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전국 사찰에서 정기모임을 가지면서 세상 시름 잊는답니다'
불교인의 모임터 '풍경소리'
산 속 고즈넉한 사찰에 한줄기 바람이 불어오면 곧이어 울리는 댕그렁 풍경소리. 굳이 불자(佛者)가 아니라도 경내에 앉아 풍경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머리 속 온갖 잡념들이 일순간 사라지는 듯한 평안함을 맛보게 된다.
가만히 귀기울여보면 사주대에서도 이런 풍경소리가 은은히 배어 나오는 곳이 있다. 부처님을 믿고 불교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인 모임터, 이름하여 바로 '풍경소리'. 총 회원 수는 200명이 넘으나 활동을 활발히 하는 인원은 30~40명 정도. 회원들의 주된 연령층은 40~50대이나 30대인 회원도 꽤 된다. 부처님의 자비가 함께 하는 방이어서 일까. 2000년 1월에 모임방이 만들어진 이후 조용하게,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더욱 끈적끈적해지는 정으로 회원들간의 희노애락을 늘 함께 나누고 있다.
'마음이 바다처럼 넓은 사람들'만 모였다고 주장하는 방장, 퍼블 진재운님(48, 경주)은 이 모임으로 인해 '삶의 보람까지 느낀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매달 사찰에서 모임을 가지면서 우의를 다져
수종사, 청암사, 수리사, 용주사, 법련사, 불국사, 골굴사, 만불사, 용궁사….
'풍경소리' 회원들은 지금까지 함께 다녀온 사찰만도 10여곳이 넘는다. 그도 그럴 것이 불교모임답게 매달 정기미팅을 사찰에서 가지고 있기 때문. 서울, 경기 팀과 남쪽 지방 팀으로 나누어서 각각 그 지역에서 가까운 사찰을 중심으로 순회하며 친목을 다진다.

만나면 우선 부처님 전에서 함께 인사를 드리고 사찰의 이곳저곳을 함께 돌아보면서 사진을 찍으며 담소를 나눈다는 것이 진재운님의 얘기.
"운이 좋은 날은 그 절의 주지 스님을 뵙게 되기도 해요. 주지스님의 법문도 경청하고 점심공양과 향기 그윽한 차를 대접받기도 한답니다. 모두 약간의 회비를 거둬서 그날의 경비로 쓰는데 부담도 없어요."
불교 신자가 된지 햇수로 근 20년째라는 방장 진재운님은 한 달에 한번 정기법회에 참석하는 것 외에도 아침 예불을 꼭 빠뜨리지 않는다고 한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세수하고 법복으로 갈아입습니다. 청수 한 그릇 떠놓고 한 30분 정도 저 혼자만의 의식대로 기도를 해요. 주로 지장경을 많이 읽는 편이고요. 원래는 초하루와 보름에도 절에 가야하는데 운영하고 있는 가게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게 부끄럽습니다. 평소 출퇴근 시 차안에서 불경이 녹음된 테이프를 많이 듣는데 마음이 참 편안해 진답니다."
9시에 가게에 출근하여 '풍경소리'방에 들렀다가 그 다음 그가 빠뜨리지 않고 늘 찾는 곳이 있다. '풍경소리'방의 회원이기도 한 '시인의 향기' 스님이 운영하시는 인터넷 법당(
http://bosar79.com/index_79.html)이 바로 그 곳이라고. 새삼 인터넷의 시대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어떻게 법당이 인터넷으로 운영이 될까 하는 의문은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조금씩 풀려나갔다.
마음의 평화주는 인터넷 법당
"시인의 향기 스님은 전남 보성의 작은 산봉우리 밑에 있는 폐가를 수리하여 움막을 짓고 기거하고 계시죠. 저는 매일 들르는 이 인터넷 법당에서 불법(佛法)을 많이 배웁니다. 시간별로 가요도 들을 수 있어요. 무엇보다 스님의 육성으로 기도와 염불, 새벽, 아침, 저녁예불 모두를 직접 들을 수 있어 제가 실제 법당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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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운님의 말에 의하면 이 스님의 움막에서 학생들을 위한 여름하계수련대회(불자체험)도 열린다고 한다. 도시에서 시멘트만 밟고 자라던 아이들이 며칠 동안만이라도 공기 좋은 산골 움막에 들어가 자연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단다. 스님이 직접 짜신 규칙적인 시간표대로 일과가 진행이 되는데, 텃밭의 고추도 따고 김도 매고, 웅덩이에서 물놀이도 하는 이런 생활이 공부 때문에 늘 스트레스 받던 아이들에게 좋은 체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단 학생들뿐만 아니라 아파트에서만 생활하는 어른들에게도, |
스님과 함께 하는 이런 시골체험으로 인해 불심(佛心)이 더욱 돈독해지는 기회가 되리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다가오는 10월에 '풍경소리' 회원들은 지역별 모임이 아닌 두 번째의 전체 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그들은 또 어느 사찰에서 함께 청아한 풍경소리를 듣게 될까. 아마도 경내엔 단풍이 아주 붉게 타고 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