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아들바람 부모세대 짝꿍없는 우리세대’, ‘가가호호 아이둘셋, 하하호호 희망한국’
1970년대부터 2000년대 까지 시대별 인구 표어의 변천 과정이다. 표어가 말해주듯 이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출산 장려정책을 펼치고는 있지만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은 아니다. 세 자녀 이상의 ‘다자녀 가정’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들이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몇몇 다둥이 가정들이 언론을 비롯해 사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결혼 17년차에 접어든 박경수, 원이화 씨 부부도 작년 한해 적잖은 유명세를 치렀다.
박경수(46ㆍ자영업)씨는 지난 2월 아내 원이화 씨의 딸 출산으로 여덟 남매의 가장이 되었다. 원 씨는 양천구 신월동의 아담한 빌라에서 남편과 더불어 아들 다섯, 딸 셋을 키우며 세상에서 가장 바쁘고도 행복한 엄마로서 하루를 시작한다. 새벽 5시 30분 기상해 남편을 출근시키고 6시 30분 큰 아들에 이어 7시 40분 둘째 아들, 8시 30분 셋째와 넷째 아들 등교, 9시 다섯째 아들을 유치원에 보낸다.
그리고 나서야 딸 셋과 아침을 먹은 후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을 하며 오전 시간을 보낸다. “오후 1시쯤 되면 넷째가 학교에서 돌아오고 2시엔 다섯째를 데리러 유치원에 가요. 3시쯤 되면 셋째, 6시가 지나면 둘째, 7시쯤엔 남편과 첫째가 돌아오죠.” 함께 저녁을 먹고 아이들을 씻기고 대충 정리를 하고 나면 잠자리에 들 시간. 일곱째와 여덟 째 딸들에게 우유를 주느라 밤에도 두세 번은 잠에서 깨야 한다고. 하지만 이런 빡빡한 일상이 전혀 힘들지 않고 오히려 행복하다는 그녀.
“처음엔 아이를 많이 낳을 생각을 안했어요. 아들만 계속 낳다보니 딸 낳을 때까지 낳아보자 했지요.” 여섯째로 딸을 낳고 보니 오빠들만 있어 딸이 외로울까봐 일곱째를 낳았고 딸 욕심에 여덟째까지 낳게 되었다는 박 씨 부부. “아이가 하나일 땐 엄마가 친구와 선생님 역할을 하며 계속 아이를 돌봐야 하니 너무 힘들었는데 형제자매가 많아 자기들끼리 놀고 공부하니 훨씬 수월해요.” 큰아이들이 어린 동생들을 봐주니 다른 이들이 생각하는 만큼 힘들지 않단다.
“아무래도 식비며 간식비가 다른 집들보다 많이 드니까 경제적으로 조금 힘든 건 사실이에요. 그거 말곤 힘든 건 없어요.” 가족이 함께 가까운 곳으로 외출할 때는 차가 좁아도 끼워 타면 그만이지만 시골에 갈 때처럼 장시간 이동시에는 잠시 이산가족이 되기도 한다. 큰아들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거나 다른 친척들 차에 아이들을 나눠 태우기도 한다는 것.
아이 낳을 때 에피소드도 많았다는 원 씨다. “아들만 다섯을 낳고 처음 딸을 낳을 때 남편에게 전화해서 알린 후 혼자 택시 잡아타고 병원에 갔어요. 한 시간도 안 되어 남편도 오기 전에 아이를 낳았죠. 운전 중인 남편에게 딸이라는 사실을 알렸더니 너무 좋아 만세를 부르다가 사고가 날 뻔했대요. 이번 여덟째도 남편이 지방 내려간 사이에 진통이 와서 큰아이들한테 동생들 돌보라고 하고선 혼자 병원에 가서 낳았지요.”
교육비도 만만치 않을 터. 원 씨는 학원을 많이 보내지는 못한다고 한다. “하고 싶은 사람만 시키겠다고 말했어요. 억지로 시키지 않겠다고요. 그랬더니 욕심 많은 둘째는 이것저것 좀 많이 하는 편이죠. 물론 다른 집들에 비하면 그것도 많은 게 아니지만….” 저렴한 방과 후 학교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그녀는 학습지와 문제집 등으로 집에서 공부시키며 적은 비용으로 잘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있다.
작년 일곱째가 태어나며 이 가족은 양천구에서 자녀가 가장 많은 가정으로 꽤나 유명세를 탔다. 구청장이 집에 방문해 축하와 격려를 보내는가 하면 지역방송과 신문에서도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프로야구 경기의 시구도 하고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했다. “서울시에서 주는 표창장도 받고 양천구 홍보모델로 활약하는 등 정말 많은 일들을 겪은 한해”였다며 그 관심과 격려가 싫지는 않았다는 다둥이 아빠 박 씨. “가장으로 어깨가 무거운 건 사실이지만 집에 들어 왔을 때 아이들이 달려와 안기면 언제 힘들었나 싶고 피로가 싹 풀리죠. 아이들은 제게 비타민 같은 존재거든요. 여럿 키우려면 돈은 많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낳은 건 아이들이 주는 행복과 기쁨이 그보다 크기 때문이지요.”
큰 도움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정책 아쉬워
자녀가 적은 집보다 풍족하게 해줄 수 없어 미안하다는 원 씨는 스스로들 잘 알아서 하고 착하게 자라줘 고맙다며 아이들 자랑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첫째 종성이(19)는 성격이 참 좋아요. 다른 아이들은 사춘기 때 대들고 반항도 한다는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해 작가가 되고 싶대요.” 동생들을 잘 돌본다는 둘째 예성이(12)는 엄마가 집을 비울 때 아기들 우유도 먹이고, 동생들 공부도 가르쳐주며 자기 할일을 스스로 하고 공부도 잘한다고.
이들 부부는 자녀가 어릴 때만 지원해주고 중고생, 대학생이 돼서 정작 큰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는 나 몰라라 하는 정책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자신들의 힘으로만 자녀를 교육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점과 작은 지원이라도 받기 위해선 과정이 너무 복잡해 생색내기라고 느낀 적도 많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박 씨는 무엇보다도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요즘 세상에 험한 일들이 많아 아이들이 안전하고 바르게 클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게 우선인 듯합니다.”
아이들이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는 박 씨 부부는 아이를 키우는데 드는 돈을 계산하기 전에 진정한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세상이길 간절히 바란다. 아이들 학원 하나 더 보내는 것보다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형제를 만들어 주는 게 더 큰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자라서 작은 일이라도 자신들이 행복하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다둥이 부부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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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아자
아들 5명에 딸 3명 대단하시네요^^
어린이집이 따로 없겠어요~ 다들 예쁘게 잘 자랐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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