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꿈인 테크라이터, 고경희님

등록일 2002-03-0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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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엔 컴퓨터가 5대랍니다. 제가 두 대를 쓰구요,
남편이 한 대, 아이들이 한 대씩 쓰지요."



글 / 김민정([email protected])

'테크라이터' 라는 그리 흔치 않은 직함의 소유자, 고경희님(36세, 경기도 의정부시)의 말을 들어보니 그의 집은 거의 PC 방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다. 1년에 평균 컴퓨터 관련 책을 4~5권씩 낸다니 집안에 컴퓨터 5대쯤이야 대수가 아니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테크라이터'는 '테크니컬 라이터(technical writer)'의 약자로서 컴퓨터 관련 기술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책을 번역하거나 집필하는 직업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또한 사이버주부대학에서 웹 그래픽, 공짜 홈페이지 만들기 등 컴퓨터 관련 강의를 꾸준히 몇 년째 해 왔던 대표적인 인기 강사다. 수강생들의 질문에 언니처럼 편안하게 일일이 답변해주는 그의 친절한 강의는 수강생들로부터 정평이 나 있다. 요즘 그는 이번 3월에 새로이 오픈 할 '드림위버 4.0' 강좌의 오픈을 앞두고 한창 강의 준비에 바쁘다.

"드림위버가 아니더라도 홈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남들보다 튀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싶어하는 분이라면 드림위버를 꼭 배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혹 웹 디자인 쪽에 관심이 있다면 더욱 필수 프로그램이구요."
강의내용은 홈페이지를 처음 만들어보는 사람에게도 알맞게 짜여져 있다고 한다. 공부를 하다가 조금이라도 의문점이 생길시 게시판으로 질문하면 상세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테마가 있는 HTML 무작정 따라하기" 펴내

책 쓰는 일이 이제는 그리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 고경희 님이 이번에 낸 책은 바로 "테마가 있는 HTML 무작정 따라하기"(길벗). 그가 21번째로 내는 책이란다. 인터넷에 완전히 초보인 사람도 아주 재미있게 읽고 활용할 수 있는 책이라고 은근한 자랑도 덧붙인다. 이십 여권 가까이 책을 써왔어도 어느 한 권 전력을 기울이지 않은 책이 없는 만큼 이번 책에 대한 애착도 그냥 생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책이 출판되어 나오기 전까지는 셀 수 없을 만큼 읽어보고 살펴보고 다듬고 하다가, 막상 책이 찍혀져 나오고 나면 '다시는(?) 안 들춰본다'는 그의 말에서 그가 얼마나 책 한 권에 모든 정열을 쏟아 붓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책을 한 권내고 나면 과연 어떤 기분이냐는 질문에 조금도 망설임 없이 "다음에 낼 책 기획에 들어가야 된다"고 대답하는 고경희님. 컴퓨터 관련 책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7~8개월로 일반 서적보다는 비교적 단시간에 완성된다고 볼 수도 있으나 여러 출판사에서 요청하는 출판 스케줄이 밀려있어 숨돌릴 틈이 거의 없다는 것이 그의 푸념이다. 그러나 그만큼 실력을 널리 인정받는다는 뜻이니 그 푸념은 행복한 비명이 아닐까.

"사실 컴퓨터 앞에서 하루종일 일해야 하는 일이라 힘들 때가 많지만 그래도 지금의 생활이 좋습니다. 특히 책을 읽은 저의 팬(독자)들이나 수강생들이 '최고'라는 격려 메일을 보내 줄 때나, 엄마의 이름 석자가 박힌 책을 보면서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볼때면 정말 보람과 성취감을 느낀답니다."


철저한 프로정신 가진 테크라이터

그의 열렬한 팬 중 빼놓을 수 없는 세 사람이 있다. 늘 든든한 지지자인 남편과 엄마의 도움 없이도 자기의 일을 잘 알아서 해주는 사랑스러운 두 딸아이가 바로 그들. 바쁜 엄마가 막내딸에게 책을 읽어주지 못하는 날이면 언니가 동생에게 책을 읽어서 재워주기도 한다.
고경희님은 아이들을 학습을 위한 학원에 보내지 않는다. 자발적이 아닌 억지 공부를 하게 될까 하는 우려에서다. 큰딸에게 피아노 학원 하나 보내고 있는 것이 유일한 과외인 셈. '공부해라' 는 말을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 강요는 않는다. 그저 밖에 나가서 많이 뛰어 노는 게 최고라는 신념은 아이들을 키워오면서 여태껏 흔들리지 않고 있다.

"친정이 제주도예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아이들을 데리고 그래도 자주 내려가는 편이죠. 제주도에 가면 바다는 물론이고 공연장이며 전시회 등도 많이 데려 다닙니다. 얼마 전엔 아이들 학교도 빼먹게 하고 설악산을 갔다왔어요. 아이들이 자연을 마음껏 누리게 해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릴 때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벗하며 자라서일까. 초등학교 때부터 책에 파묻혀 살았고 시를 긁적거리기 시작한 문학소녀였다는 말이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닌 것 같다. '글을 쓰면 나중에 배를 곯는다' 라는 어른들의 말을 듣고 얼떨결에 전산학과에 들어가 지금은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도 받고 자신의 일에 만족도 하며 살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도 못다 이룬 시인에의 꿈은 그를 늘 아쉬움에 젖게 한다고.
학창시절 전국 글짓기 대회에서 받은 무수한 수상경력들도 자신의 이름으로 된 시집을 내고픈 마음을 완전히 접지 못하게 하고 있다.

컴퓨터 관련 책을 쓴지 거의 10년이 되어간다는 고경희님은 그 동안 한번도 원고 마감일을 어겨본 적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한번 한 약속은 '목숨을 걸고라도 지킨다'는 것이 그의 신조. 남편이 자신을 '결벽증' 아니냐고 할 정도다.
원고 마감일이 다가올 때면 입에서 "에고, 지겨워" 소리도 절로 나오고 손목과 손가락에 무리가 가서 침까지 맞아야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일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다.

"내일 당장 저승사자가 나를 데려간다 하더라도 정말 후회되지 않게 살고 싶어요. '최선을 다해도 성공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은 사람이 성공할 수는 없다' 는 말을 믿거든요."

(고경희님 홈페이지 : http://www.webguru.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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