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외출 '길 찾아 떠난 이야기' 의 신오리 최미희님

등록일 2001-10-1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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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곳에 가게 되면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화려한 외출 '길 찾아 떠난 이야기' 의 신오리 최미희님
글/ 김민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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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희님(50세,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의 여행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화려한 외출'이라는 글방의 큰 타이틀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의 여행기는 일반적인 형식의 기행문이 아니다. 여행 후기라고 하기에는 그녀의 마음의 목소리가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흡사 혼자 적은 일기장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한 대목에서는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니나다를까 최미희님은 자서전을 쓰는 대신에 이 여행 후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최미희님이 존경하는 어떤 분이 자신을 돌아보라는 의미에서 자서전을 써 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는데 그 말이 계기가 되어 자서전 대신 그런 형식의 여행 후기를 써 보기로 했다는 것.
"제가 죽은 다음에 제 아들이나 손녀에게 '나 이렇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정도의 글로 남겨지기를 원해요."

나이 마흔에 시작된 그의 ‘길떠나기’는 대부분이 혼자만의 여행이었으며 도착지는 주로 산과 계곡이었다고 그는 조용히 고백한다. 무엇이 그를 특별히 산과 계곡으로만 향하게 했을까. 시간만 나면 누군가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듯 서둘러 서울을 떠나게 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산과 계곡, 혼자 떠나는 여행
10여 년 전 그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과 둘이서만 살게 된 것이, 그 후로 그가 늘 여행을 하게 된 동기가 되었던 것 같다며 얘기를 풀어놓았다. 부모의 이혼, 그리고 엄마가 직장 생활을 하게 되어 혼자 있게 된 긴 시간들이 아이에게는 너무 벅차리라고 생각해 주말마다 아들과 함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
토요일 오후면 어김없이 모자가 만나 서울 근교의 산을 다녔던 그 시절을 최미희님은 행복했던 추억의 한 페이지로 꼽는다. 그러다 아이의 키가 엄마의 키를 넘기게 되면서 아이는 핑계를 만들어 점점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날이 많아졌고 그렇게 최미희님은 혼자서 산을 오르게 되었다. 연휴가 있는 날은 무박 2일로 지방을 다녔다. 밤차를 타고 새벽에 내려 산행을 하고 다시 새벽에 돌아오곤 하는 그런 날들이 점점 많아졌다.

"처음에는 복수심 같은 어떤 뜨거움이 가슴에 끓어오를 때 집을 나섰던 것 같아요. 그 뜨거움은… 어쩌면 실망과 좌절 슬픔, 억울함 같은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어요. 누가 가지마라 잡아주는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터무니없는 쓸쓸함도 생기더군요. 하지만 막상 낯선 곳으로 가게 되면 왠지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과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 떠나냐구요? 글쎄요. 누가 잡는 사람이 없으니까 떠나겠지요?".



혼자 떠나는 여행…. 산과 계곡이 한적하다는 이유로, 아들과 처음 다녔던 곳이 산이었기에 그는 지금도 주로 산과 계곡을 찾아다닌다. 낯선 산과 계곡에서 그는 생기와 따뜻함을 느낀다. 집을 떠나 어디론가 간다면 그 시간만큼은 혼자인 게 더 좋다는 그다.

“그러나 최근에는 노력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또 산과 계곡보다는 들판이나 바다로 가려고요. 왜냐하면 제 삶이 지금과는 달라지기를 바라기 때문이지요.”

처음에는 일부러 극기 훈련처럼 험한 곳, 인적이 드문 곳만을 찾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도 마치 벙어리 인양 다녔지만, 지금은 사람을 만나면 '목구멍도 터놓고 귀도 열어' 놓는다. 마음에 드는 곳을 만나면 잘 만한 곳을 물색해서 하룻밤쯤 자고 오기도 한다. 최미희님은 세월이 주는 연륜이 자신을 이렇게 변화시킨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해 보기도 한다.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것이 여행
여행이란 것을 해보면 해볼수록, '어쩔 수 없는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처럼 여겨진다는 그녀. 요즘은 예전에 갔었던 곳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곳을 다시 찾아가서 '어슬렁거리다가' 돌아오기도 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강원도. 그 중에서도 정선이다. 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길을 잃고 헤매면서 거의 죽을 뻔했던 울진의 왕피천을 들었다.
그는 앞으로 아프리카를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는 인도를 가볼 계획도 잡고 있다.
최미희님에게 있어서 여행이란 시간이나 공간 같은 물리적인 이동이 아니다. 되돌아 보면 혼자 있는 시간. 그것을 그녀만의 여행이라고 정의한다.

인터뷰를 하던 그 날도 그는 정선행 짐을 꾸리고 있었다. 갈 길이 바쁜 그를 붙잡고 마지막으로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나 막상 떠나지 못하는 주부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했다.
"여행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멀리, 오랜 시간이 아니더라도 그저 오후에 잠시, 7호선을 타고 종점까지 가서 주위를 혼자 걸어 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고 온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닌가요? 무슨 준비를 해야만 여행을 갈 수 있는 것처럼 여기지만 그저 맨손으로 떠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발이 있고 마음만 있으면 떠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기에 저는 떠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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