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맘 이은영 님의 "서른 살의 강"]

등록일 2001-09-04 14:25

조회수 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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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소설 [서른 살의 강] 작가 지수맘 이은영님*


"내 소설은 아마도 [서른 살의 강]을 건너고
있다는 자기확인 작업"


글쓴이:김은정([email protected])

시인 장석주는 그의 시 <서른 살>에서 서른을 '부서지는 삶도 조심스레 껴안을 수' 있다고 표현했고, 잉게보르크 바하만은 <삼십세>에서 서른을 '숱한 가능성이 사라진 세계'라고 표현했다. 스물 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는 시기는 열 아홉에서 스물로 넘어가는 과정만큼이나 불안하고도 예민한 시기이다. 특히 여자에게 있어 서른이라는 의미는 결혼과 출산, 육아와 더불어 자신의 장래에 대해 심각한 내적, 외적 갈등을 겪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젊다고 말하기에도 어색하고 그렇다고 늙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열정적이라고 말하기에도 어색하고 그렇다고 열정이 식었다고 말하기에도 어색한 어정쩡함. 최승자의 표현처럼 '이렇게 살 수도, 저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은 온다.'

그 '지독한' 서른 살에 이은영님(30, 서울시 도봉구 방학 2동)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앞서 얘기한 나이 서른이 주는 불투명함과 불안정함과 달리 은영님은 서른이 되었을 때, '갑자기' 모든 것이 안정이 되고 정리가 되었다. 5년 연애 끝에 한 결혼, 지수 출산, 육아, 일, 시부모님 모시는 일 등 여자가 결혼하게 되면서 맺게 되는 모든 관계들이 은영님에게는 신기하게도 서른을 기점으로 평온을 되찾은 것이다.

"그 평온함이 어떻게 오게 된 건지는 모르겠어요. 어느 순간 느끼게 되었는데, 그 시점이 바로 제가 서른이 되었을 때였어요. 안정감을 찾게 되니까 그제서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지요. 그 고민은 결국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로 이어졌고, 그때부터 소설을 썼어요."

여러 문학 장르 중 왜 소설이냐고 묻자 소설은 하고 싶은 말을 풀어내서 쓰기에 가장 좋은 장르이고, 자신에게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설을 쓰면서 제 자신을 많이 되돌아보게 되었지요. 자신에게 솔직해진 것 같아요. 처음엔 몰랐는데 소설 쓰는 작업이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흔히 글 쓰는 사람들이 용기가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도 아마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솔직하니까 감동도 주는 거구요."

은영님의 소설 첫 데뷔는 바로 사이버주부대학에 [사랑 아래로 더 깊이]란 소설을 연재하면서부터. 처음 연재하는 소설치고는 상당한 실력이라는 평을 받는다. 특별히 소설 습작기를 거친 것도 아니다. 그저 학창 시절 작문 실력이 뛰어났다는 것 밖에는. 글을 쓰고 싶었지만 서른이 되기 전엔 쓸 여력이 없어 많은 이야기들을 가슴속에 품고만 있었는데 막상 풀어놓고 보니 오히려 부족한 점이 많다고 겸손해한다.

"처음 시작할 때 오히려 구성을 깔끔하게 해놓지 못했어요. 그래서 주인공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죠. 주제도 너무 일상적인 것이라 자전적인 이야기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흔히 소설 처음 쓰는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제일 먼저 쓰게 되는데 자전적 이야기는 아니예요. 허구죠. 주제가 그렇다보니 관계나 상황을 너무 미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날카로운 평도 해 주시구요."

은영님은 작은 수첩에 수시로 메모를 한다. 단조로울 수도 있는 일상의 풍경들을 특유의 감수성으로 세밀하게 캐치해낸다. 사람들과 이야기 하면서, 혹은 길 걷다가 생각나는 것들도 수첩에 적어놓는다. 이렇게 메모해 놓은 것은 은영님이 글을 쓸 때 소중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또한 편지를 자주 쓰고 일기도 꼬박꼬박 쓰는 편이다. 절대 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은영님은 일주일에 두, 세 권의 책을 꾸준히 읽는다. 강석경의 '가까운 골짜기'를 제일 감명 깊게 읽었고, 양귀자 소설도 즐겨 읽는다. 기존 여류 소설가들이 남녀 심리 묘사에 치중하는 반면 강석경 소설은 주제와 문체의 독특한 느낌 때문에, 양귀자 소설은 보다 넓은 세계에 대한 인식과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이야기를 잘 보여주기 때문에 좋아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글쓰는데 적잖이 도움이 됩니다. 제 독서 방법은 책을 읽다보면 마음에 드는 문체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문체를 몇 번이고 마음속에 새기죠. 그러면 글을 쓸 때 자신만의 문체로 변모됩니다. 말하자면 자기화가 되는 거죠. 또 평론집이나 비평집, 주로 문학평론이나 미술 평론을 많이 읽어봐요. 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사물을 다양한 각도로 보고 비평의 시각을 키울 수 있어요."

은영님의 꿈은 소설가. 지금 회사(금성출판사)에 다니면서도 꾸준히 읽고, 구상하고, 쓴다. 회사에서도 틈틈이, 집에서도 잠자기 전 한 두 시간씩 소설 쓰는 연습을 한다. 누가 쓰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은영님. 서른이라는 짧다면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꺼리가 풍부하다는 것은 그만큼 뜨겁게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읽고 쓰는 작업이 자신에게 한발한발 다가가는 과정임을 알기에 은영님은 오늘도 붓 놀리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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