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다.”의 저자 작은들풀 김군자님

등록일 2004-04-01 20:42

조회수 5,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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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한다.
33년을 부부로 살았지만 부부는 일심도 아니고 동체도 아니다. 부부는 이심이며 이체이다.
아내에게는 생각자체가 필요없는 것이고 남편의 명령에 따라 오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일심으로 만들려한다. 동체도 그렇다.
남편이 하고자 하는 일에 아내가 하기 싫어도 무조건 동참해야 의견이 모아졌다고
동체라 한다.‘-‘일심동체가 아니다’ 중에서-

시어머니들의 좋은 소리, 내 경험담 이야기가 곧 며느리들에게는 잔소리가 되거든요.
저는 좋은 이야기 해주는 좋은 시어머니보다 사이 좋은 시어머니쪽을 선택했어요.
어찌보면 냉정한 시어머니인지도 몰라요. 살아갈 길이 여러개인데 시어머니의 길을 따라
갈 수만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대신 모든 책임도 젊은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거지요. - ‘시어머니의 조언‘ 중에서-

아내가 시어머니에게 잘못하거든 당신이 장모에게 어떻게 했는가를 생각하라.
남편이 생각하는 처갓집과 아내가 생각하는 시집과는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 ‘처갓집에 하는 만큼 바래라’중에서-
평소에도 글 속에서 요즘 세대를 앞서가는 탁 트인 어머니 역할의 전형을 제시하고,
부부문제와 고부갈등 없는 가족문화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다시한번 생각할 기회를 주었던
들풀님이 쓰신 책은 제목부터 이혼율 50%에 사는 우리세대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새 책을 들고 여기저기 인사하러 다니기 바쁜 들풀님이지만 자신을 찾는
전화만큼은 흔쾌히 시간을 내어줄 만큼의 여유로움은 챙기고 산다. 천천히 또박또박한 어투로
시종 차분한 분위기의 대화를 끌고 나가는 들풀님에게서 단정하고 정갈하면서도 약간은 엄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여고시절 가사선생님을 뵌 듯도 싶었다.

들풀님은 책이 출판되어 나오기 전, 남편과의 큰 전쟁을 예감했다고 한다. 자신이 시집와서 느꼈던 부부불평등에 관한 이야기를 쓴 책이니 남편에 관한 흉보기가 책 여기저기서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혼자 글을 쓸 때는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지만, 책을 내고자 하니 불만에 가득 찬 자신의 볼멘 글들을 손 댈 수밖에 없었다. 나름대로 많이 중화시켰지만 총 140편의 많은 글들을 하나하나 손보기엔 무리였다.
내심 남편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불안했는데, 정작 책을 읽은 남편은 ‘글 중에 세 가지 이야기만은 넣지 않는 것이 좋았어’ 라는한마디 말로 모든 것을 넘어갔다. 김군자님은 남편이 이야기한
세 가지 이야기를 책이 나온 지 한달이 다되어가는 지금도 모른단다. 영원한 비밀로 남을 수 있을 까?
“처음 책을 내자는 제의를 받았을 때는 ‘나의 목소리에 좀더 힘을 실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좋아했어요. 그런데 웬걸요. 내 아픔과, 내 생각만 늘어놓고 보니 남편의 아픔과 생각은 미쳐 생각을 못한 거죠. 그래도 그동안 입 밖으로 내 뱉은 적이 없는 말들이기에 남편 생각은 잠시 미뤘죠.
때문에 출간일이 다가올수록 설렘보다 남편이 상처받을까하는 걱정이 더 앞서더군요.
다행히 남편은 별 말이 없어요. 그리고 느낀 점이 많은 지 요즘에는 제가 바라는 자상하면서도
부인을 자신과 동등하게 생각하는 남편으로 변해가려 노력해요.”
책에 담은 글 외에도 400여편의 숨겨진 글들이 있다고 한다.
결혼 후 써온 일기도 12권이나 된다.
앞으로는 살아오며 느낀 이야기가 아니라 60대의 노인이 보는 세상이야기에 대해서도
쓰고 싶단다. 그녀가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이 된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부터이다.
수업시간이면 어김없이 선생님의 목소리로 읽혀졌던 그녀의 글은 1996년을 기점으로
일기장 속에서 PC통신을 통해 하나하나 세상의 빛을 보기 시작했다.

“1996년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하면서 제 생각의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남겼어요.
글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재밌어 점점 글을 쓰는 데 자신감을 갖게 되었죠.
그 후에는 신문사의 인터넷 독자게시판 등에도 종종 글을 올렸죠. 그런데 이곳저곳에
올리다 보니 내 글들을 정리할 수가 없더라고요. 또 공감대를 쌓은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도 어렵구요.고민하던 중 사이버주부대학에서 작가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했어요.
운 좋게 수필코너를 맡았는데, 그 인연으로 지금은 좋은 사람도 많이 사귀고 책까지 쓰게 됐네요.”
나름대로의 자아도취로 꽤 긴 시간 글을 써온 것 같다며 멋쩍어 하는 들풀님은 그래도 그동안
대회를 통해 작가로 등단하고 싶은 생각은 한번도 없었단다. 같은 공감대를 나누는 사람들과의
소박한 대화로 충분히 만족했고, 그런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글을 평가해 달라고 자청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가 이젠 수필에서 눈을 돌려 약간의 픽션이 가미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발전했다. 대중들의 평가를 받기 위한 작가로서의 본능적인 욕심이 아닐까 싶다.
“제가 상상력이 부족해요. 그래서 사실 위에 무언가를 덧입히는 데 많이 어색하죠.
그런데 요즘엔 글을 쓰면서 사실에 기초한 창작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만을 솔직히 쓰게 되면 주변인물들이 간혹 상처받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는 들풀님은
그래서 입속에 맴도는 말을 그냥 삼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상상력을 동원한 소설에서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원하는 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처럼 남편과 나의 이야기를 직접 쓰는 것이 아니라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서
대신 내 말을 하게하는 거죠.”

인생은 60부터라고 했나? 절대 늦은 나이가 아님을 몸소 보여주는 멋진 들풀님이 갖기 시작한
새 꿈 하나가 부럽다. 느리지만 천천히 또 차분히 나아가는 그녀의 신중한 발걸음에는 왠지 모를
안정과 신뢰, 기대가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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