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라면 실컷 수다를 떨 수 있어요 - 김경희님 인터뷰

등록일 2005-09-06 16:19

조회수 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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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스티아_김경희님 인터뷰 20050812

어떤 인터뷰이든 처음 시작하는 질문은 취재원의 신상에 관한 질문이다.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흔한 질문이었을 법한데, 실제는 다른가보다. 그녀는 오랜만에 들어보는 질문이라 했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질문입니다. 이름은 김경희. 남편과 고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과 살아가고 있지요. 현재 지도사, 상담사로 청소년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하는 일은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청소년의 다양한 문화활동 지원과 의식변화에 관한 일을 해요.
주로 고민과 갈등이 대부분인 일로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미즈 인터뷰에 응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바쁜 일이에요. 올 여름방학은 아이들과 함께 ‘그래피티(벽이나 그밖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를 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아주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에요.”

북카페에서 그녀의 이미지는 하얀 얼굴에 뿔테안경을 쓰고 매일 사색에 젖어 있는 불어 선생님 같은 이미지였다. 그런데 아이들과 그래피티를 즐기는 청소년 지도사라니. 예상을 깨는 대답의 연속이었다.

“살림 말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던 전업주부 시절, 인터넷에서 주부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지금의 미즈를 알게 되었어요. 온라인강의를 통해 제 자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기회를 준 고마운 사이트죠. 북카페는 제게 유일한 수다의 원천인 ‘책’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요.

당시 북카페의 범경화님의 글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댓글 다는 재미가 솔솔했죠. 그러다가 경화님의 제안으로 북카페의 필자가 되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책 이야기라면 실컷 수다를 떨 수 있을 것 같아서 필자제안을 흔쾌히 받아드렸습니다. 그것이 이렇게 오랫동안 인연이 계속될 줄은 몰랐네요.“

북카페의 트로이카 김경희, 범경화, 이은정. 온라인으로 쌓은 우정이 더 돈독한 사이다.
오프라인에서 본 기억보다 온라인 활동으로 더 친하고 간혹 전화통화를 하는 사이라는데 바쁜 생활사로 뜸해지는 활동에 안타깝기만 하단다.

그녀가 북카페에서 하는 일은 책과 관련된 일상의 단상을 게시판에 짤막하게 올리는 일이다.
‘함께 읽고 싶은 책’ 코너에는 서평보다 책에서 받은 인상을 적어 올린다. 그녀의 사적인 글들이 마음에 닿는 이유는 생활에 밀접한 이야기를 부담없이 풀어내서 일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 고개 끄덕거리면서 읽었던 책을 막상 소개할때는 어떻게 권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다고 한다.

그녀의 독서량은 얼마나 될까? 책을 많이 읽는 사람답게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는다고 한다. 한때는 소설을 많이 읽었지만 지금은 소설 읽기가 제일 따분해져버렸다고. 대신 심리학, 교육학 관련 서적에 심취해 있다고 했다. 사람에게 Empowering하는 이론과 실제들이 매력있어 좋다고.

“책을 몰랐다면. 이승에서 겪는 생노병사와 희노애락, 오욕칠정 등이 나에게만 너무나 별나다는 생각으로 조울증에 빠져 살았을 지도 모르죠. 책은 저에게 삶의 보편을 알게 해준 심리치료사 같은 존재에요. 하지만 세상에는 인간이 사랑하고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해요. 그 중 전 책과 자연스럽게 필요에 의해 친해졌고 유익함에 감사하지만 전부는 아니에요.”

책이 좋기는 하지만 예찬론자는 아니라는 그녀.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어려서 아버지의 책보는 모습에 영향을 받은 거 같아요. 일종의 문자중독증이랄까? 문자가 좋았던 거죠. 진짜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된 때는 갑자기 시간이 너무 많아져버린 결혼초에요. 비사교적인 성격이 책속에서 혼자 놀아도 충분한 만족감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로 삶의 필요한 정보들을 책에서 찾아내는 것이 훈련이 되어 지금은 사람보다 책을 더 의존하는 나쁜 버릇이 들었어요. 생활에 유용한 정보는 책보다 주변사람들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론 고치려고 무지 애를 씁니다.”

생활에 쫓겨 책과 멀어지는 주부들을 위해 책에 맛을 들이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책이 아니어도 인생은 충분히 즐겁고 의미있고 살만합니다. 책속에 길이 있지만 세상의 모든 길이 책에 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아요. 책의 도움이 컸다든지, 한번쯤 감동을 만나야 하는 계기가 있어야 책의 맛을 알겠죠. 맛을 알려면 직접 먹어보는 수 밖에 없잖아요.”

직접 맛을 봐야 독서의 진짜 맛을 안다는 그녀는 책 말고도 음악과 그림의 맛을 알고 있다. 열정을 쏟는 만큼은 아니지만 서울에 들릴때면 미술관 들리는 것이 제일 큰 즐거움이라고 했다. 본인은 아니라지만 문학소녀가 아닌 문화소녀같은 그녀. 기회가 된다면 연극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했다. 씹으면 씹을수록 담백한 고소함이 더한 밀빵같은 그녀의 맛이 북카페에서 오래오래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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