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 따라 흐르는 기쁨의 향 전도사 ‘ 최복순님 ’

등록일 2004-04-02 11:53

조회수 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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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임터 향기방의 치자 최복순(53세)님의 첫마디는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주변에서 모범적인 자원봉사자란
추천을 받았는데 봉사를 받고 있다니?

치자님은 10여 년 전부터 5년 주기로 크게 아팠다고 한다.
처음에는 디스크로, 5년전에도 병치레를 했고,작년에는
위장에 문제가 생겨 큰 수술을 연달아 받았다. 형제라고는
오빠하나가 다라 외롭게 자란 데다가 50대에 접어들어
몸까지 아프니 사람에 대한 그리움의 향이 더욱 짙어졌다.
  
 
“외로움 덕분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많이 생겼어요. 집 앞 골목부터, 그 골목을 지나는
동네 사람들, 이웃 독거노인들 등 시선이 가는 곳이 많아지더라고요.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
이일 저일 나서게 되고 이런 저를 극성맞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죠. 마음 같아서는 저도
적극적으로 ‘극성’을 떨고 싶지만 몸이 따르지 않아 조용히 제가 할만한 일을 찾아했어요.
시간이 지나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사람들이 이젠 제 편이 되어 저를 돕기도 하네요.”

치자님은 5년 전 이사 온 지금의 아파트 단지의 부녀회를 통해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회장을 거쳐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부녀회의 이름은 ‘참사랑’,
주변의 어려운 이웃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는 일부터 동네청소, 독거노인지원,
저소득층 자녀 장학금 지원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활동이란 말이 거창한 것 같지만 솔직히 누구나 마음만 있다면 쉽게 참여 할 수 있는
일들이에요. 내 집 앞 골목길 청소부터, 헌옷 손질 및 기증, 밑반찬 기증 등 우리 생활에서
쉽게 찾아 할 수 있는 일들이죠. 때문에 저처럼 아픈 사람도 봉사를 할 수 있는 거예요.”
봉사활동이 큰 돈과 시간을 들여 폼나게 남에게 베푸는 거창한 ‘꺼리’가 아니라는 치자님의
이야기는 듣는 사람을 왠지 부끄럽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치자님의 말처럼 봉사에
참여한다는 것이 그리 쉽게 마음대로 되어지는 일인가?
 
    
 봉사는 자기 자신을 위한 일
“주변에 보면 봉사활동을 하려는 마음은 있어도 방법을 모르거나 생활에 파묻혀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요. 또 혼자 선뜻 나서기 쑥스러워 못하는 경우가 많죠. 이럴 때는 현재 어려운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길 권해요. 본인이 정말 힘든 상황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데 도움받을 곳이 없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아마 답답한 마음에 바로
봉사를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길거에요. 꼭 단체나 모임에 참여하여 활동하지 않더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봉사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TV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불우이웃
성금운동 참여하기, 헌옷수거용 의류 손질하기, 집 앞 골목길 청소하기 등 내 상황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죠. 자기 것을 조금 나눠주고 얻는 삶의 기쁨이 얼마나 큰지
경험 못한 사람은 알 수 없죠. 봉사는 자기 삶에 큰 기쁨을 주는 스스로의 선물이에요.
남을 위하는 것보다 먼저 본인을 위해 하는 일이란 이야기죠.”
 
  
 하지만 모든 일이 기쁘고 뿌듯한 보람으로 남아 있을 수만은 없는 듯, 치자님 역시 아쉽고
안타까운 기억들이 있다. 특히 얼마전 청량리 588지역에서 ‘에이즈 퇴치 캠페인’을 진행할 때는
좀더 각별한 마음이었다.

 
 “예전 제가 살던 곳 근처에 윤락업소가 많이 있었어요. 가끔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들과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그때 참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란 생각을 했어요.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어 일을 하겠지만, 제 딴에는 최대한 윤락여성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 뜻이 잘 받아들여지질 않더군요. 좀더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무언가를
생각했어야 하는 데, 상처를 주었을까봐 아직도 가슴이 아프네요.”

순수하게 시작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본의 아닌 오해와 질투를 받기도 했다.
그녀의 마음은 알게 모르게 수많은 잔챙이 상처로 다져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아플 새가 없다. 그녀가 종독시킨 ‘참사랑회’회원들과 가족들이 모든 활동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우리 남편도 저를 따라 봉사활동을 하려 해요. 바쁘기 때문에 매달 일정액을 기부하는 등의
작은 봉사활동에 그치지만 제 활동은 열심히 뒷바라지 해주거든요. 제게 봉사하는 거죠.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집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초대하는 날이면 일찍 집에 들어와 열심히
음식장만을 도와줍니다. 삶의 기쁨을 추구하는 일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바이러스 같아요.
속도는 느려도 절대 백신바이러스가 생기질 않거든요.”

여기저기 나누고 뿌린 바이러스는 이제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들도 조금씩 감염되어 이제는
중독증세를 보인다며 웃는 치자님. 가장 쉽고 편하게 봉사에 입문하는 방법은 ‘밝은 미소를
함께한 인사’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봉사의 시작은 제가 아닌 남에게 향하는 관심이에요. 이 관심을 봉사로 승화시키는 첫 번째
방법이 ‘인사’죠. 지금부터 밝은 미소로 인사를 시작해보세요. 이웃을 만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하다못해 사이버주부대학에 새내기가 들어와 인사를 하면 반갑게 맞아주는 거죠.
먼저 아는 척하고 관심을 보이는데 거리낌이 없다면 바로 봉사의 첫 걸음을 뗀 것입니다.
그 뒤로는 어떤 봉사활동도 겁내지 않고 척척 해낼 수 있어요.”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몸도 많이 좋아졌다는 치자님은 더욱 건강한 몸으로 봉사를 하기 위해
요즘은 요가를 배운다고 했다. 올봄 더욱 건강한 미소로, 느리지만 중독성 강한 치자 향기처럼
치자님의 봉사하는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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