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을 사랑하는 모임 '천사모'

등록일 2001-11-2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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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을 사랑하는 모임 '천사모'


"천사모는 천으로 사랑을 이어가는 모임이랍니다."
글쓴이:김은정 ([email protected])

천사모라 하길래 자칭 '천사들의 모임'의 준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천을 사랑하는 모임'이 바로 '천사모'이다.
2000년 4월, 사이버주부대학 초창기에 '천사모'는 탄생했다. 바느질에 관심이 있는 주부들이 모여서 바느질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모임을 결성했던 것. 1년여가 지난 지금 310여 명의 회원들이 가입했고 그 중 30∼40명 정도가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연령층도 다양하여 20∼40대 주부들이 대부분이다.

"전국 모임을 얼마 전에 가졌어요. 대전에 계시는 회원 댁에서 했지요. 전부 다 주부들이고, 또 애들이 있고 하니까 1박은 조금 힘든 것 같아서 당일치기로 오전에 모여서 오후에 헤어졌죠. 바느질에 대한 정보 교환이나 자료 교환 등 알고자 하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은데 시간과 공간이 아쉽더군요. 배움에 대한 열의들은 넘치는데 마땅히 나눌 공간이 없는 것이 제일 아쉬운 점입니다."

지금 '천사모' 방장을 맡고 있는 유금녀 님의 말씀이다. 서울 모임의 경우엔 모일만한 장소가 없어서 주로 영등포 롯데 월드 광장에서 만남을 갖는다. 엄마 손 붙잡고 모임에 나와서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금새 친해지고, 그 사이 회원들은 정보 교환과 자료를 검토한다.
사이버주부대학에서 넷시일기를 연재하고 있는 은비 회원님은 애가 셋인데 막내가 돌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애 셋을 데리고 모임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열의를 보여준다. 또한 에뜨랑제 회원님도 갓난아이를 돌보며 자료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정리한다. 회원들 서로가 '천사모'를 내 일처럼 생각하다보니 가족적인 분위기가 예전부터 형성되어 지금은 누구나 다 허물없이 지낸다.

전업 주부들이 집에만 있다보면 어쩔 수 없이 나태해지고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천사모' 회원들은 코트, 쿠션, 옷, 생활 한복, 재킷 등 손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어내느라 나태해질 여유가 없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은 그만큼 보람이 있고 삶을 윤택하게 한다. 이렇게 공들여 창조해낸 저마다의 작품들을 사진으로 일일이 찍어서 자료실에 올려놓는 수고로움도 아끼지 않는다.

"이제 취미나 관심의 수준을 넘어서 기능사 자격증에 도전하시는 분들도 계셔요. 두 분이 필기는 패스하셨고, 이제 실기 시험만 앞두고 계시지요. 꼭 무엇을 이루겠다는 것보다 그런 도전이 삶을 긴장감 있게 하고 자신감을 주는 것 같아요. 거기에 자극 받아서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도 계시구요."

이렇게 자신의 삶도 열심히 준비하는 '천사모' 회원들이지만 다른 이들의 삶도 돌아볼 줄 아는 '천사모'이기도 하다. IMF이후 서민 가계라는 것이 너나 할 것 없이 뻔한 형편이지만 각자 형편 되는대로 정성스레 모은 돈을 복지 시설에 난방비로 보내드렸다는 것. 그뿐만이 아니다.

"저희들도 애들 키우는 엄마들이다 보니 추운 겨울에 떨고 있을 아이들이 제일 먼저 생각나더라구요. 뭔가 할 일이 없을까 고심하던 중에 우리가 이렇게 만든 옷들을 1년에 한 계절마다 아동보호시설에 보내자는 의견이 게시판에 제기되었고, 모두 동의를 했지요. 12월 중순경에 이제껏 만들어온 옷 한 점씩을 보내려구요. 또 각자 집에서 아이들 안 입는 옷들도 함께 보내기로 했습니다."

여느 해보다 일찍 겨울이 찾아와 몸도 마음도 더욱 움츠러드는 이즈음, '천사모' 회원들이 보여주는 온정 속에서 오랜만에 사람 사는 냄새를 맡는 듯 하다.
'천사모'는 천을 사랑하는 모임이다. 그리고 또 이렇게 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천사들의 모임', 혹은 '천으로 사랑을 이어가는 모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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