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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와 해학이 넘치는 우리 옛말들
‘가라고 가랑비 오고, 있으라고 이슬비 온다.’라는 옛말이 있다.
어느 날 박 첨지 집에 놀러 온 김 첨지가 종일 눌어붙어 있다.
아무리 벗이라지만 손님이 너무 오래 머무르자 박 첨지는 짜증이 난다.
하지만,
명색이 손님이라 막무가내로 내칠 수는 없어 김 첨지 눈치만 살폈더란다.
그럴 터에 때맞추어 가랑비가 내린다.
박 첨지는 비설거지를 하며 넌지시, 혼잣말처럼 말한다.
“가라고 가랑비 오네.” 그러자 넉살 좋은 김 첨지가 대꾸한다. “있으라고 이슬비 오는구먼.” 박 첨지의 짜증은 해학으로 승화되고, 김 첨지의 멋쩍음은 재치로 마감된다.
그럴 때 마음 약한 주인이 오히려 미안해지기도 한다.
비도 내리겠다, 박 첨지는 간단한 술상을 내 온다.
그런 뒤 김 첨지와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그새 둘 다 낮술에 취해 낯빛이 불콰하다.
도깨비에게 홀린 듯 어느덧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해거름도 안 되어 낮술에 취하다니. 가히 술이란 ‘도깨비뜨물’이다.
백성이 흔히 마시던 막걸리 빛깔이 마치 쌀뜨물처럼
허여멀개서 붙여진 이름이다.
입에 착착 감기는 아름다운 말. 웃음과 해학이 깃든 톡톡 튀는 말들이 죽거나 병들어간다.
유전자 변형(GMO) 처리된 씨앗이 우리 땅에 불순한 싹을 틔우면서
토종 씨앗이 사라지듯,
외국어에 밀려 우리 말글도 죽어가고 있다.
전통의 ‘부엌’이 ‘주방’으로 바뀌면서 많은 말이 일상에서 사라졌다.
‘부뚜막’도, ‘아궁이’도, ‘부지깽이’도 .......
‘씽크대’라는 뒤틀린 이름의 주방가구가 부엌을 장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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