다니...
(그림 조수현(초등학교 4학년))
2. 진정 소중한 무엇
아직도 깜깜한 바깥에서 서성거리며 별을 쳐다보았다.
바스락대는 소리가 날 때마다 깜짝 놀랐는데, 거기에는
오직 나 혼자 서 있었다.
그리고, 날이 밝아 산장에 켜 둔 가로등을 끄려고 나오는데
시커먼 차 한 대가 올라왔다.
남자 하나가 내려서 올라오며 나를 보고 웃는다.
누구지?
새벽에 오직 친구들을 보겠다고 달려온 우리 동갑내기.
반가이 악수를 하고...
부부가 차려주는 아침을 맛나게 먹고 커피까지 마셨다.
다섯 명.
다섯 명이 둘러앉은 동그란 상을 떠올린다.
3. 주흘산
문경 1관문을 들어서면 KBS에서 내년에 시작하는 드라마
"태조 왕건"의 야외 세트가 지금 한창 건립되는 중이다.
돌처럼 보이는 담은 물렁물렁... 세트일 뿐이다.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우리네 만남은 드라마를 촬영하기 위한 세트가 아니다.
있는 그대로 보고 싶다.
있는 그대로... 친구야!
여궁폭포까지 함께 갔다.
참 오묘한 자연의 모습을 본 듯한 느낌.
그리고 거기서 두 친구(아내까지 셋)는 돌아갔다.
흑~ (잠시 손을 흔들고...)
생전 처음으로 등산한다는 찻잔 만드시는 분과 그집
큰아들(초등 1학년).
유수산장 주인. 그 친구분 두 사람.
백두대간을 종주한 20대 청년.
산행 대장.
그리고 나.
여덟 명이 함께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갔다.
혜국사에 들러 참배하고, 주흘산 1075고지까지 허덕허덕.
물론 나만 그렇게 힘이 들었다. 모처럼의 산행이어서인지
그리 힘든 길이 아니었는데도 지쳤다.
20대 청년이 배낭을 바꿔 매 주었다.
유수산장으로 내려오는 길은 일반인에게는 잘 안 알려진
길이었다. 때로는 가파른 돌길. 또 때로는 완전히 산책로.
낙엽이 수북히 쌓인 길.
돌아오면서 수시로 올려다본 주흘산 바위 봉우리가 정말
멋있었다. 그런데, 월출산의 그 아름답던 모습이 그리워
지는 것이다. 언제 또 가 볼까...
4. 생각
소백산에서 만난 부부가 왔으면 했다. (우리 부부 포함)
금수산 산행을 함께 했던 그때 그 부부들 역시도.
도봉산에 함께 올랐던 부부도...
그래서 1박 2일 산행을 생각했다.
모닥불 아래서 한가로이 웃고 떠들고 싶었다.
다들 일이 있고, 그래서 함께 하지는 못 하였지만
모닥불을 쬐며 별을 바라보던 그 밤의 아름다운 기억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하리라.
어느 날 문득 나는 그곳에 또 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가고 싶다.
친구들 역시도 가족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참 좋겠다.
5. 나에게 있어서 통신은
만남이다.
살아가는 길에서 만난 전혀 새로운 만남.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에 만났던 그들은
모두 통신으로 하여 알게 된 인연이다.
참 울적했던 며칠 간의 모든 것을, 별이
흐르던 그 밤과 모닥불, 또 갖가지 차와
산행으로 다 풀고 왔다.
감귤향기
답글
소엽
인터넷 "파란"의 전신인 "하이텔 통신" 시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제는 그 파란도 사라져가고...
그때 만났던 많은 사람들도 잊혀져 가고...
그들도 나를 잊었겠지요?
여기에 나오는 "별빛마을"이란,
제가 몇 년 동안 살았던 고양시 화정동에 있던
아파트 단지입니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