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40대 형제의 슬픈 동반자살 - 서울신문 기사펌

글쓴이 김윤정

등록일 2012-02-04 10:18

조회수 1,491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어느 40대 형제의 슬픈 동반자살

[서울신문]

장애인 형제는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지난 1일 오후 7시쯤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신푸르름(45)씨는 정신지체 3급, 동생 명균(44)씨는 정신지체 1급이었다. 형제의 주검은 서울 송파구 가락본동 경찰병원에 안치됐다. 형편 탓에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했다.

형제는 남달랐다. 항상 손을 잡고 다녔다. 이웃들은 ‘서수남·하청일’ 같다고 했다. 푸르름씨의 키는 180㎝가 넘었고, 명균씨는 160㎝가량이었기 때문이다. 푸르름씨는 동생에게 형이자 친구이자 부모였다. 38년간 곁을 지켰다.

명균씨가 6살 되던 해 부모를 잃었다. 푸르름씨는 장애가 있는 동생을 장애인시설에 보내자는 친척들의 권유를 뿌리쳤다. “동생은 나 없으면 안 된다.”며 책임졌다. 형제는 13평형짜리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생활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였다. 생계급여, 장애급여 등 월 60만원이 생활비의 전부였다. 꿋꿋하게 열심히 살았다. 푸르름씨는 ‘파란색’ 트럭을 끌고 다니며 도배, 인테리어 설비 등을 하는 일용직이었다. 그러면서도 9만원 정도의 월세를 단 한 번도 미루지 않았다. 독립이 어려웠던 명균씨는 제빵사를 꿈꿨다. 제빵 무료강좌에 참여해 직접 만든 빵을 형과 이웃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형제들은 밝았다. 가까운 이웃들은 “성실했다. 잘 웃었다. 싹싹했다.”고 말했다. 그러기에 이들의 사망 소식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 이웃 주민은 “얼마 전 집안 벽지를 새로 바른 것을 보고 예쁘게 잘 발랐다고 했더니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명균씨는 특히 같은 층 1310호에 사는 할아버지와 ‘절친’했다. 할아버지는 “마주치면 별다른 표정도 없이 고기나 빵을 주고 간다.”면서 “정이 많은 사람”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근 푸르름씨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생활고는 심해졌다. 월세만 겨우 냈다. 동생의 치료비 30만원은 크게 부담됐다. 희망의 끈에 매달린 악착같았던 삶도 끝내 좌절과 절망으로 바뀌었다. 푸르름씨는 동생이 눈에 밟혔다. 홀로 남은 동생, 명균을 지켜 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살기가 힘들다. 나 없으면 동생을 보살필 사람이 없어 함께 떠난다. 화장해 달라.’는 내용의 유서 한 장을 썼다. 형제가 떠난 아파트 현관 안쪽에는 푸르름씨가 동생을 위해 사 놓은 동화책이 노끈에 묶여 남아 있었다.

최지숙·이영준기자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글수 글수(36,599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32392   어느 40대 형제의 슬픈 동반자살 - 서울신문 기사펌 김윤정2012-02-041492
32391   지하철, 버스 요금인상 한다네요ㅠㅠ ... 1 꽃순이2012-02-032359
32390   아침차...고도원의 아침편지 1 ㅁ궁화2012-02-031310
32389   나는 전설이다 보고 있어요 다한2012-02-031159
32388   내일은 춥지마라~~~ 토오리2012-02-021312
32387   2월 6일이 정월대보름이네요 ^ ^ 1 꽃순이2012-02-025718
32386   겁나게 추운 바람이 부는 목요일입니다 다한2012-02-021231
32385   막내라고는 할 수 없는 부러운 기럭지의 서현 1 하린맘2012-01-311318
32384   무심한듯 시크한 댓글만 남기고 사라진 아이유 하린맘2012-01-311138
32383   [사진]"맛 있겟다" 일본 교도소'급식 메뉴' 화제 1 happy2012-02-021328
32382   [문화]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에밀레종 1 ㅁ궁화2012-02-021226
32381   아침차 그리고 고도원의 아침편지 1 ㅁ궁화2012-02-021122
32380   리틀천재 완소리뷰단 27기 모집한대요~ 샐리2012-02-021100
32379   산뜻하게 시작하고 싶어요.. 토오리2012-02-011337
32378   코코아로 다이어트가 된데요 ! 2 꽃순이2012-02-012927
32377   보육료 지원 신청하세요 !!! 꽃순이2012-02-018286
32376   산성비만 조심? 산성눈이 더 위험! 1 ㅁ궁화2012-02-011608
32375   [날씨]눈 그친 뒤 한파…곳곳 빙판길 1 ㅁ궁화2012-02-011195
32374   아침차 고도원의 아침편지 1 ㅁ궁화2012-02-011212
32373   하얀 눈이 펄펄~~~ 1 ㅁ궁화2012-01-311131
32372   일본 여행 1 shutu2012-01-311277
32371   오늘의 날씨 happy2012-01-311159
32370   세종의 업종....세계 언어史에 극찬 happy2012-01-311351
32369   조만간 대지진.....보도에 日 발칵 happy2012-01-311249
32368   개근 꼬야2012-01-311235
32367   [짤막상식]웃음소리 클수록..... 1 ㅁ궁화2012-01-311116
32366   [ 짤막상식]손짓으로 말했다 1 ㅁ궁화2012-01-311314
32365   꽃보다 아름다운 미소 1 shutu2012-01-311085
32364   아침차 고도원의 아침편지 1 ㅁ궁화2012-01-311077
32363   아쉽네요 ... 미소파천..2012-01-311304
32362   셀러리맨 초한지 1 ㅁ궁화2012-01-301365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