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올렸던 소설에~

글쓴이 소엽

등록일 2012-05-23 14:07

조회수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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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작가마당이 있을 때 소설을 올렸더랬지요.

지금도 미즈 블로그에 저장이 되어 있네요.


거기에 이렇게 그림을 그려서 다시 만들어

보았습니다. ㅎ~


어렸을 때... 만화 그리기를 참 좋아해서 서투른 그림으로

이야기도 만들어가면서 만화를 그렸던 생각이 나서

요즘 여기에 푹 빠져 있답니다.


한번 보시어요~ 호호


(소설 "생을 흐르는 강" 중에서)


3. "피안"으로 가는 길 ... ⑤
 
"피안"으로 오르는 길은 여전히 좁고 가파른 자갈길이었다. 원래
천계암이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던 조그만 암자였던 곳을 스님
부부가 들어오면서 건물을 두어 채 지어서 오갈 곳 없는 아이들과
장애인들을 돌보는 "피안"으로 만들었다. 말이 건물이지 겨우 비바람을
피할 만큼의 처소였다. 스님은 환속한지 오래인데도 삭발은 그대로
지켰다. 수녀님 역시도 머리에는 늘 수건을 쓰고 있었다. 습관처럼
스님 혹은 수녀님이라고 부르면, '그렇게 불릴 자격이 있습니까...'
하면서 조용히 웃는 모습이 두 분이 똑같이 닮았다.
 
 

0519 023.jpg


 

 
   (그림 : 소엽^^*)

 
"아이구! 이게 누구랴! 어째 이래 올만에 오셨소!"
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연화심 보살이 크게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 40대 초반이었던 연화심 보살님이 50대 초와 중반을
거쳐 이제는 50대 후반이 되어 나이보다도 훨씬 늙어 보이는
꼬장꼬장 마른 노인네가 되어 그녀를 반긴다. 마침 어디에 가려고
길을 나서던 참인지 산 아래에서 그들은 마주쳤다.
채형의 손에 아무것도 쥐어진 게 없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고는
노인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어렸다 금새 사라진다. 늘 그랬듯이
잠시 후, 혹은 더 훗날에라도 가게집 자전거에 한가득 실린 물품
들이 도착하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리라. 탐욕은 늙어갈수록
늘어가는 것인지 스님과 수녀님 곁에 있으면서도 그것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눈치다. 따지고 보면 그것도 다 "피안"의 살림에
보탬을 주려는 마음이기는 하다.
"예... 안녕하셨어요 보살님. 어디 가시는 길인가 봐요?"
"요 아래 순녀네 집에서 잔치가 있다고 먹을 거 많다고 와 보라는
구먼. 내 후딱 댕겨 갈 테니 먼저 올라가 기셔. 시님하고 보살님도
다 안에 기시니."
"예. 잘 다녀오세요."
 
"피안"을 이끌어가는 두 분은 밭에서 상추와 풋고추를 따고 있었다.
그들은 합장 반배로써 예를 차린다. 연화심 보살처럼 눈에 띄게
반가이 대하지도 그렇다고 해서 무심하게도 아닌, 바로 어제도
들렀던 사람을 맞이하는 듯한 친근함이 그들 부부에게는 있다.
스님은 하던 일을 그대로 하고, 수녀님은 어깨를 털면서 채형을
안으로 데려간다.
 
"피안"의 마당 한쪽에는 널따란 마루가 있는데, 점심 상을 차리고
있는지 상이 펴져 있었고, 열 두어 살 되어 보이는 남자애가 공양간
(부엌)에서 반찬 그릇이 놓인 쟁반을 들고 와서 상에 놓는다. 마루
위로는 나뭇잎이 자연스레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제일 위쪽에
작은 법당(기도실)이 있고, 그 아래쪽 뒤편으로 부부의 공간이 있다.
마루가 있는 곳 뒷쪽으로는 공양간(부엌)이며 방들이 쭉 이어서 있었다.
그 중의 한 곳에서 우람한 체격의 강희가 나와서 구부정한 자세로
채형에게 인사한다. 히죽 웃는 모습은 조금도 나이가 들지 않는다.
이제는 마흔도 넘었을 텐데도 그는 여태 열 여덟 살 청년이다.
아니, 아홉 살 소년이라고 해도 되겠다. 채형은 활짝 웃으며 그를
안아 준다. 자기보다 나이도 더 많고 키도 훨씬 큰 남자를 마치
동생인 듯이 혹은 아들인 듯이 다정하게 꼭 안아준다.
 
"강희가 가끔 서울 누나는 왜 안 오냐고 물어요."
마리아 수녀님이 나직한 음성으로 말해 준다. 강희가 자기 말을
하는 줄 알고는 히죽이 웃으며 부엌 쪽으로 사라진다. 채형은
수녀님을 따라 법당으로 먼저 오른다. 법당에는 관세음보살과
성모 마리아를 합쳐 놓은 듯한 조그만 모습의 불상이 서 있다.
그들은 서로의 종교를 존중해 주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아니,
두 개의 종교가 공존하고 있는 그곳이 그래서 더욱 편한 느낌을
주었다.
점심 식사에 앞서 기도실에서 잠시 기도를 한 후에 수녀님은
채형에게 소곤거리듯이 말하고는 먼저 나간다.
"자매님... 오늘 점심은 국수랍니다. 함께 드십시다."
"예, 수녀님... 곧 나갈게요."
 

0519 024.jpg


 

 
     (그림 : 소엽^^*)

채형은 삼배를 하고 가만히 꿇어앉는다. 스님과 수녀님이 서로
닮아있듯이 관세음보살과 성모 마리아를 함께 보는 듯한 불상의
입가에 흐르는 미소가 온화하다.
올려다보는 마음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이어서일까.
채형은 지긋이 눈을 감고 속으로 말한다.
머무르게 하소서. 이대로 있게 해 주소서. 어서 이 몸을 벗게 하소서.
그리고... 그리고.
아주 오래 전에 이곳이 아직 암자였을 때, 채형은 간절히 빌었던 것이
있었다. 그러나 언제인가부터 더 이상 채형은 그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않으려 했다. 다른 몸을 받아서 이 세상에 왔거니 하는 것이
오히려 편해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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