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책 동네 이야기 마을』의 범경화님

등록일 2001-10-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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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은 다른 사람도 꼭 읽게 만드는 게 취미예요"
글마당 『책 동네 이야기 마을』의 범경화님
글/ 김민정
([email protected])
"사주대 글마당의 한 켠,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구석 자리에 '책 동네 이야기 마을'이 있다. 은은한 책내음이 한가득 향기로운 이 마을의 주인은 바로 정겨운 눈웃음을 가진 범경화 님(33세,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향수를 싼 종이에서는 향수 냄새가 나듯, 책을 좋아하는 그에게선 왠지 가을 냄새가 섞여 묻어 나오는 듯 하다.

그는 한구석에 자리잡은 이방에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한다. 그가 읽은 책을 다른 사람들도 함께 읽고 마음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또 그들은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를 이방에서 살짝 귀띔해 주었으면 하는 그런 생각들. 이 방이 많이 번창해서 여기서 소설가들을 모셔다가 채팅도 하고 인터뷰도 했으면 하는 그런 바램까지 가진다.


범경화님이 글방을 지킨 지 벌써 1년째. 세 아이(7세, 6세, 2세)들의 엄마라는 이유로 처음 결심보다 그리 많은 책을 소개하진 못했어도 그동안 배운 점도 많다.
"제가 책을 많이 읽는 편에 속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전혀 아니었어요. 저보다 많이 읽는 분들이 참 많더라구요. 그리고 그 분들을 보면서 스스로 '살아 있어야겠다'는 생각, '깨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독서습관

경화님은 이 방에서 자신이 읽은 책들의 소개와 함께 나름대로 느낀 점들을 개성 있는 필체로 솔직하게 그려낸다. 결혼 전엔 밤을 새워가며 앉은자리에서 서너 권쯤은 독파할 만큼 소설을 좋아했고 문화 재단에서 일을 한 적이 있어서 음악이나 미술에 관계된 책들도 많이 읽었다. 그러나 결혼 후에는 다소 좋아하는 책의 취향도 바뀌어지는 것 같다고 그는 얘기한다.
"아무래도 육아나 교육에 관계된 책들을 많이 읽게 되더군요. 또 결혼 후에 여러 가지로 매여 살아서 그럴까요. 소설보다는 기행문 쪽으로 더 손이 가구요. 예전엔 가고 싶으면 그냥 가면 되었는데 요즘은 가고 싶어도 못 가니까 책으로라도 보상을 받으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일까.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에 대한 그의 감상문을 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그의 글을 읽는 이마저도 마음의 동요를 불러일으켜 괜히 '그래요, 우리 같이 손잡고 한번 가 봐요.' 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까지 불러일으킨다.

경화님의 독서 습관은 아마도 친정 부모님들로부터 물려받은 듯 하다. 올해 일흔 둘이 되신 경화님의 아버지는 아직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시고 예순 일곱이신 어머니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비롯해 요즘 화제가 되는 책은 다 꿰고 계신다고 한다. 늘 책을 가까이 하는 부모님의 모습만 보고 자랐으니 당연히 책과 멀어지기는 힘들었으리라.

경화님은 대학 시절 도서관학을 전공하고 사외보를 만드는 회사에 근무했다. 결혼 후엔 직장을 그만두었다가 요즘엔 자유기고가 일을 하고 있다. 늘 책과 연관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는 글방에서 자신이 읽은 책의 소개와 평을 하면서 전보다 좀더 꼼꼼하게 책을 읽는 습관이 생겼다. 예전엔 정독보다는 다독 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책을 재미있게만 읽지 못하고 정독을 해야 하는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이 그의 얘기. 그러나 전보다 좀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게 되는 좋은 점이 있더라며 미소짓는다.


가슴속에 에너지를 간직한 여자

아들 하나 딸 둘, 아직은 어린 세 아이를 키우고 살림하는 주부이면서 어떻게 이렇듯 늘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또 글 쓰는 일까지 척척 해낼 수 있는지 미스테리지만 경화님은 자신이 조금만 더 부지런을 떨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도 같다는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얼마 전에 예전에 일하던 직장에 갔을 때, 갑자기 가슴이 마구 설레면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내가 이 공간에 있을 때 무척 행복했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예전의 자신의 모습에 미련이 남지 않는 주부가 있을까. 남편과 세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경화님이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한창 시절의 자신의 모습이 그리워지는 모양이다.

아이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셋이나 낳은 줄로 짐작했더니 의외로 소탈한 바램을 가지고 있다.

“그냥 지들이 행복하면 되지요. 저 역시 우리 부모님이 바라는 대로 크지는 못한 것 같은데…. 다만 아이들이 스스로 앞날을 설계할 줄 알고 그것에 맞춰서 준비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것 같아요.”

지금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긴 했지만, 그는 한때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고 한다.

늘 가슴에 꿈틀대는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는 것만 같은 여자, 범경화님이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꿈의 모양은 어떤 것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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