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채팅하는 남자 ... ①
마흔 하나였던 여숙(洪麗淑)은 그 후에도 일 년에 한 번씩 나이를
제목에 올리면서 편지를 보내왔다. 마흔 한 살의 겨울에 닥친 IMF
바람으로 그 다음 해 겨울에 결국 가게 문을 닫게 되었다는 것과,
공부방도 그만두고는 살던 곳과 전혀 반대쪽인 용인 시 구성면으로
이사했다는 것도 편지를 통해서 알았다.
채형의 회사 사무실을 곤지암으로 곧 옮긴다고 했을 때도 여숙은
아주 즐거워 했다. 바로 가는 버스 편만 있다면 우리 동네에 집
얻으라고 할텐데 하는 말도 했다.
"마흔 다섯 살의 여자로 살아가기"라는 제목으로 채형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 바로 그날 아침이었다.
생각하면 여숙과의 인연은 현나로 인한 것이기도 하다. 벌써
오래 전의 일이지만, 여숙은 현나의 시누이로서 잠시 가족 관계로
엮어진 적이 있었다. 현나의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함께
그들의 관계가 끝나기는 했어도, 넓디넓은 사이버 세상에서
여숙과 만나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난하와 "여시"를 통하여 만나게 된 것 이상으로 그녀에게는
묘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여시"에 들어설 때마다 난하를
떠올리듯이, "산맥"으로 향할 때는 여숙이 저절로 생각나는
것이다. 채형보다 여섯 살이 더 많은 여숙은 채형을 거의
동갑처럼 대했다. 채형은 어느 해 겨울엔가 여숙과 함께
올랐던 갓바위에 대한 기억 탓인지 가벼이 올리는 글
속에서도 삶에의 깊이를 늘 느끼고는 했다.
그날도 다들 나가고 사무실에 혼자가 되었을 때, 채형은
일 때문에 켜 둔 컴퓨터를 쉬는 곳으로 만들었다. 메일은
아침에 확인했으므로, "여시"에 먼저 들러 게시판을 훑어
보고, 아침에 잠시 들어왔을 때와 변함이 없어서 "산맥"으로
향한다. 오는 주말의 산행 계획이 올라 있다. 이번에는
어딘가 싶어서 그리로 들어가려는데 화면에 깜박거리는
글이 뜬다.
채형이 들어왔니? 채팅룸으로 들어와."
여숙이었다. "산맥"의 채팅룸에는 방이 두 개 열려 있었고,
그 중 하나에 여숙과 또 다른 두 사람이 들어가 있었다.
우은길 : 아이구 어서 오십시오!
주혜현 : 안녕하세요, 채형님!
홍여숙 : 어서 와, 채형씨. 안 바빠?
은채형 : 네에... 다들 안녕하세요? 지금은 괜찮아요 여숙님.
주혜현 : 전에… 아주 오래 전에 한 번 뵌 적 있지요, 채형님?
은채형 : 네에.… 밤 늦게 만났던거 잘 기억하지요. 은길님도
그때 같이 있었댔죠, 아마?
우은길 : 아이구, 두 분 다 기억력이 아주 뛰어나시군요. 감탄~
또 감탄!
주혜현 : 바쁘셨어요, 채형님? 잘 안 들어오시는 것 같애요.
은채형 : 늘 들어오기는 하지만, 금방 나가는 편이에요.
사무실이어서 갑자기 일도 생기고...
주혜현 : 밤엔… 왜?
은채형 : 아! 밤엔 거의 안 들어와요. 집에서는 컴퓨터를 잘
안 키게 되어요.
홍여숙 : 낮에 일 때문에 늘 컴퓨터 앞에 있으니 집에 가서는
눈도 쉬어야지. 그렇지?
은채형 : 하하… 예.
우은길 : 크~ 저는 집에 가서까지도 컴퓨터를 끌어안고 있는데.
홍여숙 : 어머 그럼 마누라님은 언제 끌어안아 주세요?
주혜현 : 저… 먼저 나가야겠어요. 아기가 울어서... 만나자마자
헤어지네요, 채형님. 은길님! 그리고 여숙님...
우은길 : 저런! 밤에 만납시다, 혜현님.
홍여숙 : 그러게요. 또 만나게 되기를, 혜현님.…
주혜현 : 안녕히… 늘 좋은 시간 되세요~
은채형 : 혜현님도 좋은 날 되세요.
우은길 : 잘 가세요.
홍여숙 : 은길님. 아기 엄마더러 밤에 만나자라니요? 망측해라! (흐~)
우은길 : 크~ 인터넷의 좋은 점이 그거 아니겠습니까? 직접 만나지도
않는데 어때요.
홍여숙 : 은길님은 채팅을 통하여 여자들을 만나고 그러지 않으세요?
우은길 : 아~ 그럼요. 저는 마누라 하나도 어쩌지 못하는 인간입니다.
홍여숙 : 후~ 공처가셔서.
우은길 : 허~ 저 공처가 아닌데요~ (경처가라고…)
소엽
이 소설을 쓸 때만 해도 어느 분이 제게 그러셨어요.
소설 형식이 참 새롭다고~ 꼭 완성해 보라고...
뒤늦게 완성은 했지만, 이미 낡은 이야기가 되어 버렸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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